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마하티르 "안와르때문에 발목잡힐라"

10/14(수) 15:08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많은 말레이시아 국민들은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태의 진상에 온통 의문을 표하고 있다.

집권당인 통일말레이민족연합(UMNO)의 웅변가들은 매일같이 마하티르 모하메드(72) 대통령이 제2인자였던 안와르 이브라힘(51)을 구속한 것에 대한 정당성을 설파하고 다닌다. 그러나 평범한 국민들의 의문을 해소하는 데 단순 설득작업은 역부족인 것처럼 보인다.

안와르는 지난달 20일 8만여명의 청중을 이끌고 말레이시아 사상 유래가 없던 ‘마하티르 독재타도’ 를 외쳤다. 그날밤 자택으로 난입한 수백명의 무장경찰은 안와르를 전격 체포하고 UMNO 청년조직원 14명도 함께 구속했다. 그렇다고 지난달 2일 재무장관겸 부총리에서 해임된 안와르가 ‘말레이시아의 판도라상자’ 를 열어젖히고 말레이시아를 소용돌이로 내몰았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차라리 마하티르가 그 뚜껑을 영원히 닫으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더 커지고 있다.

안와르의 구속

마하티르는 성역에 대항하는 안와르에게 권력의 막강한 힘을 한껏 보여주었다. 수만의 청중을 이끌고 수도 콸라룸푸르의 심장부를 행진하며 ‘마하티르 퇴진’ 을 외치는 안와르를 재판없이도 구금이 가능한 국내보안법을 내세워 구속했고 한동안 가족과 변호인의 접견도 금지시켰다. 그리고는 회교국가에서 절대 금기시하는 남색(男色)과 혼외정사 혐의를 뒤집어 씌웠다. 법원청사 앞에서 안와르의 석방을 요구하는 지지자들을 물대포로 해산시킨 뒤 콸라룸푸르시민들을 침묵속으로 몰아넣었다. 말레이시아무슬림청년운동과 말레이시아학생전국연맹 등 안와르를 지지하는 세력의 수뇌부는 모조리 검거했고 안와르의 부인 완 아지즈(46)마저 연금해 버렸다.

이제 안와르의 육성은 체포되기 직전 미 CNBC와 가진 인터뷰방송에서만 들리고 있다. 그것도 말레이시아에서는 방송을 금지해 국외에서만 청취할 수 있다. 인터뷰에서 안와르는 집권당 UMNO와 마하티르가 수십억(달러인지 링기트인지 안와르는 단위를 밝히지 않았다)을 횡령해 스위스 은행의 비밀계좌에 은닉했다고 고발, 육신이 갖힌 상태에서도 마하티르를 향한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있다.

커지는 국민들의 의문

마히티르는 안와르에 대해서는 완전한 자신감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최근 기자회견에서는 약간은 유감스럽다는 듯이 안와르 구속작전을 펼친 경찰을 치하했다. 남편을 향한 아지즈의 충정을 높이 평가한다는 관대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금새 “모든 진실이 밝혀지면 친구들이라도 안와르를 저버릴 것” 이라고 말을 돌렸다.

진실에 관한한 말레이시아의 의심은 계속된다. 재판부는 안와르 체포 하루전날 그의 양 형제와 연설문작성 보좌관을 체포했다. 안와르와 남색행각을 벌인 혐의였다. 운전기사와 함께 잤다느니 보좌관의 부인을 추행했다느니 하는 안와르를 둘러싼 1년여의 황당스런 모함의 결정판인 셈이다. 안와르를 잘 아는 이들은 그에게서 괴이한 성적취향의 어떠한 단서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안와르를 둘러싼 혐의들이 너무도 혼란스러워 재판부가 내릴 판결은 더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회의(懷疑)도 무성하다.

국민들은 또 경찰 언론 등 한때 존경을 한몸에 받던 국가기구에 대해서도 공공연히 의문을 표하고 있다. 집적된 의문이야말로 마하티르의 집권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있다.

의문의 방향은 이제 안와르를 대신해 숱한 의문들을 개혁운동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데로 돌려지고 있다. 안와르의 부인 아지즈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지만 연금상태인 아지즈는 마하티르에 대한 대항보다 남편의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 더우기 아지즈는 남편을 체포한 경찰당국이 남색혐의의 물증을 조작하기 위해 강제로 에이즈바이러스를 주입했다고 말해 기소위기까지 맞고있다.

개혁의 실마리

개혁의 실마리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마하티르 자신이 전국에 보급시킨 컴퓨터에서 시작되고 있다. 안와르는 체포되기 직전 전국순회연설을 강행했다. 언론들이 연설 내용의 방영을 금지시키는 사이, 그의 측근들은 연설문을 모조리 인터넷상에 게재했고 국민들은 제각기 컴퓨터상에서 안와르의 성난 목소리를 접하고 있다. 다운받은 연설문은 인쇄물로도 제작돼 판매되고 있다.

마하티르가 장악하고 있는 집권당 UMNO의 일관된 충성심도 안와르 체포이후 조금씩 틈이 벌어지고 있다. 당의 2인자 안와르와 함께 청년당원들까지 체포되자 원로를 포함한 당원들 사이에 마하티르에 대한 반목이 싹트고 있다.

안와르에 대한 국제적인 성원도 마하티르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인도네시아와 남아공에서 안와르에 대한 지지성명을 보냈고 세계은행 경제학자 조셉 스티글리츠는 마하티르가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와 같은 모험을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종종 말레이시아의 앞날을 지난 5월 독재자 수하르토를 무너뜨린 인도네시아와 비교한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군부와 달리 정치적 색채가 없고 명령에 충실한 말레이시아 군부의 성격상 혁명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은 쉽지않다. 또 말레이시아 국민들은 인도네시아에 비해 4배이상의 평균수입을 누리고 있어 불만이 극도로 표출되기도 힘들다.

마하티르는 전세계 펀드매니저들의 동반자인 안와르가 서방세계를 향해 말레이시아의 성문을 열어주어 경제를 망쳤다고 비난해 왔다. 그러나 안와르를 향한 독설이 공감을 얻지 못할 경우 말레이시아 국민들의 숱한 의문들은 마하티르 몰락의 단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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