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_ 작품성. 좋은 예가 있다. 한국영화학회가 일본영화 개방바람을 타고 11월6일부터 마련한 아시아 아트필름 페스티벌. 아시아라고 해야 한국 일본 중국 대만의 영화를 모아 상영하는 자리다. 일본영화 개방 폭을 세계 3대 국제영화제(칸, 베를린, 베니스)대상작으로 했으니 페스티벌의 상영작도 당연히 그 안에서 골랐다.

모두 7편을 모았다. 얼마전 세상을 떠난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 (51년) 이나가키 히로시의 ‘무법송의 일생’ (58년) 기타노 다케시의 ‘하나비’ (97년)는 베니스영화제서, 이마무라 쇼헤이의 ‘나라야마 부시코’ (83년)와 ‘우나기’ (97년) 기누가사 데이노스케의 ‘지옥문’ (54년)은 칸영화제서, 그리고 이마이 타다시의 ‘무사도 잔혹이야기’ (63년)는 베를린영화제서 작품상을 받았다. 칸에서 대상을 받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가게무샤’ (80년)만 빠졌다.

중국과 대만영화만 해도 3대영화제 수상작이 6편이나 된다. 인도 이란 베트남까지 대상을 냈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한국영화는 수상작이 단 한 편도 없다. 그래서 ‘검사와 여선생’ ‘하녀’ ‘오발탄’ ‘서편제’ 를 대표작이라고 이름 붙여 상영한다. 범위를 감독상이나 다른 경쟁영화제까지 넓히면 더 하다. 일본은 20여편 가까이 되지만 우리는 신인감독들만 참가하는 로카르노영화제 작품상인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뿐이다. 이것이 한국과 일본영화의 현주소다.

둘_ 상품성. 영화는 문화상품이다. 일본영화의 연간 수출액은 6조원에 달하고 한국은 그것의 1,000분의 1도 안된다. 애니메이션은 아예 비교도 하지말자. 방송용까지 합쳐 일본은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의 70%를 점하고 있고, 우리는 그 하청업체로 전락했다. 지난해에는 애니메이션인 ‘원령공주’ 가 극영화를 제치고 일본국내 흥행 1위(10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셋_ 잠재력. 상황은 비슷하다. 여전히 할리우드의 태풍에 자국영화는 휘청거리고 있다. 흥행10위까지 자리를 내준 것도 비슷하다. 두 나라 관객 모두 예술성 높은 작품을 외면한다. 60년대는 황금기였으나 70, 80년대에 극심한 침체에 빠졌고, 90년대 신세대 감독들에 의해 되살아나는 현상도 같다. 그러나 차이는 저력. 작품수준이야 어떻든 1년에 300편과 50편의 차이일 것이다.

우리가 일본영화를 욕할때 가장 먼저 들먹이는 포르노물. 그러나 그 속에서 일본은 진주를 찾아내기도 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상영돼 일본영화로는 50만명이란 경이적 기록을 세운 ‘춤을 출까요’ 의 수오 마가유키 감독이 대표적이다.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아스지로, 이마무라 쇼헤이 아래서 영화를 배운 세대들이 지금 일본영화의 주역인 것도 무시할수 없다. 그들의 섬세한 정서와 연출력은 일본 ‘실락원’ 과 우리 ‘실락원’ 의 차이만큼 앞서 있고, 이와이 순지의 ‘러브레터’ ‘4월의 이야기’ 에 우리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대현·문화과학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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