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어업협정] 어설픈 타결 "실리는 일본이 챙겨"

10/15(목) 14:24

한일간의 최대외교현안이었던 한일어업협정교섭이 2년4개월여의 지루한 줄다리기끝에 9월25일 새벽 극적으로 타결됐으나 학계, 어민반발등으로 국회비준까지 또 한차례의 파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신어업협정의 골자는 동해에 중간수역을 설정하는 것을 포함해 중간수역에서의 자원관리, 제주도 남부수역설정, 전통적 어업실적보장및 불법조업단속등 모두 5개항목으로 구성돼있다. 그러나 우리측이 일본측의 주장을 상당부분 수용한 것으로 드러나‘졸속협상’이라는 비난이 잇달아 제기됐다. 특히 막판에 협상에 가세한 김봉호국회부의장등 정치인 협상팀이 김대중대통령의 10월7일 방일전 타결에만 집착한 나머지 기존조업실적 보장부분에서 일본측에 대폭 양보하는등 실리를 잃은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수산업계가 반발하는 진통이 계속되고있다. 또한 합의문에 독도영유권조항을 명시하지 않아 학계에서도 어설픈 협상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일양국은 어업협정 개정협상을 일괄 타결하기까지 동해 중간수역의 동쪽 한계선 획정문제와 대화퇴어장분할및 기존조업실적 보장문제등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해왔다. 타협안의 구체적인 조항별 내용과 쟁점을 살펴본다.

◇중간수역 범위

중간수역의 동쪽한계선획정문제는 지난 1월 일본이 일방적 어업협정을 파기한 결정적 원인이 될 정도로 이번 교섭에서 핵심쟁점이었다. 중간수역(일본측은 잠정수역으로 표기)은 한일양국이 협상과정에서 우여곡절끝에 만들어낸 일종의 과도기적 협정수역이다. 그 과정을 간략히 살펴보면 한일양국에 둘러싸인 사실상 내해(內海)라 할 동해의 경우 한일양측 해안선에서 200해리 EEZ(배타적 경제수역)를 각각 긋게되면 겹치는 부분이 어쩔 수 없이 발생하게 된다. 한일양국은 서로가 EEZ라 주장할 수 있는 이 수역에 대해 본격적인 EEZ획정을 하기전까지 우선 잠정적으로 양국이 공동으로 조업할 수 있는 구역을 설정키로했는 데 바로 이구역을 일겉는다. 그런데 중간수역으로 설정될 대상수역인 동해중심부에서 그간 우리측은 동남해안 일대의 어민들이 집중적으로 고기잡이에 나서 일본어민들의 거의 2배에 가까운 어획고를 올려왔다. 때문에 우리측은 가능한한 중간수역을 넓게 설정하려 한 반면 일측은 자신들의 배타적 어업수역을 넓게 설정하는 대신 중간수역을 좁게 획정하고자 하는 주장을 펴왔다.

한국은 중간수역의 폭을 넓게 설정하기 위해 동쪽한계선을 동경136도로 하자고 주장한 반면 일본은 동경 135도를 고수했다. 또 중간수역의 해안쪽 경계선(배타적 어업수역의 해안으로부터의 경계선도 마찬가지 의미다)을 한국측은 연안으로부터 34해리폭을, 일측은 35해리폭을 내세웠다. 이과정에서 우리는 34해리를 양보하는 대신 일측이 동쪽한계선을 136도로 양보하는 이른바 ‘빅딜’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협상팀이 어설프게 34해리 양보카드를 너무쉽게 노출시키는 바람에 결국 34해리를 전적으로 양보한 대신 동쪽한계선은 일측으로부터 겨우 0.5도밖에 양보받지못했다.

◇대화퇴어장

대화퇴(大和堆)는 평균수심 1㎞ 내외의 심해(深海)인 동해해역 가운데 수심100-200㎙까지 솟아오른 일종의 대륙붕으로 한류와 난류까지 교차해 각종 어종이 풍부한 동해최고의 황금어장으로 꼽힌다. 특히 여름철 오징어잡이는 이곳에서만 가능하며 한국은 매년 2만5000톤이상의 오징어를 이곳에서 낚아왔다. 동경134도에서 136도사이에 걸쳐있는 대화퇴는 중간수역 동쪽한계선을 동경 136도로 할경우 대부분이 중간수역에 포함되는 탓에 일측이 동경136도안을 극력 반대해왔다. 일본은 동해쪽에 니이카타해안을 축으로 200해리를 그을 경우 대화퇴어장 모두가 자신의 수역에 속하는 반면 한국의 울릉도를 축으로 200해리를 그어도 대화퇴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도 내세웠다. 사실 일측의 이같은 주장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것이라는게 해양법학자들의 말이다.

그러나 우리측은 기왕에 우리어민들이 대화퇴어장에서 조업을 해온 사실과 해안선에서의 배타적어업수역 한계를 35해리로 양보한 점을 내세워 한일양측이 주장하는 중간선인 135.5도로 합의하는데 성공했다. 타결초기에는 우리측이 대화퇴어장을 절반이나 일측에 양보했다는 비판이 일었으나 해양법학자들의 검토결과 우리측이 일측으로부터 경도 0.5도를 양보받아내 대화퇴어장의 50%를 중간수역에 포함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라는 객관적 평가가 나왔다. 이점은 실무교섭자들의 빅딜작전이 결과적으로 실리적이었다는 평을 받을 만하다. 다만 북방한계선 이북지역도 135.5도로 합의했더라면 대화퇴어장의 70%를 중간수역에 포함시킬 수 있었을 터인데 최종협상과정에서 북방한계선 이북지역의 경우 서쪽으로 비스듬히 꺽이는 선으로 합의해주는 바람에 20%를 양보해준 결과가 돼버린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과거에는 대화퇴어장 전역에서 우리어민들이 자유조업을 하다 앞으로는 절반지역에서 밖에 조업을 할 수 없게돼 수산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피할 수 없게됐다.

◇기존조업실적 보장문제

한국은 그간 일본연안에서 연간 22만톤, 일본은 한국연안에서 11만톤정도의 어획고를 올려왔다. 한국은 새 어업협정에 따라 일본의 배타적 어업수역에서 기존조업실적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어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5년간의 유예기간 확보하기위해 노력했으나 실리를 제대로 챙기는데 실패했다.

새 협정에 따르면 일본 연안에서의 명태조업은 협정시행 첫해인 99년에1만5000톤만 인정받고, 2000년부터는 일체 조업할 수 없게됐다. 또 동해특산인

대게의 경우도 99년과 2000년에 기존실적을 매년 50%씩 줄여나가고 2001년부터는 역시 조업을 할 수 없게됐다. 또 나머지어종도 오는 2001년까지 양측의 어획량이 동일하게 되도록 조절해나가기로 합의해 우리측의 조업타격이 우려된다.

◇독도 영유권 문제

독도문제는 이번 협상에서 가장 껄끄러운 이슈였다. 한일 양국은 독도의 영유권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인 끝에 결국 영유권자체를 언급하지 않는 일종의 ‘미봉현안’으로 남겨놓기로하고 문제를 덮었다. 협정문에 독도를 지명으로 명기하지 않는대신 좌표로만 표시하는 편법을 쓰는 한편 좌표상의 지점을 기준으로 주변12해리를 중간수역에서 제외하는데 합의했다. 우리측은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묵시적으로 인정받긴했으나 타결과정에서 영유권문제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못함으로써 앞으로 일측이 언제라도 영유권을 제기할 수 있는 빌미를 남겼다. 외교통상부관계자는 이에대해“이번 협정은 국제법상 영해를 설정하는 협정이 아니라 어업에 관한 협정”이라고 전제하고 “어업협정에서는 영유권문제에 대한 언급을 할 필요가 없으며 만약 그런 언급을 한다면 이는 어업협정의 성격을 넘어서는 것으로 오히려 독도의 영유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표출하는 결과가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승용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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