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7일과 18일새벽 5~6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은 별똥별이 얼마나 경이로운 우주현상인가를 느꼈을 것이다. 언론이 예측했던 것처럼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하늘서 떨어져내리는 별똥별들의 찬란한 궤적을 보면서 툇마루에 누워 별을 헤던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적지않았을 것이다.

수십개 혹은 수백개씩 별똥별무리가 한꺼번에 떨어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유성우(流星雨). 33년만에 인류에게 찾아온 레오니즈(사자자리 유성우)는 일반인들에게 천문관찰에 대한 평범치 않는 일깨움을 주는 계기가 됐다.

민간천문대인 경기 안성군 미양면 안성천문대(대장 김지현). 안성천문대는 96년 문을 연 이후 이날 최대 성황을 이루었다. 장소문제로 150명만을 받았지만 무려 3,000여통의 문의전화가 걸려와 김지현 대장은 “전화노이로제에 걸렸을 정도” 라고 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한 구경인파는 먼동이 터올 새벽까지 자리를 지키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별똥별 우주쇼가 몇시간 남지않은 17일 늦은 오후 갑자기 날씨가 흐려졌다. 서울 경기 일원에는 첫눈까지 내려 우주쇼를 제대로 볼 수 있을지 우려를 하게했다. 별똥별무리가 떨어진다 한들 구름이 하늘을 가리는 바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날 기온까지 영하의 날씨로 뚝 떨어졌다. 별똥별쇼가 묘하게 대학입시날과 겹친 것이 화근이었나. 날씨를 고려하지 않고 온 관찰자는 별보기가 고통에 가까왔을 정도로 새벽추위가 심했다. 다행히 밤이 깊어지면서 구름은 물러갔고 그믐이라 밤하늘의 별빛은 보다 선명하게 나타났다.

밤하늘 가로지르는 유성에 ‘탄성’

이날 저녁 동쪽하늘에서 떠오르는 사자자리는 지평선 아래에서 여전히 잠자고 있고 막 오리온자리가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서쪽하늘에는 견우와 직녀성이 은하수를 사이에 둔채 서로를 만나지 못한채 지평선아래로 지고 있었다. 남쪽하늘에는 유난히 밝은 별이 밤하늘을 비추고 있었는데 바로 태양계 최대혹성인 목성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북쪽에서 북두칠성이 나타나는 등 별자리가 조금씩 움직일 뿐 하늘은 변화가 없었다.

유성쇼는 17일 밤 11시30분부터 시작됐다.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측된 18일 새벽 4시보다 무려 5시간전부터 시작된 것이다.

동쪽 하늘 아래 잠자고 있던 사자자리가 갑자기 큰 별똥별 하나를 밤하늘로 쏘아올리며 장관을 이룰 유성쇼를 예고한 것이다. 동쪽하늘에서 갑자기 나타난 큰 별똥별 하나가 별의 왕 ‘시리우스’ 를 지나 긴 흔적을 남기며 남쪽 하늘로 사라졌다. 1초도 안될 정도,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별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마침 별자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던 관찰자들이 일제히 함성을 터트렸다. 천문대 관계자는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유성별은 일생에 한번 볼까말까하다” 고 말하자 여기저기서 다시 한번 탄성이 터져나왔다. 대학입시로 18일을 쉬게돼 유난히 중·고교생이 많았는데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별똥별을 놓친 관찰자들의 신음에 가까운 아쉬움이었다.

자정이전의 별똥별은 태양을 공전하고 있는 지구의 뒤에서 쫓아오기 때문에 눈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새벽녁 별똥별과 달리 길고 화려하다. 이 별똥별은 유성쇼의 기대를 한껏 높였다.

밤하늘을 가로지른 이 별똥별로 관찰자들은 눈을 밤하늘에 고정시킬 수 밖에 없었다. 차디찬 땅기운에도 천문대 앞마당에 자리를 펴고 눕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후 별똥별은 간간히 시간을 두고 스쳐지나갔다. 화려하지는 않았으나 함성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별로 가득찬 밤하늘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새벽 4시무렵이 절정이라는데도 사람들은 좀처럼 자리를 털고 일어서지 않았다. 새벽 1~2시사이를 지나자 추위와 목덜미의 아픔에 지치기 시작한 사람들은 히터가 켜진 교육실로 들어갔다. 승용차안에서 눈을 붙이기도 했다.

이윽고 새벽 4시. 이미 사자자리는 서쪽 하늘에 자태를 드러냈고 30여분전부터 별똥별은 때로는 수초단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길게 꼬리를 만들며 하늘을 내달리는 유성이 있는가 하면 나타나자마자 금새 사라지는 별똥별도 있었다. 갑자기 하늘에 스파크가 나듯이 불빛이 반짝이다 없어져버리는 현상이 계속됐다. 아주 조그만 먼지가 대기권에 진입한뒤 금새 타버리며 불꽃을 남긴 것이다. 이 광경은 몇분간 이어져 관찰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날 별똥별 쇼는 북두칠성과 사자자리 사이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졌을 뿐 마치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불꽃비를 내리는 듯한 장관’ 을 연출하지는 못했다. 유성우의 최대 볼거리는 일시적으로 수십개의 별똥별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며 불꽃놀이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현상인데 이날 우주쇼는 이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한 것이다.

안양여고 김문숙양(17·2년)은 “비내리듯 유성이 쏟아질줄 알았는데 실망스러웠다” 면서도 “하지만 별똥별과 별로 가득찬 밤하늘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 몰랐다” 고 말했다.

새벽 4시30분이 지나자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간간히 유성이 떨어지기도 했으나 더이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일부 몇사람은 여전히 유성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채 여전히 땅바닥에 누워 자리를 지켰으나 동쪽 하늘에서는 이미 먼동이 트고 있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추위속에서 별을 바라보기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가를 깨달았을 것이다. 보통사람이라면 일생동안 쳐다보아야할 만큼의 밤하늘과 별똥별을 불과 몇시간동안에 보았기때문에 그런 느낌은 더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의 별똥별쇼는 아름다운 별들의 전설과 우주의 섭리가 어우러진 밤하늘이 얼마나 신비한가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유성우의 왕' 사자자리 유성우

유성우는 혜성이 지나간 자리에 남아있던 많은 먼지가 특정시기에 태양을 공전하는 지구에 부딪치며 유성이 되어 대기권내로 쏟아지는 현상이다. 사자자리 유성우는 태양계를 33년마다 도는 템펠-터틀혜성의 궤도를 지구가 지나가며 생긴다. 특별히 사자자리라는 이름이 붙는 것은 유성우가 생기는 위치가 사자자리이기 때문이다.

해마다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유성우인데도 불구하고 특별히 사자자리 유성우에 대해 전 세계가 떠들썩한데는 이유가 있다.

금세기말 최대의 우주쇼라는데도 있지만 사자자리 유성우는 ‘유성우의 왕’ 으로 불린다. 유성우가 학문적 관심을 끌게 된 계기도 바로 이 사자자리 유성우때문. 1833년 11월 발생한 사자자리 유성우는 하룻밤만 수십만개가 떨어졌는데 이후부터 유성우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때 관찰자가 남긴 그림에는 비가 내리는 듯이 별똥별이 묘사돼 있을 정도였다. 이후 이 유성우는 템펠-터틀혜성의 영향으로 33년을 주기로 반복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최초 기록은 902년이다.

올해의 사자자리 유성우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극동지역에서 가장 화려하게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스페인에서 더 많이 관측됐다. 당초 시간당 2,000개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우리나라는 새벽3~5시까지 시간당 최대 100~150개정도 떨어지며 절정을 이루었지만 기대에 못미쳤다는 반응이다.

금세기 최대의 우주쇼를 구경하기 위한 열기도 대단해 천문우주기획이 행사를 마련한 경기 이천 덕평수련원에는 1,400여명의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유성우가 떨어질때는 유성이 한점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나가듯 떨어진다. 하지만 이는 원근감으로 생기는 착시로 유성은 평행하게 지구로 떨어지지만 눈은 방사형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인식한다.

유성우는 사자자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헬리혜성이 지나간 자리에 생기는 오리온자리유성우는 10월에 나타난다. 이밖에도 페르세우스자리 쌍둥이 자리 용자리 물병자리 등에서도 유성우가 생긴다.

유성우는 일반인들에게 경이의 대상이지만 무수하게 쏘아올린 인공위성때문에 미국 소련 등 강대국에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60여개의 첩보위성은 피해를 입지않았다” 는 미국방성의 공식발표가 나올 정도이니 말이다.

정진황·주간한국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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