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국제관함식] 가자! 대양해군으로

10/21(수) 14:41

‘신(臣)에게는 아직도 12척의 전선(戰船)이 남아있나이다.’

충무공 이순신 제독이 수백여척의 왜선에 대항한 1597년 명량해전에 임하여 조정에 올린 장계(狀啓)의 일부분이다. 해군은 이순신을 장군(GENERAL)이라 하지 않고 제독(ADMIRAL)이라 부르고 있다. 해군작전사령부가 위치한 경남 진해의 해군회관 비석에 새겨져 있는 이 제독의 장계는 오늘날에도 여전한 우리해군의 열악한 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첨단무기의 싸움인 오늘날의 해전에서는 구국의 일념과 훌륭한 지휘관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이라면 아니러니하다.

45년 창설이후 육군에 밀려 오랫동안 찬밥신세(?)를 면치못했던 우리해군의 상황이 국제관함식을 계기로 새삼 화제로 떠올랐다.

구축함의 웅장한 자태와 화려한 함포사격, 연막을 휘날리며 편대를 형성한 대잠 초계기가 눈길을 끌었지만 강대국 해군의 항공모함과 이지스함 등 최정예함정의 위용에 초라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 국제관함식 사열에 참여한 9,485톤급 일본 이지스함 묘우코우호. 이지스시스템은 대함, 대공, 유도탄요격이 가능한 세계최강의 전투체계다. 하늘과 바다 그리고 바다밑에서 200개의 전투장비가 입체적으로 동원된다 하더라도 대적할 수 있는 첨단무기시스템으로 이지스함을 격침시키기 위해서는 201개의 전투장비가 필요하다는 우스개소리도 나온다.

건조비만 무려 10억불(1조5,000억원)에 달하는 이지스함은 항공모함을 호위하기 위해 만든 구축함으로 일본은 이미 4척을 보유하고 있다. 이지스함은 미국과 일본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80여대의 전투기를 탑재하고 있는 미해군 7함대 소속 8만1,000톤급 키티호크항공모함의 위용은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겠다. 바다에 떠있는 거대한 요새와도 같은 항공모함의 웅장함은 초강대국 미국을 뒷받침하는 미해군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90년부터 참가하고 있는 환태평양지역 해군합동(림팩)훈련을 보면 우리해군의 위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200마일을 최대작전 반경으로 하고 있는 우리 해군력으로는 작전범위가 2,000마일이나 되는 대양에서 적의 위치를 감지할 수 없어 외국해군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인공위성을 이용한 통신장비도 없어 지휘통제도 할 수 없었다. 함포사격만이 우리해군의 유일한 자랑거리였다는 게 한 해군장교의 설명. 미사일이 주공격력이 된 오늘날 함포사격은 최후의 자위수단. 무기체계나 군함의 위용면에서 세계 강대국 해군과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에 나온 엘리트장교의 자조였다.

올 5월 림팩훈련에 직접 참가한 한 영관급 장교는 “거목에 붙어있는 매미와도 같았던 우리함대의 모습에 자괴감을 떨칠 수 없었다” 고 털어놓았다.

해군력증강은 빨라야 10년을 내다봐야하는 사업이다. 잠수함, 구축함, 혹은 항공모함이든 간에 취역을 위해서는 10년전에 계획을 세워야 가능하다. 우리 해군의 숙원이자 꿈인 경(輕)항공모함을 건조한다는 방침을 세운다면 지금 추진을 한다해도 10년뒤인 2008년에나 진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잠수함만 하더라도 체계적인 계획보다는 우연찮은 계기가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80년대 김만철씨 일가가 탈북후 일본해역으로 표류하게 된뒤 일본 해상자위대에 노출되지 않고 데려올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게 잠수함 건조의 시발이 됐다는 해군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나마 일본 해상자위대가 한국해군의 무기체계에 유일하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게 한국 해군의 잠수함이라는 후문이다. 유일하게 행동반경이 포착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6척이 작전수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잠수함은 미사일체계를 갖추고 있지않아 유사시 전투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국제 관함식이전 국가원수가 해군함정에 탑승한 예는 지난 70년대 미사일 발사실험을 위해 박정희 대통령이 함선이 올랐던 게 최초. 김대중 대통령이 관함식 사열을 위해 ‘광개토대왕함’ 에 오른게 두번째다. 국가가 해양전투력에 얼마나 무심했던가를 보여주는 예다.

우리 해군은 휴전이후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연안해군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했으나 무역전쟁이 심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대양작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무역량의 99%가 해상을 통해 운송되고 있고 30만척이상의 선박이 주요부두에 입항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쟁억제와 유사시에 대비한 해군력 증강의 필요성은 입증되고도 남는다. 한국 해군은 해군력에 있어서 일본자위대의 3분의 1, 중국의 4분의 1이고 대만에도 열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국내로 들어오는 원유의 85%가 통과하는 말레카해협이 봉쇄될 경우 우리경제는 몇개월내 고사할 수 밖에 없다. 우리해군은 대양작전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미 지난 81년 1,000해리를 방위구역으로 정식 선포하고 일본 해상자위대를 실질적인 세계 2위의 해군으로 키워왔다.

오늘날 미국이 군사력으로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배경은 바로 주요대양에 뻗어있는 막강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해군관계자는 “통일이후를 대비하고 국가경제의 사활이 걸려있는 해상교통로를 보호할 수 있기 위해서는 대양에서 한달이상 독립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해군력 증강계획이 마련돼야 한다” 고 지적했다.

진해= 정진황·주간한국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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