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IBRD 연차총회, 세계금융위기 확산 막을 묘안은...

10/14(수) 15:10

반세기만에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는 세계 경제위기 극복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워싱턴에서 개최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 연차 총회가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10월8일 폐막했다.

이번 총회의 성과라면 선진국들이 아시아, 러시아를 거쳐 중남미를 옥죄고 있는 세계적 금융위기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단호한 행동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총회에서 주요 토의대상으로 부각됐던 사안은 헤지펀드등 국제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와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IMF 위주의 국제금융체제 개편이다.

그러나 182개 회원국에서 파견된 수천명의 관계자들이 제시한 각종 방안들을 충분히 논의하고 합의하기에는 일정이 짧았으며 견해차도 적지 않아 확실한 합의점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일각에서는 ‘말의 성찬’ (盛饌)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까지 나왔지만 일단 금융위기 확산을 막아야하고 투기자본 규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 위안을 주고 있다.

국제금융체제 개편 논의

사실 IMF·세계은행 총회장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IMF 운영방식에 대한 비판이 지배적이었다. IMF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아시아의 외환·금융위기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거나 때로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 의 처방에 급급해 위기확산 방지에 실패했다는 주장이다.

IMF의 태생적 한계에 대한 지적도 거셌다. 당초 한정적인 국제자본 이동과 고정환율제를 배경으로 탄생한 IMF가 현재 막대한 규모의 국제투기자본이 순식간에 이동하고 자유변동환율제가 확대되는 등 한층 복잡해진 국제 금융체제를 주관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것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이 공세적인 입장을 취했다. EU는 비교적 건실한 경제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는데다 단일통화 실현이 임박함에 따라 한층 목소리를 높였다.

우선 영국이 총회전에 IMF와 IBRD를 통합하는 신 브레튼우즈 체제를 주장한데 이어 총회중엔 IMF, 세계은행, 국제결제은행(BIS) 등이 국제금융 감독기준을 논의하는 상설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각국의 실무책임자들만이 파견돼 기금운용 업무만 담당하는 IMF의 집행이사회 대신 24개국의 장관급 대표들로 구성된 정책결정기구인 잠정위원회(IC)의 권한을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특이한 점은 클린턴 미 대통령의 제안이 공론화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클린턴은 총회 개막전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새로운 긴급자금 마련, 다자간 개발은행 설립,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지원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논의된 바가 거의 없다.

국제 투기자본 규제 논의

이번 총회에서 가장 공감대를 마련한 부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아시아에서 시작된 금융·외환위기가 러시아, 중남미로 확산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중 하나가 헤지펀드의 치고 빠지기식 투기에 있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투자 능력을 자랑하며 신흥국가들의 통화를 공격, 전세계적인 금융대란을 유발했다는 주장이다.

투기자본 규제에는 프랑스가 앞장 섰다. 프랑스는 헤지펀드와 대규모 기관투자가들이 국제거래를 할 때 투자내역을 공개토록 하고 금융거래 규제·감독을 위한 국제기준 설정, 한 국가에서 대규모 외화유출시 일시적 대외지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허용하고 IMF와 협상을 벌이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이번 IMF 총회를 기점으로 새로이 등장한 G26도 투기자본 규제에 적극 나섰다. G26은 서방 선진국들이 세계 경제를 주무르고 있다는 비난을 벗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선진 7개국(G7)에 신흥개도국 15개국과 나머지 서유럽 4개국을 합쳐 명실상부한 선진국-신흥국가간 합의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미국에서도 헤지펀드인 롱 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가 1,25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을 보고 파산위기로 몰리면서 투기자본의 외환거래에 규제를 가하자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자본이동의 무한개방을 주장하던 미국의 기존 입장이 조금씩 밀리고 있는 것이다.

IMF의 대응

IMF는 내년 4월말까지 스스로 개혁방안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각계의 비판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IMF는 우선 구제금융절차의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이전에는 IMF가 경제위기국에 먼저 구제금융을 실시한 이후 채권국가들이 후속협상을 벌이는 이원적 구제금융절차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번 총회기간 동안 브라질에 대한 구제금융지원 논의에서 구제금융과 채권연장을 동시에 실시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금융위기를 신속 처리해 확산을 막아보자는 의도다.

특히 IMF가 금융위기에 빠진 상태가 아닌 브라질에 구제금융을 지원키로 한 것은 중남미 전체를 고려한 이례적인 조치다.

개도국과 유럽 국가들로부터 금융위기 확산 방지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존재 가치 자체가 흔들렸던 IMF가 스스로 강력한 변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 총재가 구제금융 지원을 확대해달라는 IMF의 요구에 반발하는 등 난제가 산적해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향후 전망

다음 달 런던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에서 선진국들이 이번 총회중에 나온 각종 제안들을 검토, 합의안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G7회담에서는 자본시장에 대한 규제의 수준을 어느 정도까지 할 것인가와 논의가 한창인 국제금융 감독기구의 형태 및 권한 설정이 주로 토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복잡하고 방대한 분량의 내용이 구체적인 합의안으로 이뤄질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대대적인 합의안 마련이 어려울지라도 최소한 금리인하나 경기부양책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국제공조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총회 도중 일본이 아시아에 300억달러를 지원하고 사상 최대인 30조엔(2,22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 발표를 예고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10월8일 2년반만에 처음으로 기본금리를 현 7.5%에서 7.25%로 0.25% 포인트 인하한 것도 국제공조의 전망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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