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염] 서울대 이은옥교수의 '관절염 체험'

10/22(목) 11:48

서울대 이은옥교수(57·간호학)는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중년을 고통과 우울속에서 보냈다. 무려 24년간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으면서 민간요법등 온갖 치료법을 시도해보았다. 정형외과와 내과를 오가며 주치의가 4번이나 바뀌는 시행착오를 겪었으며 거동을 할 수 없는 반(半)폐인의 상황에까지 이르기도 했다.

류마티스 관절염이 처음 발병한 것은 74년. 동남아 출장도중 갑자기 발바닥 관절에 통증이 오면서 부터다. 발바닥 관절에서 시작된 통증은 몇달뒤 손가락 마디로 옮겨갔다. 두차례 정밀검사를 받았지만 원인불명.

1년뒤엔 통증이 왼쪽 손목으로 옮아갔고 이때에야 혈액검사를 통해 비로소 류마티스가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초기 몇년간 고통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무릎관절에는 이상이 없어 사회활동과 생활에 별다른 지장을 받지 않았다. 병은 느린 진행을 보였다.

79년 미국유학당시 만성이 된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었다. 미국의사와 간호사등으로부터 들은 많은 조언가운데 상당부분이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널리 이용되던 스테로이드를 먹지말라는 것이었다. 부작용으로 폐인이 된다는 것이 이유.

이교수는 주로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사용됐던 아스피린을 많이 먹었다. 장기복용을 하다보니 위출혈과 소화가 잘않되는 부작용이 나타났고 후에는 귀가 울리는 현상도 나타나 이교수를 괴롭혔다.

민간요법도 해보지 않은 것이 별로 없을 정도. 한방에서부터 두충차, 벌침, 고양이 고아먹기등 류마티스에 효험이 있다는 다양한 요법을 시도해보았다. 속설에 효과가 좋다는 고양이는 몇달간 통증이 나아지는 증세를 보였지만 끊은지 1주일만에 병이 도졌다. 관절염이 오래 지속되다보니 ‘귀가 얇아져’병에 좋다는 모든 요법에 마음이 갔다. 이 모든 것이 병을 키우는 원인이 됐다.

88년은 이교수에게 있어서 암흑과 고통, 그리고 우울의 시간이었다. 관절마디마디가 아파왔고 잠자리에서도 뒤척일때마다 통증에 깰 수밖에 없을 정도. 통증과 만성피로가 계속됐다. 화장실도 혼자 힘으로 갈 수 없었고 휠체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거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병세가 악화됐다. 4남매와 남편, 친정어머니도 이교수의 수발을 들어야 할 정도. 병마에 시달리는 이교수를 지켜봐야하는 가족들의 고통도 컸다. 결국 이교수는 휴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교수는 이때 “‘내가 이런 상태로 살 필요가 있나’하는 심정이 들었다”고 말한다.

89년말 친지의 소개로 류마티스 관절염에 정통하다는 내과의사를 찾았다.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해서는 반(半)의사나 다름없었던 이교수가 처음던진 말은 “스테로이드는 절대 안먹습니다”였다.

이교수의 생각과는 달리 스테로이드는 소량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현저히 줄어드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이전까지는 극도로 꺼려했던 소량의 스테로이드가 포함된 복합처방약을 꾸준히 먹었다. 3개월정도지나자 통증이 줄어드는 등 어느정도 효과가 나타났다. 이때부터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계속하고 관절에 부담을 주지않기 위해 체중조절에 힘썼다.

이교수는 “관절자체에 이상이 있더라도 주위 근력을 강화시키는 것만으로도 활동에 따른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교수는 요즘도 근력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정상인에 가까울 정도로 몸을 회복한 것은 이로부터 거의 5년이 지난 94년께. 연골이 파괴돼 왼쪽 손이 약간 변형된 것외에 지금 이교수는 무려 24년간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아온 만성질환자라는 사실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이교수는 “끈기있게 약을 먹고 근력을 키우기 위해 열심해 노력한 것이 병세 호전의 계기였다”며 “많은 환자들이 약의 부작용때문에 1년이내 치료를 중단해 병세를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이교수는 “만성이 될수록 치료에 회의를 가지게되고 온갖 요법에 마음이 가는 유혹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좋은 의사를 만나고 주기적인 검사를 받으며 부작용이 날때마다 의사와 상의해 치료를 중단하지 않는 것이 병을 제대로 치료하는 길이라는 이교수의 설명이었다.

이교수는 정상을 되찾자 고통속에 방황하는 환자들을 도울 길을 찾았다. 더이상 자신과 같은 방황을 하지 않도록 돕자는 생각에서였다. 이교수가 주도해 만든 것이 대한류마티스 건강전문학회. 관절염 환자가 질병을 스스로 관리하고 적합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다. 관절염 환자를 위한 소식지를 발간하고 자조관리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94년 4월 창립한 대한 류마티스 건강전문학회(02-740-8812)는 지금 간호·물리치료·사회복지사등 모두 500여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고 환자회원도 400명에 이를 정도. 처음에는 환자들의 자조관리를 돕는 강사교육에 주력하다 95년부터는 직접 환자들을 대상으로 류마티스와 퇴행성 관절염환자 자조관리와 근력을 키워주는 수중운동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교수는 “대개 시행착오와 방황으로 병세가 악화된다”며 “의사를 믿고 병원치료를 받으면서 환자 스스로 질병을 관리하는 노력이 치료에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조관리와 수중운동프로그램

자조관리는 관절염환자 스스로 자신의 생활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이프로그램은 강사의 지도아래 환자들이 자신이 겪고 있는 육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신의 질병상태를 스스로 판단하는 자가진단이나 운동방법, 생활속에서의 주의사항과 식생활, 약물복용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을 통해 환자 스스로 질병을 관리할 수 있게끔 돕는다. 현재 각 구청 보건소에도 퇴행성 관절염환자를 위한 자조관리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수중운동프로그램은 근력과 지구력을 키울 수 있게끔 관절염환자에게 적합한 물속에서의 운동방법을 제공한다. 수중운동은 부력으로 중력이 감소되는 물속에서 안전하고도 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는 장점을 이용한 것이다. 수중운동은 일반적인 수영과는 다르며 물속에서 하는 체조로 보면 된다. 여러환자들이 모여서 하기 때문에 우울증과 무력감, 외로움등에 대한 정신적 문제도 함께 해결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정진황·주간한국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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