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엿보기] 무심의 경지에 다다른 '사람죽이기'

09/24(목) 11:40

라는 올리버 스톤의 영화도 있었지만, 별 이유없이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가 현대에는 적지 않은 모양이다. 불행한 어린 시절, 흔한 예로 아버지의 폭력과 가출, 신경병에 걸린 어머니의 자살, 양부모나 고아원 원장, 혹은 소년원 직원의 학대와 성추행 등을 살인범의 내면 심리나 살인 원인으로 그리는 영화는 이제 고전적이고 상투적인 영화로 내몰림당할 지경이다. 뚜렷한 동기없이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다 눈이 맞은 막가는 청춘들이 재수없이 걸린 이들을 끔찍하게 난자한 후 싸구려 모텔에서 섹스를 즐긴다. 혹은 사람 가죽을 벗기는 잔인한 연쇄 살인범이 감옥에서까지 그 좋은 두뇌를 굴려 밖의 사람을 조종해서 계속 살인을 저지른다.

이같은 살인 묘사를 현대 사회의 병폐와 연결시켜 분석하는 학자들이 있는데, 그런 유추가 가능하다 해도 끔찍함이 덜어지는 건 아니다. 칼로 난자하거나 목을 덜컹 떼어내어 내던진다거나, 토막 살인, 목조르기, 죽도록 두드려 패기 등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나치다. 거기다 이런 희대의 살인마는 결코 응징당하는 법이 없으며, 더욱 무서운 살인을 예고하며 당당히 사라진다.

<헨리; 연쇄 살인범의 초상 Henry; Portrait of a Serial Killer>(투데이 홈 출시)은 무심한 경지에 이른 연쇄 살인범의 범죄 행각을 충실하게 따라간다. 텍사스에 실존했던 연쇄 살인범 헨리 리 루카스 사건을 바탕으로 한 존 맥노튼 감독의 90년 작 <헨리->는 X 등급을 받았고, 주연 배우 마이클 루커는 영국 잡지 '엠파이어'가 뽑은 영화사상 최고의 악역 2위로 뽑혔다. 1위는 <양들의 침묵>의 안소니 홉킨스. 컬트 영화의 반열에 오른 <헨리->의 속편 <헨리; 연쇄 살인범의 초상 2 Henry; Portrait of a Serial Killer 2>(투데이 홈 출시)의 감독은 척 파렐로다. 파렐로는 콜럼비아 대학에서 영화를 전

공했고, 맥노튼 감독의 <헨리-> 제작 당시 홍보를 맡았다고 한다. 이후 맥노튼 감독의 <매드 독>과 의 제작에도 참여하여 인연을 두텁게했고, 1년여의 시나리오 준비 끝에 <헨리-> 속편을 허락받았다고 한다.

즉 <헨리-2>는 <헨리->에 대한 존경의 염으로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헨리-2>의 도입부나 이후의 사건 전개, 인물 구도나 성격 등은 1편과 유사하다. 다른 점이라면 1편보다 카메라가 안정되어 보다 쿨하게 느껴진다는 점 정도이다. 마이클 루커가 속편에 출연하지 않은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속편의 주연배우 닐 기운톨리 역시 동기없는, 무심의 경지에 이른 살인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옥선희·비디오칼럼니스트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