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레우물 육아교실] "우리 애가 남의 물건에 손을 대요"


Q.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가 있습니다. 유치원 때도 친구 물건을 들고 온다거나 유치원 장난감 같은 걸 들고 오는 일이 있었지만 작은 물건이고, 아이도 어려서 그냥 타이르고 넘어갔는데, 최근 들어 문방구에서 장난감이나 학용품 같은 걸 들고 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심지어는 엄마와 함께 문방구에 가서 필요한 것을 맘대로 고르라고 했는데도, 집에 와서 보니 고르지도 않은 학종이가 주머니에 들어있었어요. 물론 친구가 사줬다면서 금새 들통날 거짓말도 했습니다. 그날은 너무 화가 나서 크게 야단치고 반성문을 쓰라고 해서 훔친 학종이와 함께 문방구에 들려보냈어요.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될수록 제가 자제력을 잃고 아이를 야단치게 될 것 같은데 어쩌면 좋죠? - 김은정(가명ㆍ 은평구 수색동)


바늘도둑이 소도둑 될까 겁나요”

징역 3년, 집행유예 15년, 평생 A/S! 꽝! 꽝!! 꽝!!!

아이를 낳는 순간 부모에게 떨어지는 선고란다. 자식 키우는 일을 숙제에 비유한다면 평생 동안 끝나지 않는, 네버엔딩 숙제인 것이다. 그 기나긴 숙제를 해나가는 중에 예상치 못한 난제를 만나기도 한다. 두레우물 육아교실의 이번주 주제처럼….

아이의 도벽,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있을 수 있는 일이므로 좋은 말로 타이르는 게 좋을까? 아니면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상습적인 도벽으로 발전할 지 모르므로 따끔하게 야단을 쳐야 할까? 이 사례 속의 엄마처럼 아이에게 반성문을 쓰게 해서 문방구 주인에게 사과를 시킨 행동은 올바른 방법일까? 자꾸 반복되는 도벽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두레우물 육아교실에서 이 어려운 숙제를 함께 풀어보자.

▶A1. 주부닷컴(http://www.zubu.com) 두레우물 육아상담실 게시판의 의견들

- 아이가 원하는 걸 너무 안 사줘도 그럴 수 있다. 엄마 눈에 필요없는 물건이라도 아이들 호기심에는 갖고 싶을 수 있으니까 더러는 사줄 필요가 있다. (ID : ojh7587)

- 아이가 물건을 훔치는 게 어려서 자기 욕구를 조절하는 게 어려운 건지, 아니면 다른 불만이나 고민을 훔치는 걸로 해소하는 건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보는 게 좋겠다.(ID : hanibaram)

▶A2. 최미경 소장(다솜 아동 청소년 연구소, http://www.dasomcai.com)

유아기(3~6세)의 아동 중에는 자기 것과 남의 것을 구별하지 못해서, 혹은 도덕적인 판단 미숙으로 일시적인 도벽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초등학생 이후의 도벽은 아이 내면에 다른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그 배후의 원인을 해결해 주어야 한다.

이때 부모가 너그럽게 넘어가는 것도, 바로 야단치는 것도 모두 좋지 않다. 즉각적으로 혼내거나 체벌을 하면 일시적으로 도벽을 중단할 수는 있지만 아이에게 죄책감을 심어주어 자신을 가치없는 사람으로 여기는 즉, 자아존중감이 낮아져서 막상 중요한 활동에서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아동으로 성장하기 쉽기 때문이다.

위의 사례처럼 아이에게 사과하도록 하는 행동은 미리 아이와 규칙으로 정한 뒤 시행하는 것이라면 좋으나, 사전 동의 없이 갑자기 강요한 행동이라면 아이의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A3. 정미용 씨(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모교육 책임강사, 세 아이의 엄마)

우리 둘째도 이런 행동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나는 아이 앞에서 “니가 이런 행동을 했다니 엄마는 진짜 놀랐다”며 울면서 엄마의 마음을 얘기해 줬다.

아이를 윽박지르면 아이는 본능적으로 거짓말을 하게 되고 진심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 엄마가 자기 편이고, 자기를 믿어준다는 걸 알아야 마음을 연다. 물건 주인에게 사과를 하는 경우, 아이를 보내기보다는 아이 앞에서 엄마가 주인에게 무릎꿇고 비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 만약에 아이가 물건을 훔치다가 경찰서에 잡 갔다해도 엄마는 아이를 야단치기보다 경찰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 아이 마음에 울림이 크다.


스스로 깨닫게 만들어야

부모의 엄격함이란 아이를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이런 행동을 하면 안되겠다고 깨닫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아이가 남의 물건을 훔친다는 걸 알았을 때, 아이의 잘못을 벌하고 가르치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아이 스스로 옳고 그름을 깨달을 수 있는 존재라는 믿음을 가지고 아이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이는 부모가 믿어주고 이해해주는 만큼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건을 훔쳐온 아이에게...
   

>> 이러면 곤란해요!

1. 너 커서 뭐가 될래? 2. 너 전에도 훔친 적 있지? 3. 빨리 훔친 데 가서 빌고 와! 4. 너 또 이러면 가만 안 둬!

>> 이렇게 해보세요!

1. 엄마는 니가 이런 행동을 하니까 정말 슬프구나. 2. 너를 착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 니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알고 싶어. 3. 같이 가서 주인 아저씨께 용서를 빌자. 4. 다음부터 그런 행동을 할 때는 어떻게 할까 규칙을 정하자.

부모를 가르치는 동화책
   

엄마 돈을 훔친 아이의 속마음이 묘사된 이야기….

“돈을 꺼냈다. 빳빳한 만원짜리다. 이정도면 미니카 두 개를 살 수 있을까. 돈을 접어 주머니에 넣는 동안 몸이 뜨거워졌다. 집안이 너무나 조용하다. 그래서 조금 무섭기도 했다. 은결이는 고물 컴퓨터 앞에 한참동안 앉아 있었다. 나중에 지옥에 갈지도 모르니까 조금이라도 고백해야 할 것 같아서다.”

-『들키고 싶은 비밀』(황선미 동화, 김유대 그림, 창작과 비평사) 중에서


가출까지 한 거짓말쟁이 아들과 아빠의 대화...

웬일인지 엄마 아빠는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택시운전사가 보는 앞에서 나를 덥썩 끌어안았다. 엄마는 곧장 따뜻한 코코아와 햄 샌드위치를 가져오셨다.

아빠가 다정하게 말했다.“왜 그런 짓을 한 거냐? 사실 그대로 말하면 될 텐데.”

“너무 부끄러워서요.”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돼. 그러면 모든 게 잘 될 거다.”

-『거짓말쟁이 천재』(울프 스타르크 글, 하타코시로 그림, (주)크레용하우스) 중에서

박경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3/06/2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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