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마지막 한골에 3팀이 울고 웃고...

10/21(수) 14:50

긴장과 흥분, 환희와 충격….

98프랑스월드컵이 끝난뒤 7월18일 개막, 석달 가까이 벌어진 프로축구 현대컵 K리그는 최종전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게한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팀당 18게임씩 총90경기를 끝냈는데 10월14일 마지막 경기 종료 1분을 앞두고 터진 한골로 1~3위의 순위가 바뀌는 등 절묘한 혼전을 거듭해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는 올시즌 새로 도입한 플레이오프제와 바뀐 승점제 속에서 상위 5개팀이 물고 물리는 접전을 거듭했고 하위팀들도 최선을 다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끝까지 지키면서 이뤄진 것이다.

마지막 1시간까지 혼미거듭한 4강

14일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4장의 플레이오프 티켓을 놓고 다투는 순위 싸움. 이날 오전까지 10개팀중 6개팀이 플레이오프 가시권에 있었는데 상황에 따라서는 1위 포항도 4강서 탈락할수 있었고 6위 부천 SK는 ‘잘하면 3위’ 라며 끝까지 투지를 불태울 만큼 복잡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결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돼 축구게임이란 ‘보고 또 봐야’ 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우선 오후 3시에 벌어진 2경기. ‘승점 3점 확보’ 면 우승까지 넘볼수 있다며 전의를 불태우던 지난해 3관왕 대우가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된 전북에 뜻밖에 1-2로 덜미를 잡혀 제일 먼저 4강 탈락의 희생양이 됐다.

같은 시간 벌어진 울산 현대_천안 일화전 역시 현대 관계자들의 피를 말리게 한 경기였다. 3위 현대는 시즌 내내 하위권을 맴돌던 일화를 상대로 낙승을 기대했다가 선제골을 내주고 연장전까지 벌이는 곤욕을 치렀다. 결국 최고의 골잡이 유상철이 2골을 터뜨리며 2_1로 이기고 4강을 확정했다.

이날 승부의 백미는 오후7시 경기. 대우가 지고 현대가 이기는 바람에 포항 삼성 현대의 4강행은 확정됐지만 남은 한장의 플레이오프행 티켓과 1~4위의 최종 순위는 안개속에 가려 있었다. 더구나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취임해 프로무대 고별전을 가진 허정무 감독의 전남이 대전에 1_2로 잡히는 바람에 혼란은 가중됐다. 전남으로서는 목동에서 부천 SK가 삼성을 꺾는다면 4강 진입이 무산될 최대 위기를 맞은 것.

전남을 살려낸 것은 삼성. 삼성은 SK와의 원정경기서 전반 초반 3-0으로 앞서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SK는 의욕이 너무 앞섰던 탓인지 전반 19분 보리스가 문전 앞에서 볼을 걷어낸다는 것이 그대로 자책골로 연결되며 급속히 팀이 와해됐다. 혼미했던 4강 티켓 주인이 마침내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순위 싸움은 여전히 오리무중. 포항과 승점이 같고 골득실차에서 뒤져있던 삼성은 다득점을 위해 맹공을 거듭했다. 같은 시간 안양에서 포항이 LG에 2_1로 앞서고 있어 삼성으로서는 최소한 4점차로 이겨야 동률을 기대할수 있었다. 이 경우 삼성과 포항은 승점, 골득실, 다득점이 모두 같아 다음날 추첨으로 1, 2위를 가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의 골은 터지지 않았다. 시즌 중반까지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선두를 독주하다 막판 포항에 추월을 허용했던 삼성은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선두 탈환을 이루지 못했다는 자책감속에 고개를 떨구고 벤치로 돌아와야 했다.

LG 한골에 극적으로 우승팀된 삼성

순간 삼성 프런트의 휴대폰에 급박한 벨이 울렸다. LG가 종료 1분을 남기고 동점골을 넣었다는 내용. 삼성이 극적으로 1위를 확정짓는 순간이었고 선수들과 프런트는 운동장으로 다시 뛰어나와 환호했다. 포항은 2위, 그리고 현대와 전남이 각각 3, 4위로 플레이오프행 티켓의 주인공이 가려진 것이다. 삼성 김호 감독으로서는 5년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94미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서 북한에 3_0으로 이긴 직후 이라크가 일본에 2_2를 만드는 동점골을 넣어 극적으로 본선 티켓을 따낸 순간과 똑같은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아무튼 끝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98프로축구는 게임 내용 만큼이나 알찬 결실을 거뒀다. 200만 관중 돌파는 이루지 못했지만 198만5,000여명이 입장, 96년의 191만명 최다 관중 기록을 갈아치웠다. 더구나 2002년 월드컵을 목전에 두고 경기력 향상과 팬 확보 등 기본적인 붐조성을 이뤄 출범 16년만에 국내 최고의 인기스포츠로 발돋움할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같은 인기의 비결은 프랑스월드컵 4회 연속 출전을 계기로 축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고 덩달아 선수들의 경기력의 향상, 조직적인 서포터스의 등장에 힘입은바 크다. 더구나 이동국 안정환 등 신세대를 대표하는 걸출한 스타들이 대거 등장한 점은 장기적인 축구붐 조성에 가장 큰 청신호가 되고 있다. 이들은 젊고 잘생긴데다 실력까지 갖춰 타종목을 압도하는 ‘오빠부대’ 를 대거 몰고 다니며 시즌 내내 화제의 초점이 됐다.

이들이 보여준 실력은 박성배(전북·10골) 백승철(포항·9골) 이동국(포항·7골) 정광민(LG·5골) 안정환(대우·5골) 등 기록면에서 기존 스타들에 전혀 밀리지 않아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때문에 올시즌 신인왕은 최우수선수(MVP)·득점왕·어시스트왕보다 몇곱절 값비싼 타이틀로 평가되고 있다.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올 프로축구 왕중왕을 가리는 플레이오프가 더욱 커다란 관심과 호응 속에 열리고 있기 때문. 특히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되고 있는 삼성과 현대는 재계 라이벌이자 각종 스포츠 종목의 경쟁자로서 첨예한 맞수 대결을 벌여온 관계.

프로축구판에서도 96년 삼성이 창단 첫해 후기리그 우승을 이루며 신화에 도전했지만 전기리그 우승팀 현대에 석패, 분루를 삼킨바 있다. 양팀 사령탑들인 삼성 김호(54) 감독과 현대 고재욱(47) 감독은 경남 통영 고향 선후배 사이기도 하며 김 감독은 88년부터 90년까지 현대 감독을 맡아 현재 주전으로 활약중인 김현석 송주석 등을 데려다 키운 스승이기도 하다.

체육부· 장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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