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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탐구] 송강호

‘송강호’라고 하면 입에 거품을 물고 칭찬을 하는 한 후배에게 물었다. “대체, 어디가 그렇게 좋아?”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돌아오는 대답은. “옆집 형 같잖아요. 배우치고 그렇게 부담없는 사람도 없을 걸요.” 그렇다.

송강호는 잘 생기지도, 그렇다고 몸매가 그럴싸 하지도 않다. 강한 눈빛 운운하며 매서운 카리스마를 내뿜는 것도 아니고, 환상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렇지만 그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장자의 호접몽이 연상된다. 어디까지가 연기이고, 어디까지가 실제인지가 구분되지 않는다. ‘스타’라고 하기엔 너무나 살가운 얼굴을 한 송강호, 이 투박한 질그릇 같은 사나이를 파헤쳐본다.


송강호는 피곤한(?) 스타일이다

보기와 달리 그는 예민하고 치밀한 사람이다. 본인말로는 ‘상당히 민감한 성격의 소유자’란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그 꼼꼼함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인터뷰 중에는 “이 말은 좀 건방져 보이니 빼달라.” 인터뷰 후에는 전화를 걸어 “아까 그 말은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분명히 해달라.” 등등 요구사항이 참 많다.

감독들한테도 마찬가지다. 한번 출연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감독과는 동거 아닌 동거에 들어가 그야말로 달달 볶는다. 밤을 새며 영화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촬영을 다 마친 후에는 편집 작업까지 참견(?)하며 이것 저것 훈수를 둔다.

<조용한 가족>을 찍을 때 새벽같이 달려와 편집실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그를 고임표 기사가 깨워서 같이 편집한 일화는 아직도 유명하다. 취미도 밤새 술 마시면서 몇 시간이고 영화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다.

8살, 4살 난 아들이 둘 있는데 집에서도 일만 생각하는 아버지에 대한 불만이 크다. 보통의 배우들처럼 영화를 많이 보는 편도 아니다. 대신 특정 신문을 정해놓고 정치면만 빼고 꼼꼼히 읽으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훑는다. 보면 볼수록 숨결 고른, 치밀하고도 미세한 그만의 감정표현은 바로 이런 예민한 성격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송강호에게는 사람 냄새가 난다

“하, 핫핫핫핫!” 그와 5분 이상 대화해 본 사람이라면 독특한 그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넘버 3>에서나 나오는 줄 알았던 삑사리(?)난 트럼펫 소리 같은 그의 웃음은 잘 나가는 배우에 대한 일정 정도의 경계심을 일순간에 무장해제 시킨다.

“배신이야... 배... 배신”하며 말을 더듬던 삼류 깡패 연기는 실제의 송강호와 크게 다르지 않다. 헝그리 정신으로 대변되는 대학로 연극판에서 처음 연기를 시작해서 일까? 송강호만의 그 이상한 음역과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이상한 사투리는 서민적인 체취를 물씬 풍긴다.

“첫 월급으로 17만원을 받았었는데 술 한잔 하고도 돈이 남았다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내 연기의 8할은 대학로 연우무대 시절이다.” 연극판에서 송강호는 ‘관객은 배우의 대사를 들으러 돈 주고 극장에 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어떤 캐릭터를 맡건 ‘송강호식’으로 곰삭여 관객들을 자기 안으로 끌어들였다.

<반칙왕>에서 펼친 수줍은 은행원 임대호 연기는 웃음과 울음이라는 두 가지 본원적인 정서적 뉘앙스를 최고로 편안하게 펼친 명연기였다. 그만의 이 능청스러운 웃음의 페이소스는 그간 ‘박중훈’이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던 한국 코미디 영화의 대표 주자를 ‘송강호’라는 배우로 순식간에 전이시켰다.


송강호는 흥행배우다

얼마 전 한 영화전문 광고 마케팅 회사에서 실시한 ‘남자배우 이미지’에 대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블록버스터’엔 한석규가, ‘국민배우’엔 안성기가, ‘남성미’엔 정우성이, ‘연기력’엔 설경구가 뽑혔다. 반면 송강호는 ‘흥행’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뽑혀 단연 흥행 배우라는 닉네임을 고정화 시키고 있다.

실제로 그가 출연한 10편의 영화 중 8편이 매년 한국영화 흥행 랭킹 10위안에 들었으니 ‘송강호가 출연하면 일단 뜬다’는 충무로의 공식도 일리가 있다. 최근 열연한 <살인의 추억> 역시 상반기 최고의 흥행작으로 꼽히며 대성공을 거뒀다.

“시대를 잘 만난 덕도 있다. 신성일 선배가 활동했던 시절에 나 같은 외모가 먹히겠는가. 이제 관객들은 어리숙한 약자의 모습도 보고 싶어 한다. 우리 삶이 그렇게 영화처럼 멋들어지고 폼나지만은 않지 않은가!” 흥행과 더불어 몇 십만원에 벌벌 떨던 생활고에서도 벗어났다. 아니 이제 돈도 꽤 모았다. 흥행이 좋긴 좋다.


송강호, 그의 열정은 계속된다

관객들은 착각한다. 자신만이 송강호의 재치있는 대사를 흘려듣지 않았다고.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툭툭 내뱉는 그의 애드립에 매료되고 열광한다. 그런 면에서 그의 연기는 지능범 같다.

설경구가 감정을 한껏 내지르며 관객을 자기 안으로 끌어들이는 스타일이라면, 송강호는 결정적인 순간에 감정을 자제하며 관객들을 내러티브 속으로 밀어넣는다. 관객들에게 자기 속을 자꾸 자꾸 들킴으로써 가식과 계산된 통제의 거리감에서 벗어난 아주 특이한 캐릭터를 구사한다.

이제 얼마 후면 대통령 개인 이발사가 된 송강호를 만날 수 있다. 8월 크랭크인 예정인 <효자동 이발사>에서 주인공 ‘성한모’ 역을 맡아 소시민으로 살아가던 이발사가 우연히 대통령 개인이발사가 되면서 겪게 되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을 연기한다.

‘역사적인 사실들을 재미있는 스토리로 만들어낸 점’이 마음에 들었다는 송강호는 건들한 시골형사 박두만에서 빠져나와 착실한 이발사가 되기 위해 다이어트 작전에 돌입했고, 꼼꼼하게 개인 이발교습도 받고 있다. 코미디라면 일가견이 있는 그이기에 이발사로 변신한 모습이 또 다른 기대를 모은다.

연기에 대한 우직한 열정으로 한길만을 달려온 송강호. 초창기 그의 헝그리 정신이 오늘날의 그를 만들었듯이 그 특유의 질박한 향기가 오래도록 남아있는 위대한 배우가 됐으면 한다.

김미영 자유기고가 minju@hotmail.com

입력시간 2003/06/2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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