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청탁받지 않은 자서전 '하늘에서의 명상'

10/14(수) 14:59

‘모든 것이 자꾸만 끝나가는 시절,

모험은 사라지고 안식을 구하는 지금의 내 나이,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말처럼 비겁함의 지혜를 터득할 만큼 나이를 먹어버린 나는 죽은 시인들의 교훈만 기억하는 채로 아직도 이루지못한 작가에의 꿈에서 헤어나지를 못했다…’

한국문학의 황무지나 다름없던 미국에서‘하얀 전쟁’‘은마는 오지 않는다’등을 출간,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소설가 안정효씨. 그가 영어소설 작가에의 꿈을 실현한 것은 여느 사람에겐 더이상 도전의 나이론 인식될 수 없는 마흔일곱에 이르러서였다.

‘하늘에서의 명상’(디자인하우스 발행/ 7,500원)은 작가 안정효가 그 꿈을 이루어가는 인생역정을 담은 에세이. 부제‘청탁받지 않은 자서전’이 말해주듯 그는 자신이 겪었고 또 극복해낸 인생 고빗길을 진솔하게 기록했다.

‘더이상 나아갈 길도, 더이상 넓어지지도 않는 행동반경 속에서, 이제는 밑으로 내려가는 길 말고는 어떤 길도 남아있지 않은 사다리의 끝에서, 새로운 발견을 위한 탐험을 포기하고 낭만적 회상에서 위안을 찾아야 하는 데도, 호기심보다는 위안의 가치가 소중한 나이인데도, 그래도 나는 미래를 설계하며 텍사스에서 살았다’

책의 시작부터 안정효는 독자를 확 붙든다. 특히 변변히 내세울 것 없는 40줄의 인간들에게.‘네 인생은 아직도 늦지 않았다. 결코 포기하지 말라. 밀고 나가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이미 대학입학 때부터 영어로 소설을 발표하리라 목표를 세우고 미국출판사에선 받아주지도 않는 영문소설을 쓰고 또 썼던 그가 젊은 시절의 꿈을 포기하지 못한 채‘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마흔일곱의 나이에, 텍사스땅에서 마지막 도전을 시작하고, 또 성공으로 엮어가는 과정은 정말 감동적이다.

자신을 아는 이도, 찾는 이도 없는 유형지나 다름없는 미국땅에서 안정효씨는 하루 영문 원고 3장을 쓰며, 낚시를 다니고, 딸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이 책에 온갖 사색의 기록들을 토해낸다. 헐리우드키드적 시각으로 미국 문화를 해석하기도 하고 한국 현실에 대해 직설적 비판도 하고…. 이 기록 속에서 언뜻언뜻 내비치는 작가의 어린시절에 대한 기억들을 통해 독자들은 작가의 인간에 대한 이해의 깊이까지도 공유할 수 있다. 한가지 목표를 향해 다가가는 인간의 희망과 열정, 그리고 상처로 가득찬 삶 속에서도 화해의 노력을 아끼지않는 인간의 놀라운 힘을 우리들에게도 충전시켜주는 것이다.·송영주 주간한국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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