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미의 홀인원] 다른 운동에 대한 편견과 오해

“어, 진짜 훅이 나네?”

아마 골퍼 C씨는 아무리 해도 훅이 나지 않았다. 반면에 슬라이스는 너무 나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재주껏 훅을 낼 수 있으면 맛있는 저녁을 사주겠다”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그는 훅성의 볼 구질을 내기 위해 오른 손을 완전히 엎는 등 별의 별 동작을 다 해봤으나 훅성의 구질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C씨가 어느날 친 볼이 훅이 났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 골똘히 따져 봤더니 필드를 나가기 전날 탁구를 친 것이다. 골퍼들이 탁구를 치면 그 다음날 거의 예외 없이 훅성 볼을 치게 된다. 탁구를 해본 사람이라면 저간의 사정을 알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손목을 틀어 감아 치기 때문이다. 골프는 이처럼 조금만 다른 운동을 하면 즉각 몸이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프로 선수들이나 골프 마니아들은 다른 운동을 할 때 신중하게 된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남자들 사이에선 가슴 근육 이 나와 골프를 치는데 불리하다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 많은 아마 골퍼들이 백 스윙의 턴이 줄어든다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외면 했다. 그래서 마냥 하체 훈련만 했다.

하지만 스윙에 있어서 웨이트 트레이닝의 효과를 보려면 상체 훈련을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특히 손목운동, 목 운동, 어깨 운동, 등근육 운동 등 상체 부위를 골고루 운동 해주어야 한다.

흔히 상체 훈련을 많이 하면 드라이버 거리가 가장 많이 향상 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가장 효과를 보는 것이 퍼팅이다. 다소 의외인 답이 되겠지만 사실 퍼팅은 상체가 얼마나 주도 면밀하게 움직이냐에 따라 좌우된다. 그 만큼 상체운동은 샷이나 퍼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하체훈련은 어디에 좋을까? 하체운동은 내리막 오르막 경사 에서 체중의 중심을 잡을 때 탁월한 효과를 준다. 일반적으로 ‘다리 힘이 좋아야 거리가 난다’고 말하는 것은 신체의 중심을 잘 잡을 수 있을 때 더 많은 힘을 실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상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거리가 늘고, 다리운동을 하면 방향성이 향상된다.

아니카 소렌스탐의 최근 비거리가 20야드나 늘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아직도 사람들은 나의 스윙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하지만 기초 체력 훈련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즉 웨이트트레이닝은 골프의 필수 조건이라는 것이다.

5년 전에 국내 선수들 사이에서는 웨이트 트레이닝 바람이 잠깐 분 적이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 골프계에서는 웨이트 트레이닝 보다는 스윙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또한 골프 선수들은 수영, 농구, 축구 등 다른 운동을 하는 것을 매우 꺼린다. 물론 다른 운동을 하다 다치며 대회 출전에 장애가 온다는 이유도 있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운동을 하면 골프 근육을 망가 뜨린다’는 속설 때문이다. 한 예로 축구는 ‘다리가 떨려서 중심을 못잡아서’, 농구는 ‘온몸이 아파 스윙이 무거워 져서’, 탁구는 ‘훅이 나서’, 수영은 ‘스윙이 오징어처럼 돼서’ 등으로 어린 선수들이 잘못된 상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소렌스탐이나 타이거 우즈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소중히 여긴다. 이들은 경기가 없는 비시즌에는 스키, 볼링, 수영, 농구 등 다른 운동을 즐긴다. 유독 우리나라 프로나 아마 골퍼들만이 ‘골프할 때에는 골프 외에는 다른 운동은 하면 안 된다’는 잘못된 상식을 갖고 있다.

선수들이 골프를 위해 자제하는 것들이 많지만 운동에 있어서만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 운동을 자제하는 것 보다는 예를 들면 흡연이나 과음을 않는 편이 백배 더 이롭다.

물론 다른 운동을 하면 몸이 무거워지거나 사용하지 않았던 근육들 때문에 공의 구질이 약간 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가끔 골프가 안될 때 이런저런 운동을 즐기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려 훨씬 가벼워진 마음으로 골프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골프가 안될 때 한번쯤 다른 운동도 해보자. 그러면 골프를 더 즐겁고 흥미롭게 칠 수 있을 것이다.

박나미

입력시간 2003/06/2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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