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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되돌리기] 춤주는 대수사선

‘90년대 초. 곪을 대로 곪아버린 부패사회에서 닳을 대로 닳아버린 고참 형사 안성기, 비리를 눈감아 주는 대가로 뒷돈을 챙겨 호의호식하다가 신참형사 박중훈을 만난다. 탈옥수 신창원과 경찰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던 99년, 깡패보다 더 깡패 같은 형사 박중훈은 신출귀몰하는 살인범을 ‘족치기’위해 인정사정 없이 달려든다.

부모를 토막 살해한 명문대생 이야기가 뉴스에 나온 지 1년이 지난 2001년, 조폭을 등쳐먹고 마약을 팔아먹는 등 경찰의 임무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는 설경구가 공공의 적으로 명명된 한 패륜아를 만나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난다. 아리랑치기와 퍽치기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2003년, 정진영과 양동근은 발로 뛰는 형사의 진짜 현실과 대면한다.’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90년대 이후 나온 우리나라 경찰 영화인 <투캅스>(93), <인정사정 볼 것 없다>(99), <공공의 적>(2001), <와일드카드>(2003)의 주인공들이다. 내용 면에서 보면 영화 <투캅스>가 경찰을 풍자와 조롱의 대상으로 삼고 은근히 사회 비판적인 목소리를 담아냈는데, 그 이후 영화들은 범죄자와 형사의 대결에 초점을 맞춰 관객으로 하여금 형사에게 정서적 공감을 느끼도록 하고 있다.

일본영화 <춤추는 대수사선은>은 우리 것과는 조금 다른 형사물이다. <투캅스>나 <공공의 적>처럼 사회 비판성을 견지하고 <인정사정 볼 것 없다>나 <와일드카드>에서 처럼 형사의 인간적인 고충을 드러내면서도 시종일관 코미디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본 특유의 만화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영화는 납치, 절도, 살인 사건을 둘러싸고 발로 뛰는 형사와 탁상공론하는 상급 관료들과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전직 컴퓨터 영업사원 출신으로 정의감 넘치는 주인공 아오시마 형사. 올바른 일을 하기 위해 경찰에 지원했으나 어느덧 골프회동을 하는 직장상사를 접대하기 위해 아침부터 열일 제쳐두고 운전기사 노릇을 하다가 회사에 돌아와선 잃어버린 영수증 뭉치에 좌절하고야 마는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전락해 버린다.

경찰서장이라는 작자는 새로 산 골프클럽과 접대용 ‘레인보우 모나카’나 들고 다니다가 관할구역에서 골치 아픈 사건이라도 터지면 고작 ‘누구에게 집중적으로 아부를 해야 할까’고민하느라 바쁘다. 학연, 지연, 혈연으로 뭉쳐진 철옹성 같은 경찰조직의 관료들은 ‘오만과 편견’을 무기로 ‘독단과 전횡’을 일삼고 그나마 아오시마와 우정을 쌓았던 엘리트 공무원 무로이도 출세 앞에서 자신의 신념이 흔들리는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아오시마는 안성기도, 설경구도, 박중훈도 아니다. 무사안일에 빠져 있는 권태로운 경찰 조직에 발을 담그고 있지만 아직은 ‘에너지가 만땅’인 열혈청년이고 학벌주의와 상명하복이 철저한 관료조직을 상대하고 있지만 ‘계급장 떼고 맞짱’ 뜰 만큼 막가는 사내도 아니다.

다만 반항을 해도 위협적이지 않고 머리를 조아려도 비굴하지 않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만화 캐릭터 같은 형사다. 마치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치 않겠다’고 외치는 세일러문처럼 때론 신파조로 과장된 선의를 외치는 믿음직스런 형사다.

썩어빠진 권력보다 더 야비한 안성기, 조폭보다 더 조폭 같은 박중훈, 사실 알고 보면 더 더욱 공공의 적 같은 부패 공권력 설경구에 비해 지나치게 현실감이 탈색된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나라와 겨레에 충성하고 시민의 안녕과 사회에 봉사하려는’순박한 신념을 가진 아오시마 같은 형사가 방부제가 있어도 변질하고야 마는 이 날 것의 현실에 존재하지 말란 법도 없다. 우리도 이미 <살인의 추억>이나 <와일드 카드>에서 이런 형사를 본 것 같으니까.

정선영 자유기고가 startvideo@hotmail.com

입력시간 2003/06/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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