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프로씨름] 모래판 '김영현 폭풍' 누가 막나

10/14(수) 11:41

‘슈퍼골리앗’ 김영현(22·LG증권)이 순조롭게 천하장사에 등극할 것인가, 아니면 그 위세를 꺾을 ‘모래판의 다윗’ 이 등장할 것인가.

한가위에 맞춰 열린 대구장사씨름대회(10월5일~8일)를 끝으로 98년도 모래판의 5개정규대회가 마감되면서 씨름팬들의 관심은 온통 오는 12월의 천하장사대회(서울)로 쏠리고 있다.

시즌 7관왕에 오르며 98프로씨름판에 한바탕 거센 모래태풍을 일으킨 217㎝, 160㎏의 거한 김영현이 여세를 몰아 천하장사꽃가마에까지 오를 수 있을까, 아니면 이태현(22) 신봉민(24) 황규연(22) 등 ‘현대저항군’ 들의 반란이 성공할 것인가는 씨름팬들에게는 살떨리는 흥미거리가 아닐 수 없다.

공포의 밀어치기, 시즌 7관왕위업

김영현의 태풍은 과연 매섭고 세찼다. 지난 96년 3억원의 당시 프로씨름 최고계약금을 받고 LG증권에 입단했으나 축농증 수술과 체력저하 등으로 2년간 정상권에 진입하지 못했던 김영현은 겨울동안 알찬 훈련을 통해 체중을 20㎏가까이 불리면서 ‘무적선수’ 로 재탄생했다. 큰 키에 알맞게 불어난 체중, 안정된 자세를 바탕으로 집채만한 몸을 앞세워 상대선수를 몰아붙이는 밀어치기는 공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김영현의 태풍이 예고된 것은 지난 1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설날장사씨름대회. 김영현은 이 대회에서 ‘빅3’ 로 통하던 기존의 강자들을 차례로 물리쳐 98시즌의 최강자등극을 예고했다. 8강전서 팀해체(청구)로 무소속선수가 된 95시즌 10관왕 이태현을 꺾은 김영현은 준결승서는 97년 천하장사 신봉민을 뉘였고 결승에 올라서는 팀선배인 95년, 96년 천하장사 김경수(26)와 접전끝에 3_2로 이겼다. 김영현이 본격적인 궤도에 접어들기전 3강시대를 구축했던 강호들을 차례로 쓰러뜨린데다 팀내에서도 김경수와 간판선수 자리바꿈을 했다는 사실은 중요한 변화였다.

자신감을 가진 김영현의 상승세는 무섭게 폭발했다. 시즌 첫 정규지역대회인 양평장사씨름대회에서 데뷔후 처음으로 지역장사(백두, 한라급 선수들이 총출전. 과거 1년에 3차례 열리던 천하장사와 동일)에 오른 김영현은 또 4월 창원대회부터 백두장사를 3연패했고 9월 경주장사 10월 대구장사에 연이어 등극, 시즌 7관왕의 위업을 쌓았다. 5개대회서 우승을 건너뛴 적이 없고 경주대회서는 백두와 지역을 싹쓸이 했다.(표 참조)

‘골리앗’ 이라는 별명이 모자라 그앞에 ‘슈퍼’ 라는 수식어를 하나 더 달게된 김영현의 위세가 계속되면서 당연히 씨름계는 그를 쓰러뜨릴 ‘다윗’ 의 탄생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형편이 됐다. 한 선수의 독주도 문제가 있었지만 덩치만을 앞세운 김영현의 ‘재미없는’ 밀어치기씨름은 자칫 팬들의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감도 팽배했다.

씨름판의 간절한 기대에 가장 걸맞게 부응한 장사가 바로 이태현. 196㎝의 늘씬한 몸매에 96년 10관왕으로 무적시대를 구가했고 김영현의 등장이전 프로씨름 최장신선수로 군림했던 이태현은 양평대회 백두장사 결정전서 김영현의 꽃가마 등극을 저지하며 우승을 차지했고 98모래판에 ‘거인공포증’ 이 점차 심화되던 5월 여수대회 지역장사 결승전서도 김영현과 접전끝에 승리, ‘김영현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최적임자’ 라는 공인을 받았다.

김영현 독주 막을 최적임자 이태현

이태현은 무소속의 설움을 털고 지난 8월 현대에 입단하면서 맹훈을 거듭, 최근 끝난 대구대회 백두장사 결승전서 김영현을 밭다리 등의 기술로 제압하며 천하장사대회서의 대역습을 예고했다. 김영현과의 올시즌 상대전적서 5승6패로 가장 대등한 경기를 펼친 이태현의 자신감 회복과 가파른 상승세는 ‘준비된 천하장사’ 임을 외치는 김영현에게는 여간 부담이 아니다.

시즌 3관왕 이태현과 더불어 신봉민, 황규연 등도 저마다 ‘내가 다윗’ 임을 외치며 천하장사 꽃가마를 향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97년 천하장사 신봉민은 지난 4월 창원지역장사대회 결승서 김영현과 만나 변칙적인 목감아치기로 거목을 쓰러뜨려 자존심을 세웠고 아마시절 김영현의 라이벌로 이름값을 높였던 황규연도 7월 경남 산청에서 열린 올스타장사대회 준준결승서 김영현을 2_0으로 완파하고 승승장구,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신봉민과 황규연은 모두 187㎝로 김영현과 30㎝나 신장차를 보이지만 유연한 몸놀림과 거인의 측면을 공략하는 전법으로 한차례씩 승리를 엮어내 천하장사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태현 등 ‘현대3강’ 들이 ‘타도 김영현’ 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는 김영현이다. 시즌 7관왕으로 총상금 4,150만원을 타내 이 부문 1위를 차지한 김영현은 천하장사 우승상금 3,000만원 마저 독식하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낸다.

“이태현이 역시 가장 까다로운 맞수다. 그러나 자꾸 싸워볼수록 적응력이 생겨 자신감을 갖게 됐다. 천하장사 꽃가마도 당연히 내 것” 이라고 외치는 김영현과 “대구대회를 계기로 김영현에 대한 두려움을 말끔히 씻었다. 이번 만큼은 천하장사 황소트로피를 반드시 품에 안아 95시즌 10관왕을 차지하고도 김경수에게 천하장사를 내줬던 아픔을 만회하겠다” 는 이태현. 그리고 양웅의 틈바구니에서 호시탐탐 대반격을 노리는 신봉민, 황규연의 천하장사를 향한 집념은 갈수록 농도를 더하고 있다.

김경호·일간스포츠 체육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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