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를 싸고 있는 삼각지의 24시간 풍경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11월 중순 아침공기가 쌀쌀한데도 땀복차림에 연병장을 도는 영관장교들이 줄잡아 50여명 넘게 늘었다. 국방회관 지하에 있는 헬스장에도 비지땀을 흘리는 장군과 영관장교들도 부쩍 늘었다.

영내뿐이 아니다. 모처럼 찾아온 야전동기생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다 분위기가 살면 군용양주에 폭탄주가 돌아가던 삼각지의 술집들은 9시가 조금 넘으면 문을 닫아야 한다.

평소 두주불사에 배가 나온 신모대령(48)은 “아내와 아이들로부터 ‘밥좀 적게 먹어라, 운동좀해라, 술좀 작작 마셔라’ 는 성화에 매일같이 시달리고 있다” 며 “동기생들이 아침운동을 시작한 것을 보니 불안하기 짝이 없다” 고 갑작스런 변화에 당황해 했다.

삼각지의 풍속을 바꾸고 있는 군인들의 몸만들기는 배가 나오는 등 체력이 약한 군인은 앞으로 ‘되기만 하면 100가지의 예우가 달라지는’ 별을 달 수 없기 때문.

내년부터 체력검정에서 불합격하면 강제전역

국방부는 내년부터 4, 5월에 실시하는 정기 체력검정제도를 대폭 강화, 한종목이라도 불합격하면 강제전역 시키기로 했다. 단 불합격판정을 받고 3개월후에 실시하는 2차 측정에서도 탈락할 경우. 특히 창군이래 실시하지 않았던 여군에게도 체력검정을 실시키로 했다.

국방부의 ‘폭탄선언’ 은 극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아 전투를 치러야 하는 군인들이 몸관리를 게을리해 배불뚝이 등 체력이 약한 ‘앉은뱅이’ 로 전락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정책에 반영된 것. 이와함께 70년대 출생한 신세대장병들도 허우대만 멀쩡할뿐 행군에서 낙오하는 등 지구력이 떨어져 군전체의 체력저하가 심각한 문제로 지적돼 왔었다.

장교와 하사관들의 체력검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64년부터 매년 대령이하 간부들을 대상으로 ▲1.5㎞달리기 ▲10㎙왕복달리기 ▲턱걸이 ▲윗몸일으키기 ▲제자리멀리뛰기 등 5종목의 체력검정을 실시해 왔다. 각 100점씩 500점만점에 180점이하를 받으면 불합격판정을 받아 인사상 불이익도 받았다.

통상 장군진급을 앞둔 연령인 46-50세의 경우, 1.5㎞달리기는 7분50초내, 왕복달리기는 11초8분내, 턱걸이는 5회, 윗몸일으키기 18회, 멀리뛰기는 2㎙를 넘으면 200점으로 체력검정을 통과할 수 있다.

기초체력을 측정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인정에 끌리는 사회통념 때문에 체력검정은 말랑말랑한 판정관으로부터 대충대충 요식행위로 실시됐다. 아예 안 받아도 부하들이 알아서 챙겨주기도 했다.

대부분의 장교들은 인사기록카드에 20대 초반의 탄탄한 체력을 가진 군인이나 받을 수 있는 ‘만점’ 이 기록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돼 버린 것이다.

이에따라 국방부의 개선안은 우선 판정을 어떻게 엄격하게 실시하느냐, 또 군인들에게 스트레스는 주지 않으면서도 적어도 운동을 게을리하면 통과하지 못하는 적정한 기준을 마련하는데 맞춰져 있다.

“체력약하면 장군진급 꿈도 꾸지 말아야”

국군체육부대가 마련중인 시안에 따르면 체력검정의 판정관을 현재 차상급부대에서 차차상급부대로 격상시켜 ‘봐주기’ 소지를 줄이고, 진급대상자들은 아예 국방부나 각군본부에서 대상자 스스로가 감시자가 되는 가운데 실시키로 했다.

기준은 외국사례를 참고하고 연령별 평균체력을 측정한 결과, 현재 실시하는 체력검정 기준이 타당성있는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그대로 적용할 방침이다.

대신 종목을 ▲1.5㎞달리기 ▲턱걸이 ▲윗몸일으키기로 단순화하고 한종목이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불합격시키기로 했다.

국군체육부대 관계자는 “체력검정에서 합격하려면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몸을 만들어야 한다” 며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등 정책부서에서 의자에서만 생활하다가는 백발백중 불합격, 장군진급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검은 선글라스에 가죽장갑, 오른손에는 지휘봉을 들고 적당히 나온 아랫배에 힘을 준 ‘장군의 전형’ 은 더이상 볼 수가 없을 전망이다.

정덕상·사회부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