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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두메양귀비

식물을 보는 일은 언제나 가슴을 설레이게 하지만, 때론 이러저러한 상황에 발이 묶여 연구실 책상에 앉아 생각만으로 마음의 길을 떠나기도 한다. 이즈음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식물은 두메양귀비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인 백두산에서, 너무나 높아 바람의 힘을 이기지 못해 나무들마저 자라지 못하는 수목한계선을 넘은 땅 위에서 푸르게 넘실대는 천지를 바라보며 자라는 두메양귀비말이다.

두메양귀비는 양귀비과 양귀비속에 속하는 두해살이풀이다. 우리가 아편의 원료로 아주 잘 알고 있는 양귀비(정말 잘 알까? 이를 재배하는 일은 법으로 금하고 있으니 이름과 그 폐해만 알뿐 식물로써는 잘 알 기회가 별로 없다)와는 자매가 되는 식물이다.

이 양귀비집안의 특징은 꽃잎이 네 장으로 주름이 지고, 두장의 꽃받침은 일찍 떨어져 버리고, 식물체에는 유액이 분비되는(아편은 양귀비꽃의 덜익은 열매에 상처를 내면 나오는 흰색의 유액을 말린 가루이다) 등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양귀비와 두메양귀비는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노란색의 꽃잎은 밝고 아름답지만 요염하거나 현란하지 않고, 줄기는 꽃에 비해 가늘어 하늘거리는 불균형이 없이 작은 포기를 만들며 안정감 있게 자라고, 자라는 곳을 가려 가장 높고 가장 맑은 곳에 그 뿌리를 내리며, 무엇보다도 자신의 몸에서 나는 물질로 사람을 몰락으로 내몰지 않는다. 그저 바라보고 기쁘고 반가우면 된다.

하지만 두메양귀비가 이렇게 특별한 장소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노력도 필요한데, 화산이 터지고 난 척박한 땅에서 살다 보니 키는 몸을 낮추어 한뼘을 넘지 못하지만 그 뿌리는 30㎝정도로 자신의 몸의 2~3배가 넘게 깊이 들어가 필요한 물을 공급해야 하고, 식물 전체에는 퍼진 털을 달고 바람의 저항을 줄여야 하며, 1년의 반 이상 눈이 덮인 산(그래서 白頭山이다)에서 살다보니, 아주 짧은 기간동안 꽃을 피워내고 열매를 맺으려고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지방에 따라서는 조선앵속, 산양귀비, 두메아편꽃라고도 한다. 더러 약으로 쓴다는 기록이 있지만 구체적인 용도는 나와 있지 않다. 사실 양귀비도 중독성이어서 문제이지 분명 우리가 잘 이용한다면 좋은 약재일 수 있으며, 두메양귀비도 같은 집안에 속하니 왜 유용한 성분이 없겠는가?

관상용으로도 이용된다. 고산성 식물들을 남쪽으로 가져와 심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워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는데 이 두메양귀비는 재배에 성공한 농가들이 보인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은 산 아래로 내려온 식물들은 고향의 높은 산을 그리워하는 듯 자신에게 맞지 않게 키를 지나치게 키우는 경향이 있어 백두산에서 천지와 함께 보던 그 모습을 기대하기는 좀 어렵다. 하지만 자유로운 정원에서 흔들거리며 피어나는 멋이 그럭저럭 괜찮다.

북한에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우린 그러고 싶어도 이 땅에 자생지가 없으니 여름날을 백두산의 두메양귀비와 감격적인 해후를 했던 오래 전의 추억만을 떠올리며 보낼 수 밖에.

이유미 국립수목 연구관 ymlee99@foa.go.kr

입력시간 2003/06/2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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