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세상읽기] 영화 '왝 더 독'과 진실의 실체

09/16(수) 11:37

배리 레빈슨 감독의 <왝 더 독>이 국내 개봉됐다. 급기야 “클린턴의 대통령 자리까지 흔들고 있는 섹스 스캔들을 족집게처럼 예견하고, 그것의 실체까지 들여다 보았다”하여 전세계로부터 관심을 끈 영화다.

선거 12일전 재선을 노리는 미 대통령이 백악관에 견학온 한 걸스카웃 단원을 추행한다. 여론이 들끓고, 야당 후보는 그 약점을 물고 늘어지며 사퇴를 요구한다. 지지율도 급격히 하락한다. 다급해진 백악관은 정치모사꾼 브린(로버트 드니로)을 부른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였다. 브린은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인 모스(더스틴 호프먼)과 손을 잡고 ‘지퍼게이트’라는 쇼를 연출한다.

바로 가짜 전쟁놀이다. 할리우드 배우와 영화음악가가 합세하고, 컴퓨터그래픽등 최첨단 영상테크놀로지가 동원돼 알바니아와 벌이는 영상전쟁. 르윈스키와의 섹스스캔들에 휘말린 클린턴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수단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사일공격을 가한 것과 수법이 너무나 똑같다.

마을이 불타고, 강간당한 소녀가 절규하고, 대통령은 미국으로 건너온 그 소녀를 만난다. TV는 그것을 그대로 뉴스로 내보내고, 국민들은 그 뉴스를 보며 지구상의 또다른 테러집단에 대한 분노한다. 그것으로도 여론조작이 여의치 않자, 브린과 모스는 ‘헌 신발’이라는 별명을 가진 슈만 하사란 가공인물을 인질로 만들어 그를 구출하는 작전을 벌인다. 그의 별명과 제목이 같은 노래가 만들어지고, 죄수에 불과한 가짜 슈만이 사고로 죽자 그를 영웅으로 만들어 버린다. 결과는 성공. 대통령은 다시 당선된다.

어디에도 진실은 없다. 미디어를 통해 나가는 현실보다 더 현실감이 있는 영상, 백악관의 브리핑을 사람들은 ‘진실’이라 믿을 뿐이다. 그것도 첨단정보화시대가 낳은 열매라고 기뻐하면서. 물론 영화는 정치적 풍자쪽에 초점을 맞췄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진실도 얼마든지 조작하고 왜곡할 수 있는, 가장 애국심이 적은 정치인의 구역질 나는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드러난 또 다른 것이 우리를 섬뜩하게 한다. 바로 정보와 진실의 문제로 혼란스럽다. 감독은 브린과 모스의 입을 빌어 “국민이 전쟁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뭔가. CNN뉴스에서 본 폭격장면 뿐이지 않는가”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뉴스화면을 통해 분명 확인했다고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우리가 ‘바보’는 아닌지. 걸프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테러는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 조작인가.

첨단정보의 위력. 그것은 곧 절대권력이 된다. 영화는 정보와 최첨단영상기술이란 바로 ‘진실의 독점’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미국이나 일본이 “이것이 진리요”라고 하면 그것을 확인할수 없는 정보기술을 가지지 못한 나라는 그것을 믿을 수 밖에 없다. 당장 북한이 쏜 무엇인가를 처음 미국이 “대포동 1호”라고 하면 우리는 그렇게 믿어야 하고, 다시 “인공위성”이라고 말하면 또 그렇게 믿을수 밖에 없지 않는가.

이대현·문화과학부기자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