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프로농구] 토종 신인들에 '시선집중'

10/28(수) 14:58

세살바기 한국 프로농구가 11월8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98-99 시즌의 문을 활짝 연다. 출범 첫해부터 인기가 폭발, 단숨에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 자리잡은 프로농구는 올시즌도 팬들에게 진한 재미를 듬뿍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각 구단은 대어급 새내기와 새얼굴의 외국인선수를 맞아들였고, 깜짝 놀랄만한 대형 트레이드로 탄탄한 짜임새를 갖췄다. 국·내외에서의 전지훈련도 알차게 치러내 저마다 자신감에 차 있다.

시즌 개막에 앞서 10개 구단은 넷츠고배 98 농구대잔치서 팀당 4경기씩 치르며 전력탐색전을 가졌다. 10개 구단은 상대의 힘을 가늠하는 동안 베일에 싸인 자신의 전력도 살짝 드러냈다.

98-99 프로농구의 판도를 좌우할 외국인선수와 신인들의 활약상을 미리 점쳐본다.

센터, 눈에 띄는 신인들 많아

동양 오리온스의 그렉 콜버트(200㎝)와 나래 블루버드의 데릭 존슨(206㎝)이 첫 눈에 들어온다. 그동안 국내 무대에서 센터로 뛴 외국인선수들이 대부분 포워드 출신인데 비해 이들은 대학시절부터 골밑지기를 맡았던 정통센터출신. 포지션이 익숙한 탓인지 자신에게 주어진 센터로서의 역할을 무리없이 소화하고 있다.

콜버트는 동양의 보배. 전희철 김병철 정재훈 등 주전이 대거 빠져 올시즌 살림살이를 걱정했던 동양은 콜버트의 활약을 지켜보며 한숨을 놓을 정도. 시야도 넓고 득점능력도 뛰어나다. 더 큰 강점은 고교농구팀에서 코치로 일한 경력이 있어 매 경기를 연구하며 치러내고 있다는 것.

존슨도 만만치 않다. 나래가 검증된 용병 제이슨 윌리포드(196㎝)를 기아 엔터프라이즈로 보내고 존슨을 데려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실속있는 트레이드였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존슨은 제자리에서 점프해 겹수비를 뚫고 슬램덩크를 터뜨릴 만큼 힘과 탄력이 돋보인다.

대우 제우스의 카를로스 윌리엄스(198㎝)와 현대 다이냇의 재키 존스(200㎝)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에 가깝다. LA서 열린 트라이아웃서 센터부문 1순위로 꼽혔던 윌리엄스는 골밑플레이 능력과 외곽슛 솜씨를 함께 지녔다. 팀에서 신인 이은호가 센터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함에 따라 다른 팀의 외국인센터보다 활동이 훨씬 자유로운 편이다.

존스의 플레이스타일도 윌리엄스와 비슷하다. 키가 훨씬 작은 조니 맥도웰(191㎝)이 탱크같은 힘으로 골밑을 사수하는 동안 주로 페인트존 언저리를 누비며 중거리슛을 터뜨린다. 감각이 뛰어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

기아 유니폼을 입은 윌리포드는 여전히 빛난다. 윌리포드는 클리프 리드(190㎝)라는 걸출한 파워포워드가 골밑에 버티고 있는 덕분에 마음놓고 코트 내·외곽을 휘젓고 있다. 대학시절의 포지션을 되찾은 셈.

센터로 아직까지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한 선수는 LG 세이커스의 아미누 팀버레이크(204㎝). 리바운드, 피딩, 수비, 슈팅 등 센터의 덕목 가운데 어느 하나에서도 뚜렷한 특징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SBS 스타즈의 데릴 프루(200㎝)와 나산 플라망스의 아킬리 잭슨(201㎝)도 합격점을 얻지 못했다.

가드, 신인들 기대밖 “구관이 명관”

가드진은 ‘돌아온 테크니션’ 제럴드 워커(185㎝·SBS), 트리플 더블러 버나드 블런트(186㎝·LG)가 군계이학. 화려했던 한국생활을 접고 1년간 미국에서 떠돌다 다시 한국땅을 찾은 워커는 한층 성숙해진 모습. 원년시즌에는 기량이 뛰어난 만큼 ‘원맨쇼’ 만 고집하더니 올시즌에는 팀을 생각하는 선수로 바뀌었다. 드리블과 패스는 더욱 유연하고 날카로워졌고, 트위스트 덩크슛을 내리 꽂을만큼 용수철 탄력도 여전하다.

다혈질의 블런트는 지난 시즌의 경험이 약이 된 듯 감정 조절방법을 많이 익혔다. 정교한 외곽포와 기습적인 골밑돌파 등은 최고수준.

새얼굴 가운데는 워렌 로즈그린(190㎝·나산 플라망스)이 돋보인다. 드래프트 1순위에 뽑힐 만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약체로 꼽히는 나산의 희망이다. 최명도에게 가드역할을 맡기고 파워포워드나 센터의 역할을 하는 데 힘과 탄력이 용병 최고수준. 농구대잔치서 스틸1위, 득점3위, 슛블록3위 등 전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나래의 토니 해리스(188㎝)와 대우의 스테이스 보스먼(190㎝)도 평균점을 넘었다. 해리스는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골밑돌파가 트레이드마크. 파이팅이 넘치는 보스먼은 슈팅감각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

트라이아웃때 부터 주목대상이 됐던 토니 러틀랜드(187㎝·SK 나이츠)의 부진은 충격적이다. 현재까지는 낙제점. 몸이 느린데다 외곽포도 허술하고 패스능력도 시원찮다. 왼쪽 무릎이 온전치 않고 한국농구에 적응이 덜 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실망스런 모습이다. 그밖에 동양의 존 다지(188㎝)는 부상으로 뛰지 못해 아직 평가가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불꽃튀는 새내기 대결

현주엽(195㎝) 서장훈(207㎝·이상 SK)의 집안잔치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신인왕다툼은 갑자기 먹구름이 끼었다. 대우의 센터 이은호(197㎝)와 SBS의 파워포워드 윤영필(192㎝)이 깜짝 놀랄 만한 기량을 자랑한 것.

현주엽은 ‘용병급 신인’ 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 했다. 골밑에서는 외국인선수와 대등한 몸싸움을 했고, 외곽에서는 전문 슈터만큼 정교한 포물선을 그렸다. 부상으로 농구대잔치서 뛰지못한 서장훈의 몫까지 하며 팀의 실질적인 대들보 역할을 했다.

이은호는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할 만큼 성큼 자란 모습. 대학시절 뻣뻣했던 골밑플레이가 기름을 친 듯 매끄럽게 돌아갔고,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다진 힘은 외국인선수를 골밑에서 밀어낼 만큼 강력했다. 윤영필도 주목대상. 외국인센터 데릴 프루를 도와 골밑을 지키기도하고 바깥으로 돌면서 중거리슛도 골잘 터뜨렸다.

또 한명 주목할 만한 신인은 나래의 신기성(180㎝). 신기성은 재치있는 드리블과 정확한 외곽슛을 뽐내며 팀의 리딩가드역할을 훌륭히 해내 기대를 모았다.

최성욱·체육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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