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昌 복귀론 솔솔… 속내는 과연

한나라당 대표 경선서 공개 거론, 귀국 앞두고 관심 집중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저는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왔습니다. 모든 영광과 고통을 뒤로한 채 정치를 떠나왔지만 여러분의 사랑만은 잊지 않을 것입니다.…감사합니다.’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는 이런 문구의 화상편지 한장만 띄워진 채 몇 달째 멈춰서 있다. 편지 내용에도 밝혔듯이 이 전 총재는 정치를 떠나 ‘자연인’으로 돌아온 현재의 신분을 강조하고 있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미국으로 떠난 이 전 총재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때아닌 ‘창(昌) 복귀론’이 솔솔 피어 오르고 있다. 그간 수면아래에서는 ‘창 복귀론’이 괴담처럼 끊이지 않았지만 당의 중진급 의원이 노골적으로, 그것도 당의 간판을 뽑는 대표 경선 유세장에서 공약처럼 들고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표 경선에 나선 최병렬 의원은 6월13일 부산 합동연설회에서 “내년 총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이 전 총재를 삼고초려(三顧草廬)라도 해 모셔서 모든 힘을 결집시키겠다”고 발단을 제공했다.

경쟁자측인 서청원 김덕룡 의원 등은 즉각 “오히려 이 전 총재를 모독하는 것” “정계은퇴의 뜻을 깊이 새겨야 한다”고 반박했고, 한 후보 측에서는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때 이회창 필패론을 제기했던 사람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재의 측근들은 “당을 맡았던 분으로 당이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것이 큰 문제가 될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복귀 논란이 그리 싫지 않다는 표정이다. 여기에 한나라당 홈페이지와 팬 클럽인 ‘창사랑’ 사이트에는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다시 돌아와 대권을 움켜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로 들며 이 전 총재의 정계 복귀를 주장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객원교수 자격으로 출국한 이 전 총재는 한달 뒤인 3월 대구 지하철 참사 때 잠시 귀국했으며 가을께 한차례 더 돌아오거나 아니면 연말이나 내년 2~3월 영구 귀국할 계획을 갖고 있다. 향후 그의 행보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昌, “가만히 있는 사람을 갖고 왜들 그래”

이회창 전 총재의 부인 한인옥씨가 6월6일 일시 귀국하자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눈과 귀는 즉각 그의 일거수일투족으로 쏠렸다. 몇몇 후보들은 한씨를 만나기 위해 각종 수단을 동원하거나 한씨 지인을 통해 접근을 시도했지만 한씨는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창심(昌心ㆍ이 전 총재의 마음)’이 자칫 대표경선에 영향을 미칠까 하는 우려에서다.

이 전 총재 측근은 “한씨는 차남의 혼사와 병환중인 어머니 간호를 위해 잠시 귀국했으며 7월중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라며 “이 전 총재는 국내 정치에 일절 간여치 않고 있기에 때문에 한씨도 경선에 영향을 미칠 어떤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최 의원의 삼고초려론에 대해서도 전혀 반응하지 않고 있다.

이 전 총재도 최근 정계복귀론에 대해 “허! 그 사람들. 가만히 있는 사람을 갖고 왜들 그러는 거야”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전혀 정치에 대한 뜻이 없다는 것이다. 최 의원을 제외한 다른 후보들도 한결같이 “정계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으며, 박근혜 의원 등 다른 중진 의원들도 “이 전 총재의 성품을 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게 말씀을 번복할 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에 남아 있는 이 전 총재 측근들의 반응은 조금 다르다. “당을 위해 도움이 된다면야…”라며 은근히 창의 복귀를 바라는 듯한 기색이다. 현재 ‘왕당파’로 불리던 이 전 총재 측근 의원들은 제각각 다른 후보의 캠프로 흩어져 있는 상태다. 한 후보에게 조금 더 무게가 쏠린 듯 하지만 이를 ‘창심’의 반영이라고 보는 이는 적은 편이다. 따라서 이 전 총재가 돌아오기만 한다면 다시 결집하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


상왕의 수렴청정? 자연인으로서의 사회봉사?

미국에 거주중인 이 전 총재의 복귀 이야기가 당 대표 경선유세장에서 떠돌 정도니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아직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정계은퇴선언을 번복한 DJ처럼 되고 싶지 않다”며 정치에 뜻이 없음을 누차 밝히고 있는 이 전 총재이지만 주변에서는 그를 그냥 놔두려고 하지 않는 게 향후 변수다. 이 전 총재의 유효기간이 남아 있는 정치적 상품성을 총선이든 지방선거든, 아니면 당의 결집을 위해서라도 이용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 전 총재의 마음. 그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올 겨울 영구 귀국한 뒤 과연 어떤 행보를 보여줄 것인가.

미국에서 이 전 총재를 만나고 온 측근에 따르면 그가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들에게 빚을 졌다는 부담감과 정계은퇴 선언을 지켜야 한다는 대국민 약속사이에서 고민하는 것 같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귀국후의 진로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인데, 귀국하면 일단 자연인 신분으로 국가에 봉사한다는 것 외에 계획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회봉사활동을 할 것인지, 또 단체를 통할 것인지, 개인적으로 할 것인지 조차도 결정되지 않은, 그야말로 막연한 상태다.

그렇지만 그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필적할 만한 ‘뉴스메이커’임에는 틀림없다. 그가 움직이는 곳에는 지지자들이 모이고 보도진의 플래시가 계속 터질 게 분명하다. 정작 본인은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이를 쳐다보고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정치적 활동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럴 경우 한나라당으로서는 (당의 명맥이 유지될 경우) 사실상 ‘상왕(上王)’격인 이 전 총재와 새로운 관계를 설정할 수 밖에 없다. 수렴청정 체제나 든든한 후원자 겸 훈수자로서의 ‘어른’ 위치가 그에게 부여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다가 경우에 따라서는 전면 복귀 얘기도 나올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상당한 전제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노 정권의 헛발질이 계속되고, 새 대표체제 이후에도 한나라당의 분열상이 가속화하고, 사회적으로 이 전 총재의 복귀를 바라게 되는 공감대가 형성될 때여야 만이 가능하다.

결국 그의 복귀는 본인 의지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재심(再審)의사에 따라야 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입력시간 2003/06/2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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