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지나간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

10/21(수) 15:52

“수원에 가면 중건된 행궁에서 경의왕후(혜경궁 홍씨)의 환갑잔치 재현의식을 볼 수 있어야 하고 용주사에 가서는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영인본을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관광하는 맛도 배가되고 문화관광상품의 진가도 발휘될 수 있다. 지금과 같이 어려운 때에 외국 관광객들에게 이태원의 싸구려 옷이나 팔아서 과연 얼마나 국고에 도움이 되겠는가? … …전통에 대한 이해와 현대적 감각을 두루 갖춘 인재들을 키우는 일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최근 국사학계가 이루어낸 학문적 업적을 디자인에 연결시키는 작업을 해야만 한다. 문화관광상품의 개발은 IMF 시대에 서둘러야 할 과제다.”(175쪽)

서울대 국사학과 정옥자(56) 교수는‘역사에서 희망 읽기’에서 서울 남산 한옥촌을 둘러보고 느낀 소감을 이렇게 말한다. 좋은 전통을 많이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후손들을 자책하는 것이다.

이 책은 제목대로 지난날의 역사에서 오늘을 사는 희망을 읽어내는 에세이다. 간간이 신문 잡지등에 기고한 단편들을 모았지만 역사학자로서 평소의 소신이 편마다 묻어난다. 우리 역사를 잘 모르는 독자라면 짤막짤막한 글을 통해 과거로의 흥미로운 시간여행을 할 수도 있다.

필자는 조선 후기 사상·문화사를 천착해왔다. 지난해 발표한 ‘조선 후기 조선중화사상 연구’에서는 조선 후기의 사대주의를 자주적인 시각에서 새롭게 해석해내기도 했다. 그런 만큼 조선의 역사에서 배우는 대목이 많다.

예를 들어 작금의 고위층의 부패와 사치에 대해 그는 17세기 효종의 일화를 소개한다. “그에게는 숙휘공주라는 어여쁜 딸이 있었는데 평소 수놓은 옷 한 벌 입는 것이 소원이었다. 참다 못한 공주는 아버지에게 졸랐다. 그러자 효종은 ‘내가 한 나라의 왕이 되어 검소함의 모범을 보이려 하는데 네가 어찌 수놓은 옷을 입으려 하느냐? 내가 죽고 나서 너의 어머니가 대비가 된 후 그런 옷을 입는다면 사람들이 크게 허물로 여기지 않을 것이니 기다려라’하고 타이르며 허락하지 않았다.”

이황 이이 김상헌 송시열 허목 최익현 박은식 등 조선 시대 대표적 선비들의 삶을 추적,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읽어내기도 한다. 문이당 발행, 8,500원. 이광일·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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