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는 순간부터 고객만 생각" IBM 루 거스너 회장

09/24(목) 14:35

“한국은 우리에게 중요한 클라이언트(client)입니다. 한국경제가 곧 회복될 것이라 강하게 믿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컴퓨터 기업인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의 루 거스너 회장 겸 CEO가 9월13~15일 방한했다.

루 거스너 회장은 추락하던 IBM을 5년간의 경영 혁신을 통해 다시 컴퓨터 업계 정상의 자리에 서게 한 전문경영인.

최근 미국 주식시장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IBM주식은 초우량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탄탄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14일 신라호텔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5년전 22달러에 불과했던 IBM 주식을 126달러, 6배로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93년 4월1일 취임후, 불과 5년만에 성공적인 구조조정으로 IBM을 미국 전체 산업을 대표하는 본보기로 다시 자리잡게 한 것이다.

거스너는 어떻게 IBM을 기사회생 시킬 수 있었을까.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는“언제나 고객을 먼저 생각했던 것이 그 답”이라고 말했다.

“매일 아침 고객을 생각합니다. 조직이나 기업의 구성원들은 내부만을 들여다보는 경향이 있지요. IBM은 눈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고객을 생각합니다. 추진력은 밖에서 안으로 끌어당기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정보통신기술 기업구조조정에 적극 활용해야

IMF의 재탄생을 특집으로 다룬 영국의 경제전문지‘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6월6일자 역시 거스너 회장의 고객 최우선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93년 IBM의 회장을 맡았을 때 사실 IBM의 다양한 사업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대신 그는 ‘나는 고객이다.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거스너 회장은 IBM이 우수한 인력과 훌륭한 기술, 거대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은 외면하고 있음을 깨닫고 고객에게 최상의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집착했고, 그 집착은 또 다른 모험을 요구했다…. 이 결과, IBM은 사상 최고의 매출 및 순익 증가를 이룰 수 있었다.………’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거스너 회장은 한국기업의 구조조정에 대해서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그는 한국기업의 구조조정에 대해 말할 입장에 있지 않다고 한발짝 물러나면서도, 다음날(15일) 한국 CIO포럼 초청강연회에선 “한국처럼 경제위기를 겪는 나라일수록 정보 통신 기술을 기업구조조정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BM이 기업의 화두로 삼고 있는 전자비즈니스(E_Business)를 경영혁신의 도구로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비즈니스는 전자상거래보다 훨씬 포괄적 개념으로, 인터넷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중요한 거래를 가리킨다. 전세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선택과 편의를 제공해 줄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E트레이드 증권사의 경우 6년만에 인터넷으로 100억 달러에 이르는 주식을 관리하게 됐으며, 찰스 슈왑사는 인터넷을 통해 매주 20억 달러어치 이상의 주식을 거래하고 있다는 예도 들었다.

현재 한국의 전자상거래 규모는 98년 2억8천만달러 규모. 거스너 회장은 2001년 쯤이면 50억 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거스너 회장은“한국을 병문안 오듯 방문한 것은 아니다”며 자신의 방한과 한국 투자 계획프로그램이 연계돼 발표되는 것을 꺼려했으나, 어쨌든 한국 IBM에 대한 대규모 지원계획도 그의 방한일정에 맞추어 발표됐다.

한국기업과 전산 아웃소싱 합작 법인 세울 것

한국IBM이 거스너 회장 방한 일정에 맞춰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IBM은 한국 IBM의 종합적인 아웃소싱(외부발주)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향후 2~3년 동안 2억달러를 투자할 계획.

또 15일 IBM은 SK 그룹의 15개 계열사 전산실을 위탁 관리하는 전략적 제휴에 합의했다. 이외에도 IBM은 SK 컴퓨터통신과 SK텔레콤 산하 정보기술연구원을 인수, 합작법인을 세우는 협상을 진행중이다.

거스너 회장은 “아웃 소싱은 강력한 툴(Tool)”이라고 전제하면서, 앞으로 들여올 2억달러는 ‘구체적 프로젝트에 투입하지 않고 한국 IBM이 종합적인 아웃소싱 지원능력을 갖추고, 한국기업과 전산 아웃소싱 합작 법인 등을 세우도록 하는데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50세에 미국 최대의 종합식품회사인 RJR 나비스코에서 IBM으로 영입된 거스너 회장은 그동안의 성공으로 IBM이 쓰러지면 그 무덤위에서 춤 출 생각만 하고 있던 경쟁사 경영인들로 하여금 앞 다투어 자신의 경영모델을 따르게 만들고 있다.

“기업내에서는 낭만적 감수성 통용돼선 안돼”

자신의 경영스타일을 이야기해 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5년간 너무 바빠 나의 경영스타일이 무엇인지 나도 한번도 평가해 볼 여유가 없었다“고 웃어넘기면서 그는 대신 기업의 문화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21세기에 기업이나 조직이 성공하려면 수평조직을 토대로,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존의 수직 조직의 문화와는 다르겠지요.”

“사실을 모으는데는 객관적이고 냉정한 판단이 바탕이 돼야 합니다. 기업내에선 낭만적 감수성이 통용되서는 안될 것입니다.”

“우리회사가 1위인지 아니면 2위, 3위인지 판단하고 잘못 판단됐다고 생각하는 사업은 과감히 발을 빼야 합니다. 경쟁사와 경쟁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는가 늘 자문해 봅니다. ”

그는 42년 뉴욕 미네올라에서 출생, 미국 다트마우스 대학과 하버드 비즈니스스쿨(경영학석사)을 졸업했다. 교육문제에 관심이 높아 ‘교육의 재창조, 미국 공립학교에서의 기업가정신’(Reinventing Education: Entrepreneurship in America’s Public Schools)이란 책을 공동집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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