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LG, 반도체 경영권 놓고 '대격돌'

09/24(목) 10:55

현대와 LG가 반도체경영권을 놓고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사돈기업인 현대와 LG의 반도체를 둘러싼 대격돌은 삼성 현대 대우 LG SK 등 5대그룹이 7대 중복과잉업종의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을 포함한 구조조정의 최대 미타결 쟁점이 되고 있다. 5대그룹은 당초 반도체의 경우 전세계적인 공급과잉을 해소하기위해 삼성 현대 LG의 3사체제를 현대와 LG를 통합하여 2사체제로 재편하기로 합의했다.

양그룹은 반도체사업의 단일화에 합의했지만 핵심인 경영권에서는 한치의 양보를 보이지 않아 아직까지 강력한 대치전선을 형성한채 상대방진지를 향해 맹공격하고 있다.

현대 “형이 동생을 끌어들여와야지”

현대와 LG는 서로 경영권을 갖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것이 단일화협상이 타결되지 않는 최대걸림돌이다. 현대는 자산및 세계시장 점유율 우위, 독자기술력 등을 이유로 경영권을 갖고 지분비율은 7대 3으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LG가 섭섭하지 않게 대산 유화단지에 있는 현대석유화학을 주겠다는 반도체-유화 연계빅딜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LG도 현대전자를 인수하거나 공동경영시에도 경영권을 갖겠다며 응수하고 있다. LG는 그룹의 주력이 전자정보통신이고, 재무구조와 기술력 생산량에서 현대를 앞선다며 맞받아치고 있다.

양그룹은 그동안 수십번 막후협상을 벌였지만 양그룹의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급기야 현대의 정몽구 정몽헌 회장 LG의 구본무 회장이 김우중 전경련회장의 중재로 만났지만 협상타결에 실패했다.

현대는 세계 3위 업체가 세계6위 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도 삼성에 이어 현대가 2위로 3위 LG를 앞선다는 것. 형이 동생을 끌어들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게 현대의 주장이다. 객관적인 조사에서도 LG를 앞선다고 강조한다.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현대의 97년 메모리 D램 반도체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9.0%(매출액 18억6,700만달러)로 LG의 6.7%(13억8,800만달러)를 크게 앞선다는 것.

현대는 올 상반기 반도체부문 매출은 1조2,500억원(현대전자 전체매출은 2조3,000억원)으로 LG반도체의 1조2,100억원보다 많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 자산(상반기)도 12조3,200억원으로 LG(7조8,000억원)를 크게 앞선다는 것.

LG “무슨소리, 세계시장점유율은 우리가 높지”

그러나 LG는 현대의 우위주장을 반박하는 정반대의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LG는 증권거래소에 공시된 자료를 인용하여 지난해 매출액이 LG반도체 2조100억원, 현대전자 1조8,200억원으로 LG가 더 많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 세계시장점유율도 LG가 2위로 3위 현대를 오히려 앞선다고 현대측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LG측은 현대가 인용한 데이터퀘스트의 매출액자료는 LG가 일본 히타치사 등에 납품하는 주문자부착상표(OEM)방식의 매출액이 빠져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LG는 반대로 데이터퀘스트이외의 또다른 시장조사기관인 IDC가 지난해 생산량에서 LG가 1억9,100만개(16메가D램기준)로 현대(1억7,900만개)보다 더 많은 것으로 발표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LG는 이와함께 차세대메모리인 초고속 D램(램버스 D램)기술력에 관한 한 세계최고이고, 재무구조도 현대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을 지적. 부채비율의 경우 LG가 617%(상반기)로 현대(935%)보다 낮고, 차입금도 6조1,000억원으로 현대(9조3,000억원)보다 적다고 것이다.

LG는 이런 점을 들어 재무구조가 좋은 회사가 나쁜 회사를 인수해야지, 나쁜 회사가 좋은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총수들 자존심·이해관계 얽혀 더 어려워

현대와 LG간 반도체 경영권 갈등은 총수들의 자존심과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현대전자는 정몽헌 회장이 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의 백지위임을 받아 키워온 기업. 정 명예회장은 아들들에 대한 재산분할차원에서 전자는 정몽헌 회장 몫으로 해논 상태다. 정몽헌 회장도 혼신의 정열과 땀을 흘려가며 전자를 세계3위 메모리반도체기업으로 육성하면서 경영자로서 자질을 인정받아왔다. ‘현대전자없는 정몽헌’ 은 상상할 수 없다는 게 그룹측의 전언이다.

반면 구씨와 허씨의 동업경영하고 있는 LG도 오너간 재산분할문제와 맞물려있어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반도체는 구본무 회장의 작은 아버지 구자학 LG건설회장(전 반도체회장)이 사실상 키워온 주력기업. 집안 어른에 대한 깍듯한 예우를 해온 구 회장으로선 작은 아버지의 뜻을 거스른채 반도체를 내놓을 수 없다는 게 그룹측의 분석이다. 또 그의 둘째 동생 구본준 사장이 반도체 단일법인의 경영권을 고수하고 있어 구 회장도 쉽게 결단을 내릴 수 없다. LG는 특히 주력이 전자 화학인 상태에서 반도체를 내놓으면 그룹이 흔들린다는 위기감도 갖고 있다.

분석자료 보고 ‘수호’ 로 맘 바꾼 구회장

당초 반도체단일화문제는 연초 여권에서 제기된 3각빅딜설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초 박태준 자민련총재측에서 나온 3각빅딜은 삼성이 자동차를 현대에 주고, LG는 반도체를 삼성에 이양하고, 현대는 유화를 LG에 각각 주는 시나리오. 이를 근거로 5대그룹의 빅딜이 시작됐을 때 구본무 회장은 반도체를 내놓겠다는 말을 했다는 게 김우중 회장의 전언이다. 특히 이 무렵에 사정당국이 문민정부의 경제비리파헤치기와 관련, LG와 한솔의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 선정 특혜의혹에 대해 집중적인 수사를 벌이는 상황이었다. 문민정부에서 대표적으로 특혜를 본 기업으로 소문났던 LG로선 정권교체후 혹독한 시련에 부딪쳐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정부도 재벌개혁의 칼을 높이 치켜들고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LG 구본무 회장은 이같은 역풍에서 대세론에 밀려 반도체를 내놓겠다고 한 측면이 강했다. 김우중 회장은 구 회장의 반도체경영권 포기발언을 듣고, 청와대를 방문하여 김대중 대통령에게 “LG가 반도체를 내놓기로 했다” 고 보고까지 했다.

그러나 LG반도체의 구본준 사장과 구조조정본부의 전문경영인들이 구 회장의 결정에 항명하면서 급반전됐다. 구 사장은 재무구조와 기술력 등에서 현대를 앞선다며 경영권을 LG가 가져야한다고 구 회장을 설득했다. 구 회장도 반도체에서 분석한 자료를 보고는 반도체포기에서 반도체 수호로 마음을 바꿨다. 구 회장은 8월 30일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정부-재계간담회에서 “부실회사(현대)가 어떻게 우량회사(LG반도체)를 인수할 수 있느냐” 며 정몽구 회장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구본준 사장도 기자간담회를 잇따라 껍데기와 부실덩어리에 불과한 현대전자가 우량기업(LG)를 인수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홍보전을 전개했다.

반면 현대측은 무대응이 상책이라는 전략이다. 이미 객관적 자료나 여론에서 우위에 있어 굳이 대응해봤자 소득이 없다는 논리다. 형이 동생과 싸워 득볼게 없고, 조용히 어르고 달래 소기의 목적(경영권차지)을 달성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판단이다.

협상전망, 현재로선 오리무중

현재로선 오리무중이다. 그러나 이달말까지 타결키로 한 협상타결시한은 속속 다가오고 있다. 현재 양측은 회장급, 사장급, 부사장급, 실무자급 등 다양한 채널별로 협상을 벌이면서 이견을 좁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경영권고수를 외치면서도 양그룹에서 대표를 교대로 맞는 대표 순환경영, 반도체사업을 그룹에서 독립하여 제3의 법인설립후 전문경영인에 맡기는 것을 타협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대는 대산단지의 유화를 LG에 넘겨주고, 정부와의 협의하에 이동통신사업의 구조조정시 LG에게 PCS사업의 통폐합을 주도권을 주고, 동양 삼성 현대 등과 첨예한 지분경쟁을 벌이고 있는 데이콤경영권에 대한 보장을 해주는 것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는 이 카드가 청와대와 교감하에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을 흘리고 있다. LG가 이를 받아들이면 반도체경영권은 현대가 갖고, LG는 이동통신및 데이콤에서 실리를 취하는 윈-윈카드가 된다는 게 현대측의 분석이다.

이의춘·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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