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문화 바꿔봅시다"

10/14(수) 11:39

한국인이 세계적인 술고래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음주로 인한 한국인의 손실비용은 95년 기준으로 13조8,396억원. GNP의 3.97%에 달한다. 이가운데 순수한 알코올 소비지출은 불과 4조560억원. 나머지는 음주로 인한 질병과 교통사고, 조기사망, 생산성손실 등에 따른 부차적 손실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96년 기준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세이상 성인남자의 83%와 성인 여자 44.6%가 술을 마시는데 특히 여자는 지난 92년 33%에 비해 10%이상 늘었다. 매일 술을 먹는 성인 남·녀도 각각 12.1%, 1.9%에 이른다. 매일 술을 먹는 사람은 도시에 비해 농촌이나 도시근교지역주민의 비율이 높다. 주 1회이상 과음을 하는 비율도 성인남성은 6.9%, 여성은 0.8%이다.

청소년층의 음주실태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96년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6년생은 7.2%, 중학생 2학년생 11.7%, 고교1학년생은 26.9%가 조사기간 이전 한달동안 술을 마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년원생의 경우에는 무려 76.8%가 술을 마신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처음 술을 마신 연령대를 조사한 결과 남학생의 23.5%가 10대미만으로 가장 많았고 15~16세가 21.4%였다. 음주습관이 청소년기에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교육부 자료에는 징계학생들의 징계사유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음주였다.

대략 1,800여만명에 달하는 음주인구의 술 소비량을 보면 96년기준으로 맥주 36억8천여병(500㎖기준), 소주 21억7,000여병(100㎖), 위스키 3,630여만병(700㎖)을 마셨다. 이를 음주인구 1인당으로 계산하면 1년동안 맥주는 204병, 소주 120병, 위스키 2병 등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6대 위스키 소비국으로 일부 유명위스키는 총생산량의 39.8~88.5%가 한국에서 소비되고 있다.

지난 94년도에 조사된 술 남용과 의존도, 즉 알코올 중독증은 조사대상자중 21.98%에 달해 미국 13.7%, 독일 18%, 캐나다 19%, 대만 7.5%에 비해 휠씬 높았다.

무절제한 음주습관, 사회적 문제로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에만 무려 2만2,892건으로 7년전인 90년 7,303건에비해 3배이상이 늘었고 음주운전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섰다.

무절제한 음주습관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폭력과 산업재해, 교통사고, 가족불화 등 다방면에 걸쳐 심각한 폐해를 끼친다는데는 많은 과학적인 연구결과와 조사통계가 나와있다.

집단적 음주문화가 발달해 적당히 마시기 어렵고 폭음으로 이어지는 세계적으로 기이한 한국인의 술문화가 무절제한 음주습관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과소비추방운동본부와 시민연대회의 등 시민단체들이 비뚤어진 술문화를 바로잡기위한 시민운동을 처음으로 전개하고나서 주목을 받고있다.

이들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27일 건전음주문화 정착을 위한 시민발대식을 가졌고 불법·퇴폐업소에 대한 시민고발센터(722-2995~9)도 운영하고 있다. 또 음주문화수칙도 마련하고 시민을 대상으로 건전한 음주문화정착을 위한 백만인 서명도 받고 있다. 종교계와 중·고교, 대학 등 교육현장을 통해 ‘일찍 귀가하기’ ‘돈을 각자 부담하는 더치페이문화정착’ 등 건전음주를 위한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벌일 예정이다.

술잔돌리기와 폭음으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술문화가 시민운동을 통해 고쳐질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이다.

정진황·주간한국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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