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떼가 한 무리 날아간다. 끼룩끼룩…. 뒤이어 등장하는 미사일. 한참을 앞으로 나가자 새들이 그 위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카툰 제목은 ‘장거리 미사일’. 깔끔한 필치에 전쟁과 평화를 한꺼번에 연상시킨다.

카툰 하나 더. 한 학생이 치과에 가서 입을 아 벌린다. 어금니쪽에서 벌레가 벌름벌름 움직인다. 벌레 옆으로 느닷없이 나타난 새가 부리로 벌레를 잡는다… 그런데, 이 새는 충치 제거하는 기구…였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움직이면서 소리 나는 카툰이 인터넷에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이트 제목은 ‘박구원의 Cartoon 세상’(http://www.dedo.co.kr). 지난 6월부터 컴퓨터 통신‘채널 아이’에 유료로 게재하는 것을 이달초부터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 누구나 마음대로 볼 수 있게 했다.

이 사이트에 카툰을 올리는 카투니스트 박구원(31·한국일보 편집디자인부 기자)씨는 특유의 깔끔한 선처리와 기발한 발상이 장기.

움직이는 카툰 제작과정은 이렇다.

박씨가 하나의 카툰당 5,6컷의 컬러 원화를 그리면 대도네트멀티미디어프로덕션(대표 박명욱)이 이를 바탕으로 초당 5프레임의 동영상을 제작, 20초짜리 애니메이션으로 완성한다.

새로 개발된 동영상 제작방식인 ‘플래시’(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전송용량을 최소화하는 방식) 기술을 이용해 일반 모뎀 접속자들도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즐길 수 있다.

현재 저장된 카툰은‘병아리’‘고질라’‘두더지’‘너무 뜨거웠나’‘응큼한 색시’등 80여개. 신문이나 잡지등 다른 매체에는 한번도 공개한 적이 없는 것들이다. 매일 1편씩을 새로 올린다.

박씨는 “카툰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됨으로써 그만큼 메시지가 강해졌다”며 “일상에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골라 재미있게 꾸미고 싶다”고 밝혔다. 이광일·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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