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소형무기 불법거래 "투쟁 부추긴다"

10/21(수) 15:09

나무로 마감한 손잡이와 실탄 30발이 들어가는 바나나형 클립이 돋보이는 이 소련제 무기의 오리지날 모델이 나온 것은 1947년. 단 6부분으로 구성됐을 뿐이면서도 가볍고 튼튼하며, 사격이 편리하고 보수가 간편한 AK_47 소총은 현대 산업의 경이적 산물이다. 50년 이상이 지난 오늘날 미하일 카라쉬니코프가 제작한 이 고전적 자동무기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공격소총이다. 전세계 독재자들과 도시 게릴라, 마약 밀매업자들과 인종전쟁 지도자들의 끝없는 요구에 맞춰 불가리아와 북한, 이라크 등지의 병기공장에서는 지금까지 7,000만정이 넘는 AK_47을 생산해왔다.

AK_47은 전세계에 걸쳐 투쟁에 불을 붙이고, 범죄를 야기하는 경무기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권총 반자동총 소총으로부터 지대공 로켓 발사기에 이르기까지 수천만개의 살상용 소형무기가 무기거래상들의 이해에 따라 불순세력들의 수중에 들어가고 있다. 영국 원조기구인 옥스팜(Oxfam)은 90년부터 95년 사이에 전세계적으로 220억달러 어치의 소형무기가 거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약과 감시규정을 통한 기존의 무기통제 방식은 탱크나 핵무기에 대해서는 유효했다. 그러나 경무기들은 값싸고 운반이 용이하며 쉽게 감출 수 있다. 크기에 비해 고가이기 때문에 경무기는 무기 밀매자들에게는 최고의 상품이다. 아울러 수요자들에게도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그것들은 대개 특정국가가 지원하는 테러리스트나 조직범죄망, 반군게릴라들에게 이용된다. 소형무기와 유통에 대한 국제적 규제는 전무하며, 그렇게 하려는 정치적 의지 역시 별로 없다.

런던 킹스칼리지 국방연구소의 남북 방위·안보 프로그램 팀장인 크리스 스미스씨는 “소형무기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새롭고 큰 사안” 이라며 “이제 향후 무기통제는 경무기에 맞춰져야할 것” 이라고 지적한다.

무기거래 이익과 국지전 및 내전의 ‘묘한 관계’

89년 이래 강대국 사이에는 평화가 정착됐지만 피비린내 나는 내전과 국지전은 소형무기와 소형무기 거래에서 오는 이익에 따라 급격히 증가했다.

스리랑카 타밀반군의 독립투쟁은 대부분 반군이 정부군으로부터 노획한 방공미사일 탄약 포탄 등의 활발한 거래를 촉진했다. 한 전문가는 타밀반군의 연간 전비가 5,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알바니아에서는 치안붕괴에 따라 범죄자들에게 엄청난 무기가 흘러들어갔다. 지난해 남아공과 모잠비크 경찰이 합동으로 국경지역을 단속하자 5,600정의 소총과 300만개의 총탄이 발견됐다. 모잠비크에서는 150만정의 AK47 소총이 분실됐다. 케이프타운대 지역갈등연구소의 피터 바첼러씨는 “아프리카에서 소형무기 확산은 국지적으로나 국가적으로, 또한 지역 전반적으로 중요한 정치 안보적 이슈” 라고 말한다.

지난달 열린 유엔안전보장위원회 특별회의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은 무력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자율적 무기금수를 촉구하고 무기유통을 감시할 특별자료수집센터 설립구상을 지지했다.

소형무기들은 너무나 쉽게 유통되기 때문에 한 곳에서 평화를 구축하더라도 그 지역에서 흘러나온 중고품이 유입된 또다른 지역에서 폭력과 투쟁을 야기한다. 런던의 무기통제단체인 ‘안전한 세계’ 의 앤드루 맥린씨는 “생계를 꾸려갈 별다른 기술이 없는 전사에게 분쟁이 끝난 후 남아있는 무기는 일종의 화폐” 라고 말한다. 91년 앙골라 내전은 종식됐으나, 유엔의 비효율적인 평화유지작전 때문에 무장해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바람에 앙골라는 남아공과 잠비아의 군인과 범죄자들에게 최대의 무기공급창이 되고 말았다. 92년 엘살바도르 내전이 끝나고 나자 살인사건 발생건수는 36%나 치솟았다. 남아공 범죄 추이에서도 총상사건은 급증하고 있다.

지역 안보 역시 위협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프가니스탄 내전이 끝나고 각 분쟁 당사자들이 군비를 축소할 경우 무기들은 인접 인도_파키스탄 국경으로 흘러들어가 중앙아시아에 새로운 갈등을 고조시킬 것으로 우려한다. 뉴델리 국방연구소의 타라 카르타씨는 “아프가니스탄은 이 지역의 무기고” 라며 “이 나라에 평화가 도래할 경우 인접지역으로의 경무기 유입은 증가할 것” 이라고 전망한다. 이 연구소는 20년간 내전을 겪은 아프가니스탄 내에는 60억~80억달러 어치의 무기가 흘러다니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형무기 불법거래에 대한 적절한 통제 필요

무기환매수와 사면이라는 통상적인 무장해제 방식은 분쟁지역의 정정불안 때문에 대체로 실패한다. 무기환매수 방식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대부분 실패했는데, 미중앙정보국(CIA)은 그곳에서 80년대 당시 구소련의 지원을 받는 정부와 투쟁을 벌였던 탈레반군에게 지원한 견착발사식 스팅거미사일을 환매수하기 위해 수백만달러를 쏟아부었다, 미국은 스팅거 1기당 10만달러의 매수가격을 제시함으로써 각 분파지도자와 마약상, 여타 불량배들과 스팅거 ‘입찰경쟁’ 을 벌였다. 스미스씨는 “정부가 무력사용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을 때 사람들은 갖고 있는 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고 말한다. 그는 “모든 무기들이 자동차나 침대 밑에 감춰졌다고 생각해보라” 고 반문한다. 말리 내전 참가자들이 96년 무장해제와 화해를 겸한 노력의 하나로 분쟁종식을 상징하는 총기소각식을 가진 것은 드문 예에 불과하다.

캐나다가 주도하고 고 다이애나 영국왕세자비가 후원함으로써 엄청난 대중적 관심을 모은 지뢰금지운동은 향후 소형무기 유통 통제 캠페인에도 상당한 관심이 모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한다. 하지만 낙관은 아직 이른 지 모른다. 지뢰는 대체로 정규군에 의해 사용되고 관리된다. 그러나 소형무기는 부패하거나 돈에 쪼달리는 군장교들로부터 흘러나오고 조직절도단들이 훔쳐내며, 특정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수준의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운송되고 조직범죄망을 통해 밀매매된다. 알바니아 같은 나라에서는 깊게 자리잡은 총기문화가 상황을 지배하는데, 그곳의 국방정책은 역사적으로 소규모 민병대에 바탕을 두고 있다. 스미스씨는 “캐나다 역시 지뢰를 금지하는데 나섰던 것처럼 소형무기 금지를 위해 나설 수는 없을 것” 이라며 “지뢰는 자위개념으로써 ‘문화’ 를 형성하지는 않았다” 고 설명했다.

경무기 통제문제는 통제운동에 앞서 거꾸로 통제운동에 대한 반대로비가 먼저 나오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총기 로비기구인 전국총기연합회(NRA)는 유엔으로부터 공인기구 지위를 얻었으며, 지난해 브뤼셀에서 유엔과 유럽연합(EU)을 상대로 로비활동을 벌일 ‘스포츠 사격의 미래에 관한 세계 포럼’ 을 결성했다. 97년 유엔 워크숍에서 이 기구는 통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NRA의 한 관계자는 “사격무기 통제는 국제적 이슈가 될 수 없다” 며 경무기 통제 움직임을 겨냥했다.

하지만 각 지역별로 이루어지고 있는 경무기 유통 통제 시스템은 향후 이 운동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좋은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불법무기거래에 대한 감시강화, 거래금액에 대한 계좌추적 등은 그 한 방향이다. 이제는 전세계 누구에게나 평화와 안전의 위협이 될 수 있는 소형무기의 불법적 거래에 대해 적절한 통제운동이 긴요한 시점이다.

장인철·국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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