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DJ 음모론' 제기

09/29(화) 15:27

“야당파괴 공작은 DJ신당창당과 장기집권음모의 전주곡이다.” (24일 안상수 대변인 성명) “제2건국운동은 신당창당을 의미하는 것이다.” (25일 안상수대변인 성명)

한나라당은 요즘 연일 ‘김대중 대통령의 대중독재 기도’ ‘호남 영구집권’ 등 가공되지 않은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쏟아지는 성명과 논평에서 한가지 공통된 주제는 ‘여권의 거대한 정치적 시나리오’ 가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주장들은 여권의 정치권 사정과 의원 빼가기로 벼랑 끝에 몰린 위기 국면을 타개키 위한 단순한 정치적 공세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 한나라당은 당연히 이를 부정한다. 한 관계자는 “최근 여권이 행하는 일련의 정치 행태를 자세히 살펴보면 어떤 연관성을 발견할 수 있다. 야당 파괴, 의회 무력화, 민주대연합, 제2건국추진위원회 등은 김 대통령이 무엇인가 새로운 그림, 다시말해 정치판의 거대한 변화를 모색하는 ‘거대한 시나리오’ 를 추진하고 있다는 개연성을 찾을 수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얼마전부터는 김 대통령과 가까운 학자들이 잇달아 DJP연합의 약속을 깨는 논리 제시는 특히 눈여겨 봐야 할 대목” 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정계개편 3단계 시나리오’ 주장

한나라당이 여권의 정치 행태로부터 떨어져 나온 ‘파편’ 들과 각종 정보 등을 종합해 추정, 폭로하고 있는 DJ정부의 정치 시나리오는 크게 3단계로 나뉘어진다. ‘1단계, 여권은 사정으로 이회창 총재의 주변을 제거하고 한나라당의 근거지역을 초토화시켜 이 총재를 완전 고립시키고 야당을 무력하게 만든다. 2단계, 공동 집권세력인 자민련을 제2의 사정으로 여권에서 축출시킨 뒤 부산민주계와 TK세력들을 모아 전국 정당을 창당한다. 3단계, 김 대통령은 DJ 신당과 제2건국추진위원회를 양축으로 정치권과 사회를 통제, 대중독재를 기도한다.’

한나라당은 현 정권의 시나리오에 따른 정계개편은 1단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DJ정권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뜻밖의 돌출변수, 즉 야당의 강력한 저항과 국민들, 특히 영남권 주민들의 반발로 목표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는게 당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 고위당직자는 “부산과 대구 규탄대회에서 지역민들이 보여준 ‘반 DJP정서’ 는 현정권에 대한 ‘민심이반’ 을 확인했다” 며 “김 대통령이 규탄대회에 대한 정확한 보고를 받았다면 시나리오를 중단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현 정권의 시나리오에 따른 첫 조치는 ‘이회창 고립화’ (한나라당에서는 ‘이회창 죽이기’ 로 표현). 그 시발점은 이 총재가 “여권은 우리 당이 지도부를 뽑는 축제때(지난 8월31일 전당대회) 사정의 칼날을 겨누었다” 고 누누히 언급해온 최측근 서상목 의원과 백남치 의원의 검찰 소환이다. 이어 검찰은 대선기획본부장을 맡았던 서 의원의 ‘국세청 동원 대선자금 모금사건’ 수사를 빌미로 정치권에서 금기시돼있던 대선자금을 건드리면서 동시에 혐의가 밝혀지기도 전에 ‘세도’ (稅盜)라고 기정 사실화해 이 총재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가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당에서도 ‘악수’ 라는 말이 나오는 이기택 전총재권한대행과 김윤환 전부총재의 검찰소환도 같은 맥락이라는 주장한다. 총재경선에서 이 총재를 지원, 주류의 축을 이루고 있는 두사람을 제거함으로써 이 총재의 당내 기반을 붕괴시키겠다는 계산을 여권이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여권은 이 전총재대행의 경우, 이 총재에게 대여 강경투쟁을 조언하는 중심 인물로 지목해 눈의 가시로 보아왔다고 지적한다.

‘민주대연합 성사 위한 걸림돌 제거’ 분석

한나라당 근거지역 파괴는 더욱 교묘하고 깊이있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영삼 전대통령이 퇴진한 부산지역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이 전대행과 명실상부한 대구·경북의 맹주인 김 전부총재를 공소시효가 지난 과거의 일들까지 들춰내면서 여론의 악영향을 무시한채 무리하게 사법처리하려는 것은 분명히 어떤 ‘의도’ 를 가진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전대행의 경우 국민회의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부산 민주계와의 ‘민주대연합’ 의 성사를 위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 ‘살생부’ 에 오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대연합이 성공하더라도 만약 이 전대행이 부산에서 야당세력으로 건재하다면 그 구상 자체가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전부총재는 현정권이 취약지인 TK로의 약진을 위해 무리해서라도 구정치인으로 몰아 솎아 낼 수밖에 없다는 것. 이와 관련, 정가에서는 김 전부총재의 제거 이면에는 이수성 평통수석부의장과 자민련 박태준 총재의 TK입성을 위한 여권의 고려가 담겨있다는 얘기들이 떠 돌고 있다.

영남권 초토화화 함께 눈여겨 봐야할 또 다른 대목은 ‘여권의 차기총선 수도권 싹쓸이 음모론’. 검찰에 소환을 당한 서울 의원들이 공교롭게도 모두 야당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구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의 25개구중 야당 구청장 지역은 노원 광진 서초 강남 강동 등 5개구인데 백남치(노원갑) 김중위(강동갑) 이부영(강동을) 서상목(강남갑) 의원이 검찰에 걸려있으며, 서초구의 김덕룡·박원홍 의원도 안심할 수 없다고 당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DJ부인 불구, 한나라당 깊은 의구심

여기에다 언론에서 크게 다뤄지지 않았지만 여권이 영남권의 기초·광역단체장과 기초의원까지 대거 영입하고 있는 것도 ‘DJ신당’ 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분명하다고 한나라당은 결론을 내린다.

이와함께 한화갑 총무의 ‘비호남출신 대통령’ 발언후 대통령 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들인 고려대 최장집 교수와 동국대 황태연 교수의 잇단 발언은 특히 계획된 ‘이론 갖추기 작업’ 으로 보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 교수는 ‘민주대연합’ 론을, 황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분단상황을 감안, 대통령이 외교 국방 정보권 총리 위촉권을 갖는 이원집정부제식 내각제 개헌이 바람직하다” 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최·황 교수의 이같은 발언들이 단순히 개인적인 의견으로 보지 않음은 물론이다. 분명히 김 대통령이나 또는 청와대 신주류들과의 교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김 대통령은 야당의 이같은 의혹제기가 파장을 불러올 조짐을 보이자 지난 22일 “민주대연합이니 DJ신당은 전혀 얘기해본 일도, 계획도 없다” 고 공식 부인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여당의 사정이 중단되지 않는한 29일 서울 규탄대회이후에도 충청·강원지역에서의 지역집회를 열어 현정권에 대한 의혹을 집중 제기할 계획이어서 여권의 음모론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혁범·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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