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 풍년] 가슴 졸이던 쌀농사 '대풍예감'

09/24(목) 14:44

9월16일 오후 전남의 곡창지대인 나주평야. 끝없이 펼쳐진 들녘은 차츰 황금물결로 변해가고 있었다. 잘 자란 벼포기가 노랗게 무르익으면서 고개를 떨구고 바람이 부는대로 살랑살랑 춤을 추고 있었다.

일년내 땀흘려 가꾼 벼를 바라보는 농부들의 얼굴에는 자연스레 흐뭇한 표정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올해는 쌀농사 완전히 망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하늘이 도왔는지 작황이 좋아 대풍(大豊) 예감이 듭니다.”

기상이변으로 흉년을 걱정하며 가슴졸였다는 나주시 남평읍 방축리 장원대(71)씨는 “올여름 유난히 비가 많이내려 약간의 벼 쓰러짐이 있지만 작황에는 큰 영향이 없다”며 “올해도 평년 수준 이상은 무난히 거두어 들일 것같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올여름 유래없는 집중호우와 기상이변의 여파로 사상 최악의 작황이 우려됐으나 9월 이후 초가을 늦더위로 후기 등숙기에 접어든 벼 작황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올해 쌀농사 작황에 대해 아직도 논란이 분분하지만 맑고 선선한 가을 날씨가 계속돼 예년같은 일조량을 유지해 준다면 평년작 이상 수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기상이변과 물난리에도 불구, 전남지역에 이처럼 풍년이 예상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일조량 증가 때문이다.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0일 현재 일조량은 호남지방의 경우 총 1,203.6시간으로 평년보다 357.3시간이 부족, 평년의 77.1%에 불과해 벼 작황부진이 우려됐으나 9월들어 10일간 일조량이 80.9시간으로 평년의 56.2시간보다 24.7시간이 많았다.

기온도 올라가 1일부터 10일까지 도내 하루 평균기온이 24.7도로 평년의 23.5도보다 1도가 높은 고온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이삭수가 늘어났다.

실제 도내 11개군 96개 생육관찰포에 대한 작황조사를 한 결과 ㎡당 이삭수가 466개로 지난해보다 7.7개, 평년보다 29.8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여름 게릴라성 집중폭우로 침수된 논 상당수가 하룻만에 물이 빠져 수해피해 농지가 크지 않았다는 점도 쌀 작황을 좋게 만드는데 한몫을 했다.

8월 시간당 최고 189㎜의 집중폭우가 쏟아진 전남 구례지역에는 일부 벼쓰러짐이 있었을 뿐 대부분의 벼가 정상적으로 여물고 있었다.

김태식(61·구례군 용방면 사림리)씨는 “올여름 집중호우때 대부분의 농지가 빗물에 침수됐으나 논에 물이 잠긴지 하루만에 이내 물이 빠져 피해가 거의 없었다”며 “앞으로 한달간 태풍등 천재지변만 없으면 올해 벼농사는 평년 수준 이상 수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태풍등 기상이변이 없는 한 수확량이 사상 최대의 지난해보다 2.5%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는게 전남 농촌진흥원의 전망이다.

도내 벼논 20만4,000㏊에서 654만1,000섬을 쌀을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이는 평년 생산량(10a당 470㎏)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실제 생산량은 작년의 754만6,000섬을 넘어설 것이라는 것이다.

농진원 관계자는 “전남은 홍수피해가 거의 없고 기상여건도 비교적 좋았으며 병충해도 적절히 방제돼 대풍이 예상된다”며 “앞으로 계속 벼멸구 방제에 힘쓰고 2~3일 간격으로 물 걸러대기에 힘써 벼 알에 영양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겉보기엔 올해도 벼이삭이 누렇게 익어 황금물결을 이루고 있지만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떨어졌던 방제를 필요로하는 논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오후 전남 화순군 도곡면 농가에서는 수확을 앞두고 벼멸구 피해를 우려한 농부들의 방제용 분제농약을 살포하며 벼멸구 방제작업이 한창이었다.

예년 이맘때면 벼포기 사이에 낱알없는 쭉정이를 제거하는 정도로 거의 일손이 필요없었지만 최근 고온지속현상이 계속되면서 벼멸구 등 병충해 발생률이 높아져 20일까지 방제기간을 연장해 긴급방제에 나선 것이다.

20마지기(4,000평) 농사를 짓는 양동은(67·화순군 도곡면 월곡리)씨는 “최근 일조량이 풍부해지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벼멸구가 뒤늦게 나타나고 있지만 올해도 풍작이어서 힘이 든줄 모른다”고 말했다.

어쨌든 오늘도 풍년을 직감하며 가을의 들녘을 둘러보는 농부들의 마음은 넉넉함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리고 벼 익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라는 그들만의 수확의 즐거움으로. 나주=안경호·사회부기자

김해평야도 이상기온불구 평년작 될 듯.

유례없는 이상기온으로 흉년이 예상됐던 경남지역 벼농사는 8월중순이후 이례적인 고온현상이 계속된 덕분에 엄청난 수해에도 불구 평년작은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남지역 벼 재배면적은 10만5,087㏊에 목표 생산량은 321만9,000석.

재배면적은 지난해 10만3,000㏊보다 2,087㏊가 늘어나 태풍만 없다면 목표달성은 무난하다는 게 경남도의 조심스런 관측이다.

올해 벼농사 생육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 그 자체였다. 지난 6월부터 8월말까지 평균기온은 24.1도로 지난해에 비해 0.3도가 낮았으며 일조시간 또한 평년보다 90시간이 적은 404시간에 그쳤다.또 강우량은 1,044㎜로 예년보다 309㎜가 많이 내렸다.

특히 7월31일과 집중호우와 8월15일 낙동강 홍수로 4,089㏊의 벼논이 침수되고 299㏊가 유실 또는 매몰되는 피해를 입었다.

여기에다 이상기온으로 병충해가 극성을 부린데다 일조시간 부족으로 병충해에 대한 저항력마저 떨어져 벼멸구 발생면적은 3만3,000㏊로 지난해의 2.9배, 평년의 2배에 달했다.

이에따라 경남도는 이례적으로 20개 시·군에 ‘벼멸구 방제 총동원령’을 두차례에 걸쳐 발령,‘벼멸구와의 전쟁’을 선언하기도 했다.

다행히 당국의 조기방제대책이 성공했고 8월중순이후‘여름같은 초가을’덕분에 단위당 수확량(300평당 수확량)은 지난해 484㎏에 약간 못미치지만 평년보다는 10㎏증가한 450㎏선을 돌파할 것으로 점쳐진다. 창원=이동렬·사회부기자

충남도내 벼농사 예년 못지않다

단위면적당 쌀생산량이 전국 1위인 충남도의 올 쌀농사도 예년에 못지않은 풍작이 될 전망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집중호우와 병해충으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았으나 당초 우려와는 달리 이상고온 현상에 따른 일조량 증가 등으로 벼작황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도의 올 쌀생산목표는 지난해보다 8,000석이 증가한 580만1,000석.

그러나 8월 중순 집중호우로 인해 도내 벼재배면적(17만2,250㏊)의 10%가 넘는 1만8,000여㏊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어 쌀생산에 막대한 차질이 우려됐던게 사실.

더욱이 엘니뇨현상에 따른 이상고온으로 병해충이 급증, 도열병 등 병해(病害)의 경우 지난해보다 233%나 증가한 2만9,325㏊, 벼멸구 등 충해(蟲害)는 124% 증가한 3만4,204㏊에서 발생 달해 쌀수확량 감소는 필연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수확을 코앞에 둔 현재 벼농사 작황은 의외로 좋다.

충남도 관계자는 “침수된 논에서 24시간 이내에 물이 빠졌고 벼가 이삭이 팬 후 침수됐기 때문에 회복이 가능해 침수 논의 수확량 감소는 10%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하고 “이같은 감수량(減收量)은 지난해 대비 1,927㏊에 이르는 벼재배면적의 증가로 상쇄된다”고 말했다.

특히 충남도가 최근 벼 생육상황을 자체조사한 결과 포기당 이삭수와 벼알수가 각각 19.8개, 80.5개로 예년보다 0.4~0.5개 많은 것으로 나타나 96,97년에 이어 3년 연속 풍작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이는 올해 모내기를 예년보다 4~10일 빨리 실시해 초기 생육이 왕성했고 집중호우가 지나간뒤 8월 하순과 9월 날씨가 한여름을 방불케할 정도로 무더워 벼의 성장에 필수적인 일조량이 예년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대전=전성우·사회부기자

초가을 늦더위 풍년이 익어간다

초봄의 이상고온, 잦은 비, 긴 장마, 8월의 폭우로 주름진 농민들의 얼굴이 9월 늦더위로 다소나마 펴지고 있다. 수마가 할퀴고 간 들판의 벼도 누렇게 익어 고개를 숙이고 사과 배 포도등 과일도 하루가 다르게 맛이 좋아지고 있다.

8월 폭우로 절반이 넘는 농경지가 피해를 입은 경북의 곡창 상주시지역에도 가을은 오고 있다. 2∼3일간 물에 잠겨 올 농사를 포기하다시피 했던 농민들도 막바지 병해충작업으로 구슬땀을 흘리며 한가닥 희망에 부풀고 있다.

30도를 넘는 무더위가 일반 시민들에게는 짜증을 안겨 주지만 결실기 농작물에는 그만이다. 이번 무더위로 전국적으로 쌀이 하루 10만석이 불어난다고 할 정도다. 도매가격으로 따져도 하루 320억원이 추가로 생기니 불평할 것이 못된다.

경북도농촌진흥원에 따르면 벼생육과 결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조량은 5월11일∼9월10일 경북지역 평균이 587시간. 평년에 비하면 181시간, 지난해보다는 120시간이 부족하다. 벼멸구도 중국으로부터 예년보다 6배 가까이 많이 날아왔고 초기 고온과 일조량부족으로 웃자란데다 수해로 작황은 비관적이기만 했다.

하지만 이달들어 상황이 바뀌고 있다.

8월19일부터 국지적인 소나기를 제외하면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등 하루평균 일조량이 7∼8시간에 달한다. 8월20일∼9월15일 경북지역 평균 일조량은 186시간으로 평년(159.9시간)보다 오히려 26.1시간이나 많다. 침수됐다 하룻만에 물이 빠진 지역은 흙탕물에 실려온 유기물이 거름이 돼 생육을 돕고 있다. 낮최고 기온이 30도를 웃돌면서 일교차도 15도 이상으로 유지돼 충실한 벼알을 만드는데 최적의 기상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기승을 부리던 벼멸구도 일부 만생종을 제외하면 방제가 거의 끝났다. 벼수확에 결정적 피해를 주는 이삭도열병 걱정도 거의 사라졌다. 이삭도열병은 낮최고 기온이 24∼26도, 습도 80% 이상의 다소 서늘하고 다습한 기상조건에 창궐하는 병으로 최근 기상을 감안하면 신경 쓸 것이 못된다.

1㎡당 벼이삭수도 447개로 지난해보다는 4개 적지만 평년보다는 9개 많고 이삭당 벼알도 72.7개로 평년보다 1.3개 적은 정도여서 매몰·유실, 침수지역을 감안해도 평년작(300평당 467㎏)은 물론 그 이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진흥원 관계자는 “생육초기에 기상이 좋고 끝이 나쁜 것보다는 초기는 별로라도 결실기 기상조건이 양호한 것이 좋다”며 “10월초까지 이처럼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 벼알이 밤송이가 벌어지듯 껍질이 터져 벼알이 보일 정도로 잘 익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벼작황이 예상을 웃돌것으로 보이자 산지와 소비지 쌀값도 안정세로 돌아섰다.

농산물유통공사 경북지사에 따르면 대구지역 쌀(상품) 도매가는 15일부터 80㎏ 한 가마에 16만원에서 15만5,000원으로 내렸다. 소매가는 아직 큰 변동이 없지만 경북 일부 시군에서는 한 가마에 16만8,000원으로 1,000원 가량 내렸다. 지난해 이맘때보다 도매가가 6,000∼7,000원 비싸고 농협이 비축미 방출을 늘리기는 했지만 지금이 단경기인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추석이 지나고 햅쌀이 본격 출하되는 10월 중순부터는 오히려 내릴 것으로 보인다. 대구=정광진·사회부기자

경기도 수해불구하고 평년작 무난

엘니뇨에 따른 이상기후와 수해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기도의 쌀작황이 양호해 평년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경기도농업기술원(옛 농촌진흥원)에 따르면 ‘9·15벼작황조사’결과 올해 도의 쌀생산량은 30여년만에 최대 풍년을 기록했던 지난해의 426만4,000석에는 못미치지만 목표량인 389만1,000석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조사됐다. 벼작황조사 결과 15일 현재 오대벼 화성벼 봉광벼 일품벼 추청벼 등 5대품종의 경우 1포기당 이삭수가 평균 18.8개로 평년수준인 18.7개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벼 알갱이의 여뭄정도를 나타내는 임실비율도 평균 90.5%로 지난해 91.9%, 평년수준 91.0%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않고 잘여문 벼알갱이 수는 ㎡당 3만2,040개로 지난해의 3만919개, 평년수준 3만392개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또 10a당 벼수량의 무게는 869㎏으로 지난해의 880㎏보다는 떨어졌으나 평년작 862.9㎏보다는 다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현상은 수해로 농경지가 유실되는등 피해가 발생하고 5월26일부터 14일까지 일조시간이 평년보다 61시간 부족했으나 이삭수와 벼알수는 7월에 이미 결정되었고 최근 늦더위로 일조량이 풍부해져 수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정정화·사회부기자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