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냐 투자냐" 팽팽한 '물싸움'

09/16(수) 15:37

DJ 정부의 팔당수질대책이 상수원 지역주민들의 공청회장 점거사태로 시작부터 험로(險路)를 달리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반발은 어느정도 예상된 것이지만 수위가 이 정도로 높아진 것은 의외라는게 정책입안자들의 생각이다. 더구나 과거 상수원정책 발표때 지역주민들의 저항이 아직 대립의식이 그다지 깊지 않았던, 즉자적이었던데 반해 이번에는 나름대로 대응논리를 개발해 홍보전을 전개하고 있는 점도 정책입안자들을 당혹케 하는 대목이다. 이러고 보니 정부도 대책의 당위성을 알리기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지 않을 수 없게 됐고 양측논쟁은 9월4일 환경운동연합, 5일 경실련, 6일 녹색연합이 잇따라 개최한 토론회를 통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른바 ‘팔당논쟁’의 핵심쟁점은 규제와 투자 중 어느 것이 팔당수질개선을 위해 더 중요한가하는 점이다. 양평군 가평군 남양주시 여주시 등 팔당호변 경기지역 10개 시·군 주민들이 결성한 경기동부권연합궐기대회조직위원회(경기조직위)는 2일 경기 양평군 강상체육공원에서 열린 ‘환경정책 규탄을 위한 경기동부권 10만인 총궐기대회’에서 성명서를 통해 “환경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행한 물 문제를 규제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주민 “실효성에 의문, 시설확충 우선돼야”

경기조직위 관계자는 4일 환경련 공청회에서 “팔당호 오염은 투자부족에서 기인한다”며 대표적인 예로 팔당주변 시·군의 하수처리율이 52%로 전국평균인 54%에도 못미친다는 통계치를 제시했다. 돈을 더 들여 하수처리율을 서울과 같이 100% 가까이로 끌어올리면 현재 하수처리 기술로도 충분히 1급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밖에 강바닥에 1~12㎙나 쌓인 오니를 준설하지 않아 오염이 가중되고 있는 점, 빗물관로가 부족해 하수와 빗물이 섞인채 하수처리장으로 흘러드는 점 등 팔당호 오염을 일으키는 다른 주요요인들도 모두 투자개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대해 이번 대책의 총지휘자인 최재욱(崔在旭) 환경부 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환경투자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수질개선에 실패한 것은 94년 국토이용관리법 개정 이후 토지를 개발용도로 변경하는 것이 쉬워지면서 강변에 무수한 접객업소가 생겨나는 등 확실한 규제정책을 펴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최 장관은 또 “이번 대책의 가장 큰 의의는 지금까지 오염원은 그대로 두고 환경투자만을 늘려왔던 과거의 잘못을 인식하고 오염발생량 감축에 역량을 집중키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책입안에 참여했던 환경부 곽결호(郭決鎬) 수질보전국장은 투자를 마냥 늘려갈 수만 없는 현실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가용예산을 모두 동원하고 서울과 인천 시민들로부터 새로 지원금까지 받아 팔당호 주변의 하수처리율을 81.5%까지 높여도 수질개선목표치인 1급수에는 여전히 20~30% 미달, 부득이 규제강화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역주민들은 세부 규제내용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새로운 공장, 접객업소, 대규모 축산시설의 신축이 금지·제한되는 수변구역을 강 양쪽 500~1,000㎙에 만들고 산림벌채 등이 금지되는 보안림을 강 양쪽 5,000㎙ 구간에 지정하며 강변 300㎙를 매입·임대해 완충녹지로 조성한다는 3가지 규제와 관련, 양평범군민대책위원회(양평범대위) 관계자는 “수변구역 경계인 1,000㎙ 바로 밖에서 발생하는 오염은 그대로 둔채 경계 안쪽에만 각종 보호조치를 적용한다고 무슨 실효성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환경기초시설로 철저하게 정화하지 않는 이상 경계 밖의 오염물질은 수변구역 보안림 완충녹지를 통과해 강으로 흘러든다는 논리이다.

환경부 “보호구역, 과학적 판단에 따른 것”

반면 환경부는 각종 보호구역의 거리는 면밀한 과학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수변구역의 경우에도 500㎙ 이내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은 98%, 1,000㎙ 이내는 95% 전달되는 반면 1,000㎙ 밖에서는 전달률이 50~90%라는 미 일리노이 주립자연조사소의 연구결과를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재원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강원지역의 한 시의원은 “환경관련설비가 사회간접자본이라는 점, 팔당호 주변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이 열악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환경기초시설의 건설·운영비용은 모두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국고지원분을 눈꼽만큼 올려주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방자치단체가 자기 재원으로 환경기초시설을 건설·운영하라 했다”고 말했다. 특히 비용의 상당부분을 서울과 인천시민이 새로 물게될 원수부담금(수도료에 부과)을 통해 조달할 계획인데 서울시나 인천시가 갑자기 원수분담금을 못주겠다고 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국고부담은 지금으로서도 과하다는 것이 경제관련부처의 입장이므로 환경기초시설을 모두 국가재원으로 건설하자는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원수부담금이 이전되지 못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법개정을 통해 확실한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안의 추진기간이 2005년까지 8년으로 잡힌데 대해서도 이견이 크다. 지역주민들은 “선진국도 산업혁명으로 발생한 수질오염을 복구하는데 70~80년이 걸렸는데 IMF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8년만에 수질이 좋아지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반면 환경부측은 “역대 정권이 임기안에 물을 살린다는 무리한 정책을 펴온데 비해 신정부는 물 살리기에 비교적 오랜 기간을 잡고 있다”며 “모든 한강수계의 유역별 오염발생총량과 환경투자계획 규제실현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이므로 그대로만 시행되면 8년안에 1급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책을 추진하면서 너무 서둘렀다는 지역주민과 시민환경단체의 지적에는 환경부도 공감하고 있다. 당초 환경부는 8월25일 공청회에서 대책안을 추인받고 정기국회에서 관련법안을 통과시켜 속전속결로 끝낸다는 계획이었으나 지역사회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자 전략을 지구전으로 바꿨다. 환경부는 앞으로 지역별 토론회를 개최하는 한편 주민대표와의 비공식적인 대화도 지속할 계획이다. 경기 충북 강원지역의 주민단체들도 공청회에서의 과잉대응이 여론을 불리하게 몰고갔다는 판단 아래, 2일 궐기대회 이후에는 집회나 시위보다는 국민들을 상대로 한 설득작전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이 환경부 대책안의 철회를 지역공청회와 협상 참여의 전제조건으로 제기하고 있어 지금의 대화국면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속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은호·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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