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똑똑한 방송 "살려야 한다"

10/21(수) 15:46

인천방송(iTV)이 지난 11일 ‘슬픈 첫 돌’을 맞았다. 메이저리거 박찬호선수의 단독중계로 알만한 사람은 모두 알만큼 유명하게 됐지만 정작 방송사 내부의 마음은 공허하고 답답하다.

한 간부의 말. “올해 인천방송의 평균 광고판매율은 9.2%에 불과하다. 올해에만 270억~28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400억원의 자본금이 내년 초면 바닥이 나는 상황이다.”

문민정부의 방송정책에 의해 탄생한 방송매체(케이블TV, 지역민방등)들이 대체로 악전고투를 하고 있지만 인천방송은 특히 심하다. 그리고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각종 규제에 손발이 묶여 꼼짝달싹을 못하고 있다. 박찬호의 강속구도 인천방송을 살리는 데는 역부족인 셈이다.

SBS의 프로그램을 90% 가량 받아 그대로 방송하고 있는 대부분 지역민방과 달리 인천방송은 거의 100% 자체제작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호평을 받는 작품도 많다. 종종 방송위원회로부터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하고, 전국망을 가진 방송사들이 인천방송 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통째로 베끼기도 한다. 또한 박찬호 특수에 힘입어 케이블TV와 중계유선방송을 통해 전국 44%를 가시청권으로 하는 명실상부한 전국방송이 됐다. 많은 방송 관계자가 인천방송의 어려움에 대해 특히 안타까워하는 이유는 이처럼 다른 민방과 명백히 차별되기 때문이다.

인천방송이 생각하고 있는 ‘살 길’은 크게 두가지. 방송권역의 확대와 증자이다.

인천방송은 개국당시 서울지역으로의 전파월경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당시 공보처의 방침에 따라 다른 지역민방(30㎾)의 절반인 15㎾의 출력만을 허가받았다. 협소한 가시청권이지만 인천 경기지역의 기업과 기관으로부터 광고를 받으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그러나 IMF체제에 들어가면서 광고가 급감했다. 인천 경기지역의 기업이 인천방송까지 돌보기에는 역부족이 됐다. 당연히 살 길은 가시청권의 확대로 귀결됐다.

인천방송이 전파를 보내고 싶은 곳은 뭐니뭐니해도 서울지역. 그러나 저항이 많다. 정치권과 문화관광부는 수원 쪽으로의 시청권역을 늘리는 것에만 동의하는 정도이지 서울입성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득권을 가진 기존 방송사의 반대 때문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인천방송이 내세우는 논리의 근거는 자율경쟁이다. 결국 재미있고 유익한 방송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며 그렇지 못한 방송은 도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법령은 불공정 경쟁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인천방송을 보고 싶은 서울 시청자의 권리마저 빼앗는 부도덕한 규제라는 것이다. 현재 청와대와 총리실 기자실에 인천방송의 기자들이 출입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돈이 떨어지면 증자를 해야한다. 그러나 대주주가 지분의 30% 이상을 소유하지 못한다는 지역민방 설립규정 때문에 단 한 푼도 늘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주주인 동양화학이 증자를 하고 싶어도 소주주가 함께 투자를 해야하는데 소주주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서울에 방송을 하게되면 생각해 보겠다”는 정도다.

결국 인천방송은 과거 방송정책이 낳은 희생양이라는 논리로 이어진다. 그냥 고사하도록 놔 두는 것은 또 한 차례 정책 실패로 결론지어질 수 있다. 인천방송을 휘감고 있는 규제의 끈은 묶어놓은 이가 풀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권오현·문화부기자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