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외환위기를 맞아 IMF로부터 외화 자금 지원을 받고, 그 조건으로 거시적으로는 경제 정책 목표의 협의, 미시적으로는 기업 및 금융기관 구조조정의 프로그램에 대한 협의를 하게 된 지가 1년이 되었다.

이처럼 IMF 관리 체제에 들어선 지 1년을 맞아 올해 우리 경제를 돌아보면, 일부의 표현대로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이다. 경기는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최저점이 언제인가가 불투명한 상황이며, 소비와 투자 수준은 통계치를 작성한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서민들의 피부에 직접 와닿는 고용 수준은 극도로 악화되어, 불완전 취업자까지를 고려한다면 실제 실업자 수가 200만 명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이다. 이러한 경제 침체로 올해 성장률은 _6.8%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80년 이후 18년만에 처음으로 경제가 뒷걸음치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 후퇴와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인해 1인당 국민소득은 6,000 달러를 약간 넘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7년전인 91년 수준과 비슷한 수치이다.

이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 정부나 기업, 가계 등 각 경제주체들은 현재의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가지 의문을 품은 채 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것은 과연 이 경제 한파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적어도 내년에는 조금 나아질 가능성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다행히도 현재까지 정부와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내놓은 내년도 경제전망을 보면, 모두가 올해보다 호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최소한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란 예측이 우세하다.

구조조정·경기부양효과 나타나며 성장세로

전망치들을 종합해 보면, 일단 경제성장률은 0∼2%로서 플러스로 반전될 것으로 보이며, 대 달러 환율은 1,300원 안팎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성장률과 환율의 경우, 국내외 기관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경상수지의 경우에는 해외기관이, 소비자 물가의 경우에는 국내 기관이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업의 투자 축소, 구조조정 여파에 따른 실업, 해외 경제 여건의 악화로 인한 수출 부진 등으로 99년 상반기까지는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겠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일단락된 구조조정및 현재 실시중인 경기부양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내수가 점차 회복되어 전체적으로는 완만한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용경색이 장기간 지속되어 통화정책이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적자 확대가 성장률을 다시 플러스로 반전시키는 주요 원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의 신규 채용 기피로 여전히 8%대의 높은 실업률을 지속할 것으로 보여, 대학 졸업 시기인 내년 봄에는 지표 상의 실업자만으로도 200만명에 육박할 전망이며, 경상수지 역시 수출은 소폭 증가할 전망이나 수입은 큰 폭으로 증가하여 흑자 폭은 올해의 3분의 1 내지 절반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산업별로 살펴 보면, 전체적으로는 내수의 회복세 반전, 수출 소폭 증가로 정리할 수 있지만 산업에 따라 약간씩의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우선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가는 대표적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의 회복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의 경우, 가격 상승과 64M D램으로의 세대 교체로 수출이 올해보다 10% 이상 증가할 전망이며, 자동차는 97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최악의 한해로 평가되었던 올해 내수시장이 내년에는 18% 성장할 것으로 보이고 수출도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선은 톤당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탱커의 비중이 증가하여 수출 금액상으로는 소폭 감소가 예상되나, 세계적인 발주 물량 증가로 수주량은 8% 증가하여 꾸준히 호조를 보일 전망이다. 다만 철강은 연관산업의 경기가 전반적으로 회복됨에 따라 내수는 올해보다 6% 증가하겠으나, 선진국의 반덤핑 제소 강화 움직임으로 인해 수출은 5% 감소할 전망이다.

99년말 주가 600선 돌파 예상

금융부문의 경우에는 구조조정의 1차 완료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와 신용경색완화를 전체 특징으로 들 수 있다. 대 달러 환율은 대외적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안정성 회복, 대내적으로 경기부양책의 효과 가시화로 상품 수입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올해보다 소폭 하락한 1,300원을 보일 전망이다. 금리의 경우에는 신축적인 통화 공급과 금리 인하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회사채 수익률을 기준으로 할 때 10∼11%로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 시장의 경우, 올해의 극도의 침체에서 벗어나 금리 안정세 지속, 구조조정 완료, 실물 경기 회복 등에 힘입어 내년 연말에는 종합주가지수 포인트 600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상에서 볼 때, 내년도 우리 경제는 바닥에서 탈출하여 회복기에 접어드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예상이다. 즉 거시경제적인 지표상으로는 내년도 2·4분기가 경기 저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4·4분기가 신규 투자가 활성화되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99년은 한국 경제 재도약의 발판이 되는 시기이며, 현재의 전망대로라면 97년의 소득 수준으로 복귀하는 시점은 2002년이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러한 낙관적인 전망은 우리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각종 경제 환경들이 예측한 대로 움직여 주어야 실현 가능한 하나의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는 점에 주의하여야 한다. 즉 세계 경제성장률이 디플레이션의 가속화로 급속히 둔화되거나, 부문별 구조조정이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고 경기부양책 역시 지지부진하다면 내년도 경제 전망은 어두울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낙관적인 전망만 믿고 현재 추진중인 경제 구조조정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우선 신3저 현상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신3저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은 적으며, 세계 경제의 수요 위축으로 수출 증대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따라서 수출보다는 내수 확대를 꾀해야 한다. 현재 실시중인 경기부양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움츠러든 국내 시장 확대에 힘써야 한다. 끝으로 지식 및 정보의 우위 확보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여야 한다. 단순히 요소 투입의 증대만을 통해 경제가 성장하던 시대는 지금의 IMF 관리 체제로서 종지부를 찍게 되었으며, 앞으로는 기술과 지식의 집약적인 활용을 통해 산업의 고부가 가치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곽용선·현대경제연구원주임연구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