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제주인심 한아름 받아 갑서게"

09/30(수) 14:07

‘푸른제주,빛나는 체전,위대한 한국’

제79회 전국체육대회가 9월25일-10월1일‘평화의 섬’제주에서 열렸다.

7일동안 39개종목에 15개시·도와 12개 재외동포선수단 2만1,482명이 참가해 1년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겨루었다.

이제는 전국체전이 60년대 시골 국민학교 가을운동회정도로 시들해졌지만 이번 체전은 달랐다. 제주도민들은 사상 처음으로 유치한 전국체전을 준비하면서 마치 올림픽이라도 유치한듯 설레임속에 들떠 있었다. 어느 도가 우승하느냐, 한국신기록이 몇개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저 육지손님들이 불편없이 지내다 가면서 “제주 인심은 아직도 안 변했더라”“대접 한번 잘 받았다”는 등의 치레말이라도 듣고 싶었다.

주경기장인 제주종합경기장을 비롯해 제주도 전지역의 45개 경기장에서 나누어 열린 이번 체전을 위해 제주도는 150억원을 들여 기존 33개 경기장을 손질하고 264억원으로 12개 경기장을 새로 지었다. 제주도는 그러나 어려운 나라살림을 감안해 운영예산도 체전사상 가장 적은 86억원만을 들여 , 이번 대회를 ‘경제체전’으로 꾸렸다.

또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도내 20여개 기업체나 단체, 개인등이 기꺼이 내놓은 후원금으로 체전홍보를 위한 아치나 애드벌룬 각종 팜플릿을 제작했다. 체전기획단은 이번 체전이 제주의 특색을 살리는데 주안을 두고 식전후행사, 카드섹션,각종홍보물에 제주의 색을 심는데 주력했다. ‘잠녀’(해녀)를 대회마스코트로 정한 것부터 제주색이 물씬 풍겼다. 또한 식전후행사에서 연인원 1,432명의 학생과 일반인들이 출연해 제주의 독특한 풍속과 문화를 표현한 ‘물허벅춤’과 ‘덕담나누기’‘방앗돌 굴리는 소리’‘꿈꾸는 이어도’등이 탐라냄새가 물씬 풍기는 볼거리였다.

출연진들은 짧은 시간의 공연을 위해 체전이 열리기 50일전부터 연습을 하느라 비지땀을 흘렸지만 실로 오랫만에 받는 박수에 그동안의 피로를 말끔히 씻을 수 있었다.

섭씨 34도를 오르내리는 뙈약볕속에서 연습을 강행하느라 일사병으로 몇몇 사람들이 병원에 실려갔지만 나머지는 오직 체전을 성공시키기위해 묵묵히 땀을 흘리며 연습을 계속했다.

체전관계자들은 언제부터인가 ‘동네잔치’로 전락해버린 전국체전이 제주에서 사상 처음 열린다고 알아줄리는 없어도 뭔가 색다르고 열심히 준비했다는 칭찬 한마디쯤은 듣고 싶었다. 실제로 제주풍광과 인심에 반한 선수·임원들이 대회가 끝난뒤“수고 많았다”는 작별 인사를 듣자 고생의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았다.

마침 불어닥친 경기침체도 국민들을 전국체전에 무관심하게 만드는데 한몫을 했지만 이미 체전이 무시당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됐다. 국민들은 86 서울 아시안게임, 88 서울올림픽을 치루고 난뒤라 체전정도는 흥이 안난다. 2002년 축구월드컵까지 유치한 마당에. 또한 무엇보다 프로만능주의 풍조가 아마추어스포츠를 우습게 보게 만들었다.

체전이 열리기전이나 대회기간중에도 체전기사는 매스컴에서도 ‘찬밥’신세였다. 제주에서는 “체전에 참가한 2만1,482명의 선수·임원을 모두 합쳐도 박찬호 1명만큼도 못하다”는 자조적인 말이 나돌 정도였다. 그러나 제주도민들을 성의를 다했다. 비록 국가 전체로 봐서는 ‘동네잔치’수준이지만 제주도로서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정도의 비중을 지녔기 때문이다.

전국의 선수·임원들이 한섬에 모였다. 체전기획단은 때문에 ‘푸른 제주.빛나는 체전,위대한 한국’이라는 주제외에 ‘화합’이라는 또다른 명제를 내걸었다. 이를위해 고안한 것이 자매결연사업. 참가선수단의 사기를 높이고 따뜻한 인정을 심을 수 있도록 미리 자매결연을 추진했다.

체전기간동안 제주를 찾은 18개시·도의 34개종목 607개팀과 자매결연을 맺은 제주도와 각시·군 사회단체들은 제주를 찾은 선수단과 관광객에게 친지·친구처럼 열성을 다했다.

이들은 과거처럼 단순한 경기응원차원에 머물지 않고 숙소를 방문해 격려하고 시간이 나는대로 자동차를 몰고와 관광안내와 생선회도 대접했다.

특히 자매결연팀들은 선수들이 제주도민들과 화합과 동질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하루밤의 민박을 제공하기도 했다.

일부특급호텔들도 체전기간동안 제주인심을 보여주기 위해 숙박비와 부대시설이용료를 최고 50%까지 할인해 주었다.

남제주군 표선면연합청년회(회장 송창열)는 지역에서 벌어지는 경기참가선수·임원 994명에게 제주석으로 정성껏 만든 돌하루방 마스코트를 선물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자원봉사활동도 활발했다. 1,362명의 자원봉사자들은 경기장안내에서부터 의료봉사 주차안내 급수봉사 프레스센터지원등 12개분야에서 봉사활동을 벌였다.

대회 직전인 9월 23∼24일 2일동안‘한마당축제’인 한라문화제도 벌어졌다.

제주민속제전인 한라문화제에는 미리 도착한 선수들과 관광객들에게 토속 볼거리도 있었고 제주의 맛을 볼 수 있는 향토음식점도 개설됐다.

이기간중 볼만한 것이 성화봉송장면이었다. 제주도를 한바퀴 도는 196㎞ 42개구간중 6개구간의 성화봉송은 역대 체전에서는 볼수 없는 장면이었다.

23일새벽 강화도 마니산 첨성대에서 채화된 성화가 이날 오후3시30분에 제주공항에 도착해 곧바로 자전거에 실렸고 조랑말이 이어받고 해녀에게 인계됐다.

성화는 또 제주의 노동복인 갈옷(칡옷)을 입은 주자에게 건네졌다. 372명의 성화봉송 주자가운데 최고령 주자인 조신근옹(70·북제주군 한림읍)은 완주후에 “이번 체전을 계기로 IMF시대를 넘어 우리민족이 새출발을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기원했다.

전국체전기획단 오재윤단장은 “이번 대회의 성공은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철저히 한 덕보다는 전국에서 모인 선수·임원들이 잘 협조를 해주었기때문에 가능했다”며 “이번 제주체전으로 우리 민족의 화합을 다져 이 국가적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김재하·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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