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유고, 그 끝나지 않는 슬픔

10/21(수) 15:49

유고 내전은‘언더그라운드’‘비포 더 레인’‘일그러진 사랑’과 같은 진지한 영화에서부터 할리웃 액션물‘피스 메이커’의 황당하고 단세포적인 배경으로까지 쓰였다. 그러나 유고내전의 역사가 워낙 오래되고 또 복잡한 데다 인종 청소라는 끔찍한 명분때문에 우리로서는 완전한 이해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유고 내전에 관한 영화들을 관심있게 보게되는 것은 남북으로 갈린 우리 민족의 현실때문일 것이다.

보로 드라스코빅 감독의‘부코바 (Vkovar)’(영성 출시)는 유고 내전을 한 신혼 부부의 비극을 통해 조명한 수작으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를 비롯하여 10여개의 크고 작은 국제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오랜만에 접하는 동구권 영화인데, 극장 개봉 흉내만 내고 바로 비디오로 출시되었다. 흥행성은 제로인 영화지만 그 깊이나 감동면에서는 이 달의 최고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광경이 TV로 중계되고, 레닌그라드가 성 페떼스부르그로 바뀌고, 유럽 통합의 기운이 유럽 전역에 불고있다. 결혼을 앞두고 신혼 집 단장에 들떠있는 크로아티아계의 아나(미르야나 조코빅)와 세르비아계인 토마(보리스 이사코빅)는 이같은 분위기가 마냥 기쁘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고 학교를 다니며 사랑을 키워온 두사람이 온 가족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리러 갈 때, 결혼 차량은 크로아티아계와 세르비아계의 데모 행진에 갇히게 된다. 나라밖의 해빙 무드가 유고 연방국 내에서는 종족별 독립 운동으로 번지며 타 종족에 대한 배척의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토마는 유고군에 징집되고, 같은 대원끼리 인종간 갈등으로 싸우는 꼴을 보게된다. 총격전이 심해져 친정으로 피신한 아나 역시 함께 역사를 배우고, 아름다운 다뉴브강가를 거닐었던 이웃들과 총을 겨눠야 하는 현실을 이해하기 어렵다. 아나의 아버지는 골수 크로아티아인들에게 끌려가 강제로 세르비아인과 싸우게 되고, 아나는 세르비아인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쫓겨난다.

행복을 꿈꾸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는 아름다운 신혼 부부가 내전때문에 헤어져 지옥같은 세상과 맞닥뜨린다. 그리고 영화 말미의 너무나 놀랍고 슬픈 아나와 토마의 재회. 카메라는 공중으로 빠지며 아름다웠던 역사와 문화의 도시 부코바의 파괴된 모습을 보여준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서진 건축물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내전의 진원지인 부코바는 현재도 복구되지 못하고 있단다. 모짜르트의 ‘레퀴엠’이 이 도시 위로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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