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김미숙, 서른 아홉의 '황홀한 신혼'

09/16(수) 11:45

지난 4월 어느날이었다. SBS FM ‘아름다운 이 아침’을 마치고 성산동으로 향하던 김미숙(39)의 차는 당인교를 지나고 있었다.

아마 창문이 열려있었던 모양이다. 파란 하늘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무척 싱그럽다고 느꼈으니까. 보이기에 한치정도 아래를 흐르는 강물은 연신 쉴틈없이 반짝이고….

핸드폰이 울렸다. 최정식씨(35)다.“하늘 보여요?”“보여요.”“날씨 참 좋죠? 우리 결혼합시다”한 호흡쯤 쉬었나보다. “그래요.”

9월1일 4살 연하의 뮤직디렉터 최정식씨와 “11월16일 결혼합니다”고 발표한 탤런트 김미숙이 밝히는 프로포즈의 순간이다.

트렌치코트 혹은 김이 모락이는 커피잔쯤이 어울리는 여자 김미숙이 시집간다. 서른 아홉해를 올곧게 ‘혼자몸’이었던 터라 뜻밖이다. 남편감이 네살 연하라서 더욱 그렇다.

“한번도 독신주의자라고 말한 적 없어요. 그저 상대를 못만났을 뿐이죠. 결혼하게 된 것도 외롭고 쓸쓸해서가 아니라 최정식이란 좋은 친구를 만나고 보니 같이 밥먹고 함께 여행하고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서죠.”

그러고보면 김미숙이 말하는 좋은 친구 최정식씨가 궁금해진다. 최정식씨는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뉴욕의 비주얼 전문학교 VMI서 수학한 후 89년 광고회사 오리콤에 입사, CF음악을 만들었다. 오리콤 오디오팀 차장에서 금년초 독립, 영화 방송 이벤트 CF음악 제작 전문업체 ‘뮤직 몽타쥬’를 설립해 현재 멀티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모자람도 넘치지도 않는 편안한 남자”

김미숙과는 지난해 7~8월 두달간 ‘아름다운 이 아침’의 진행자와 게스트로 처음 만났다. 김미숙은 결혼발표회장서 최정식씨를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아 편한 남자’라고 평한바 있다. 당시에도 최정식씨의 이런 장점에 김미숙은 호감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호감의 색깔이란 것이 ‘좋은 남자’라기보단 ‘좋은 사람’이었다고 김미숙은 말한다.

최정식씨의 코너가 끝나고도 한참 지난 지난해 9월24일(김미숙은 기억을 못하지만 최정식씨가 확인했다) 김미숙은 최씨로부터 의외의 전화를 받았다. 데이트 신청이었다. 특별한 느낌없이 자리에 나간 김미숙에게 최정식씨는 조그만 선물을 내밀었다. 보랏빛이 감도는 조가비 귀걸이였다. 당시 김미숙의 멘트는 “저보다 어린데 절 여자로 생각하면 곤란해요”였고 최씨의 답변은 “저는 남자로 만나고 있는 겁니다”였다. “그런데 만나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정식씨는 점점 친구처럼 대해주는데 전 문득문득 남자를 느끼게 되는 것 있죠.”라며 터뜨리는 김미숙의 웃음에 살짝 민망함이 담긴다.

확실히 요즘의 김미숙은 웃음이 늘었다. 본인말처럼 결혼을 앞두었다고 흥분할 나이는 아니지만 여자이기 때문에, 아니 초혼이기 때문에 설렘조차 없을 순 없다.

이제부터 더불어 산다니 혼자 살아온 지금까지도 궁금해진다.

1남4녀의 장녀인 김미숙은 지난 91년 서교동 본가로부터 독립했다. 바로 밑의 남동생이 결혼과 함께 본가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어쩐지 동생내외가 혼자 사는 누나를 부담스러워 할 것 같아서 짐을 꾸렸다.

이후 87년 개원한 사랑유치원 인근 성산동의 한 빌라를 보금자리삼아 지금껏 살아왔다. 촬영마친 늦은 밤 불꺼진 집에 들어가는 것이 좋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싫다는 느낌도 없었다. 물론 외로운 순간들이 없진 않았지만 그때마다 자가발전하며 긍정적으로 독신을 즐겨왔다.

김미숙은 현재 한국 여행인 클럽(KTC) 부회장의 직함을 갖고 있다. 만화가 고우영씨가 회장이고 디자이너 이리자씨 MC 황인용씨 등이 회원으로 돼있다. KTC는 1년에 한번 해외 오지여행을 하고 4월엔 장애인과 그 가족을 초청해 국내여행을 한다. 9월에 있는 국내여행은 회원간의 단합대회 형식으로 치러진다. 그덕에 중국 해남도 몽골 파키스탄 오지까지 처음 듣는 사람으로선 놀랄만한 여행경력을 갖고 있다. 독신의 김미숙이 생활을 즐겨온 한 방식이다.

당연히 최정식씨도 KTC의 통과의례를 밟아야했다. 3일 모임에서 ‘여행스케줄에 지장을 주어선 안된다’는 단서를 달고서야 두사람의 결혼은 추인될 수 있었다.

“결혼은 좋은 조건에서 시작하는 비즈니스”

김미숙은 사랑유치원을 운영하게 된 이유에 대해 “잘 늙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누군가가 자신을 선택하는 연기자란 직업에서 보다 자유롭기 위해서, 또 항상 긴장하고 즐거워하며 살 수 있는 삶을 위해서”란 부연 설명도 붙인다.

현재 유치원 선생인 여동생의 권유로 86년 이화여대 평생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1년 받고나니 자신이 생겨 차렸다. 보다 잘해보자고 방송통신대학 유아교육과를 89년 졸업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경영경력 11년째 접어든다. 역시 김미숙의 혼자살기의 한 방식이었다.

혼자살기가 마냥 좋았을 수만은 없다. SBS TV 드라마 ‘고백’을 찍을 때였다. 추운 겨울날 촬영을 하다보니 온몸이 욱신거리는데 특히 등이 아팠다. 파스를 사들고 아무 생각없이 집에 들어왔다. ‘이제 붙여야지’하는데 손이 닿지 않았다. 스스로가 처량했다고 한다.

어쨌거나 이제 김미숙은 혼자가 아니다. 김미숙은 결혼에 대해 ‘상당히 좋은 조건에서 시작하는 비즈니스’라고 말한다. 어차피 비즈니스이긴한데 사랑과 신뢰를 깔고 있어서 조건이 대단히 좋다고 말한다. 덧붙여서 사람들이 사회생활하며 성공을 위해 열심히 뛰듯 가정에서도 최선을 다한다면 행복이란 성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쯤되면 김미숙의 ‘비즈니스 결혼관’이 이해가 된다.

한살 어린 형부를 두게된 여동생의 축하덕분에 결혼까지 아무런 난관이 없다는 김미숙.‘지나간 바람은 춥지 않다’고 11월 어느날 트렌치코트에 커피 한잔 들고 독신의 추억을 행복하게 곱씹어볼 김미숙을 기대해 본다.

김재동 ·일간스포츠 연예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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