[신수 훤하게 삽시다] 술과 건강

고열량 식품, 높은 칼로리 섭취로 '영양결핍 비만 '불러

술은 수 천년 전부터 인류의 오랜 동반자였습니다. 나라마다 여러 가지 과일과 곡식을 이용하여 고유의 술을 만들어 즐겨왔으며, 곡식이 부족한 몽고지방에서는 말의 젖을 이용하여 술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술은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긴장을 완화시켜 주며 통증을 경감시켜주기도 합니다.

또한 적절한 음주는 허혈성 심장질환을 예방해 줍니다. 그러나 술은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일으켜 하루에도 수없이 일어나는 교통사고, 폭력사건 등이 술로 인해 생깁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잘못 형성된 음주문화로 인해 가정과 사회에 많은 해를 끼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2001년 한해 동안 한국인이 소비한 술은 국민 1 인당 소주 59병, 맥주 86병, 위스키 1.3병 이라고 합니다. 정말 엄청난 양입니다. 또한 술을 마시는 우리나라 성인 남성 가운데 4명 중 1명은 알코올 중독 전 단계인 ‘알코올 의존’상태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01년 보건복지부 정신질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15.9%(남자 25.2%, 여자 6.3%)가 일생 동안 한 번은 알코올 중독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여성의 알코올 중독 유병률은 지난 1994년 2.2%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하였으며 규칙적인 음주를 하는 여성의 비율도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 음주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개인의 건강을 위해 그리고 건전한 사회를 위해 술에 대해 잘 알고 제대로 다스릴 수 있어야 합니다.


간에 치명적, 도수 높은 술은 구강암 등 원인

먼저 술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과다한 술은 우리의 몸을 ‘허약한 뚱뚱보’로 만들 수 있습니다.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은 1g 당 약 7kcal의 열량을 내는 고열량 식품입니다.

그러나 영양소는 거의 함유하고 있지 않아 빈열량원(empty calorie)이라고 부르지요. 술을 많이 마시는 분들은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술만 많이 마시는 경우가 많아 단백질과 비타민 그리고 무기질의 섭취가 부족한데다 알코올 자체가 이들 영양소를 많이 소모해 버립니다. 특히 비타민 B군과 비타민 C가 부족하기 쉽습니다.

결국 과음하는 사람은 높은 칼로리 섭취로 인해 배가 나오고 비만하지만 실제 몸은 영양결핍에 시달리게 됩니다.

술에 의해 손상받는 대표적인 장기는 바로 간입니다. 그러나 술을 마신다고 무조건 간이 손상되는 것은 아닙니다. 술에 의해 간이 손상받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하루에 마시는 알코올의 양과 알코올을 마신 기간입니다.

아무리 많은 양의 술을 마셨더라도 기간이 짧은 경우 술을 끊으면 원상회복이 가능합니다. 맥주처럼 알코올의 양이 4~5% 정도 밖에 안되는 약한 술은 아무리 마셔도 괜찮고 위스키 같이 독한 술은 조금만 마셔도 간에 해롭다는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뜻입니다. 간이 손상을 받는 알코올의 양은 하루 약 80g 정도라고 합니다.

소주 한 병, 포도주 한 병, 맥주 2 리터, 위스키 200 미리리터 정도가 여기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이 정도의 양을 매일 마셔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이 이상의 양을 장기적으로 마셔서는 안된다는 뜻입니다. 음주에 의한 두 번째 문제는 몇 가지 암의 발생이 촉진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술을 마시면 구강을 통해 인두와 식도를 거쳐 위에 도달합니다. 도수가 높은 술일수록 구강, 인두, 식도의 점막에 손상을 많이 주게 되며 이로 인해 구강암, 인두암, 식도암의 위험이 증가합니다. 이 부위의 암은 술 뿐만 아니라 흡연, 아주 뜨거운 음식이나 차, 매연, 소금에 절인 음식 등에 의해서도 증가할 수 있습니다.

알콜의 도수 이외에도 알코올의 양이 많을수록 암의 발생이 증가합니다. 199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매일 술을 한잔(알코올 10g) 씩 더 마실 때마다 여성들의 유방암 발생이 10% 증가하였습니다. 유방암의 발생은 술의 종류가 아니라 매일 마시는 술의 양과 비례하여 증가합니다.

술에 의한 세 번째 문제는 뇌와 신경계에 대한 손상과 알콜중독의 가능성입니다. 과음은 뇌졸중의 위험을 증가시키며 말초신경장애와 ‘알코올 의존’과 ‘알코올 남용’같은 정신장애를 일으킵니다. 알코올 의존의 진단기준은 다음 일곱 가지 증상 중 1년간 3개 이상의 증상을 경험하면 진단이 가능합니다.

첫째, 취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술을 마셔야 하는 증상, 둘째, 술을 끊거나 평소보다 줄일 경우 불면증, 초조감, 손떨림 등과 같은 금단증상, 셋째,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양 또는 더 오랫동안 술 마시는 증상, 넷째, 술을 끊거나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계속 실패하는 경우, 다섯째, 술을 깨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경우, 여섯째, 술 때문에 사회적, 직업적 활동 또는 여가를 줄이는 경우, 마지막으로 신체적, 정신적 문제가 있음에도 술을 마시는 경우 등입니다.


만성적 음주는 골다공증 위험 증가시켜

알코올 남용은 술로 인해 직업 혹은 학교, 가정에서 중요한 업무를 수행 불가능한 경우, 술을 마시면 위험한 신체질환이 있음에도 술을 계속 마시는 경우, 술과 관련된 법적 문제 발생하는 경우, 술 때문에 사회 또는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음에도 술을 마시는 증상 등 4가지 가운데 1개 이상일 때 해당됩니다.

만성적인 음주는 이들 질환 이외에도 칼슘대사에 영향을 주어 골다공증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위염과 위궤양, 췌장염의 발생을 촉진시킵니다. 또한 여성의 경우 생리불순과 월경전 증후군의 증상을 악화시킵니다. 너무 술의 나쁜 점만을 이야기 한 것 같습니다. 다음 호에서는 여성과 술 그리고 술의 좋은 점과 술을 건강하게 마시는 방법에 대해 알려드릴까 합니다.

에스터 클리닉 여에스더 원장

입력시간 2003/06/24 14:11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