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는 분명 문명의 이기(利器)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전화만 걸면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듯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전화를 받는 일만큼 짜증나는 일 역시 드물다. 전화를 받으려면 하던 일을 멈추고 전화를 받던가 아니면 어깨와 얼굴사이에 전화를 끼고 일을 계속하면서 통화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불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기 일쑤였다. 전화는 반드시 손으로 받아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주)YTC텔레콤(대표 지영천)이 세계최초로 개발한 초미니전화기 ‘마이폰’ 은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전화를 받거나 거는데서부터 손을 해방시킨 아이디어제품이다.

올해 최고의 히트상품 반열에 올라

마이컴은 아주 대단한 제품이 아니다. 단지 전화기를 아주 작게 만들었다는 것과 마이크를 부착한 이어폰을 사용해 전화기를 이용할 때 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뿐이다. 가로4.5㎝, 세로6㎝의 크기로 담배갑의 3분의 2정도이고 무게도 40g에 불과해 처음보는 사람들은 “이게 무슨 전화기야” 라는 말을 할 정도다.

하지만 이 초소형전화기는 올 상반기 출시되자마자 올해의 최고 히트상품 반열에 오를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수요층도 10대부터 30~40대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모르면 바보취급을 받을 정도다. 공부를 하던 중에도 컴퓨터로 게임이나 채팅을 하면서도 전화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소비자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은 것은 실용적이라는 이유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7월 산업디자인진흥원(KIDP)으로부터 우수디자인(GD)마크 중소기업청장상을 수상할 만큼 빼어난 디자인도 제품의 인기몰이에 한몫을 담당했다. 큐피드의 화살을 연상시키는 깜찍한 외관과 선택의 폭을 넓힌 다양한 색상은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이 아닌 중장년층조차도 한번 보면 사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였다.

매출이 급증하지 않으면 이상한 일. 지난 7월 첫선을 보인 이후 10월말 현재 내수로만 12만개 이상을 판매했다. 월평균 3만개가량을 판 셈이고 금액 기준으로 보면 지금까지 20억원 가까운 판매고를 올린 것이다.

상당수의 가정과 사무실에 보통 2대 이상씩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국내 전화기시장은 포화상태에 있다. 따라서 기존제품들은 수요를 새로 창출한다기 보다는 고장이 나서 교체되는 것을 겨냥한 것들이다.

하지만 YTC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전화기가 고장나거나 싫증이 나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더 편리하고 더 예쁘기 때문에 구입하고 있다.

세계시장 진출, 자체브랜드 고집

마이폰의 인기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폭발적이다. 제품이 선보이자마자 일본, 미국은 물론 남미쪽에서도 주문이 쇄도했다. 특히 최근들어 개척하기 시작한 브라질, 아르헨티나에서는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32만달러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상담액도 80만달러에 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에 힘입어 올해 수출액은 벌써 120만달러를 돌파했다.

여기에도 원칙은 있다. 첫째가 제값을 받는 것이다. 지석천 사장은 “개당 10달러가 마지노선이다. 그것도 50만개 이상 대량거래일 때만 가능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거래하지 않는다” 며 가격에 관한한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월마트, K마트 등 세계적인 유통회사에서 공급제안을 해오긴 했으나 10달러 미만의 가격을 제시해 거부하기도 했다.

둘째가 철저히 자체브랜드로 승부한다는 것이다. 주문자생산방식(OEM)은 애당초 생각하지도 않는다. 어차피 세계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자신의 이름을 알릴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철저히 자체상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YTC의 입장이다.

다음의 사례는 이를 극명히 보여준다.

8월 일본 후지쓰사에서 상담이 들어왔다. 후지쓰에서는 제품을 보자마자 일본내 판매를 위해 일본어로 된 카탈로그를 요구했고 9월 50만달러(5만대)규모의 수출계약을 맺었다. 불과 한달만에 제품소개에서 계약체결까지 전격적으로 체결된 것이다. 뿐만 아니다. 처음에 후지쓰는 주문자상표부착방식을 요구했다. 일본시장에 깔아놓기 위한 것이니만큼 인지도가 낮은 한국회사의 이름으로 나가는 것보다 자사의 이름으로 내보내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였다. YTC는 일본측의 요구를 거절했다. 자체상표로 내보내고 ‘메이드 인 코리아’ 를 꼭 넣겠다고 주장했고 결국 이를 관철시켰다.

그리고 예상대로 일본에서도 대히트를 쳤다. 특히 니혼TV 선정 히트예감상품에서 자국의 카멜레온 자동차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함으로써 성장가능성을 다시한번 입증했다.

“철저한 기술과 아이디어로 승부”

상품성이 뛰어난만큼 기술수출상담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중국 통신업체인 샤오싱(僑興信息産業有限公社)사와 기술이전문제에 대해 공급시기, 방법 등 원칙적인 문제에 대한 합의를 본 상태다. 아직 로열티의 지급방식에 대해 완전한 해결이 안됐으나 이달 중순내 최종 매듭을 지을 계획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생산량 기준 개당 60센트의 로열티를 받고 현지생산제품 외에 YTC측에서 자체 브랜드로도 수출할 수 있다는 조건이다. 회사측은 연간 최소 30만개 정도의 생산을 예상하고 있으며 이경우 기술이전료만 매년 18만달러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현재 YTC는 ‘핸즈프리형’ 무선전화기와 호출기겸 자동다이얼 전화부 등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현실에 안주해서는 세계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수많은 사례에서 보아왔기 때문이다. “철저히 기술과 아이디어로 승부할 겁니다.” 지사장의 말은 승부사로서의 기업인의 채취를 풍긴다.

YTC는 2000년 상반기중 장외시장에 등록할 예정이다. /송영규·서울경제 산업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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