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문화대전/인터뷰] 일본 문화평론가 김지룡씨

11/05(목) 12:03

우리사회에 알게 모르게 단단히 뿌리내려온 일본문화 매니어들에게 일본문화개방은 어떻게 해석되고 있는가. 일본문화 전반의 생생한 정보를 독특한 관점으로 해석한 책‘나는 일본문화가 재미있다’로 일약 일본문화평론가 대열에 선 김지룡씨(34). 6살에 한국말로 번역된 일본만화를 보며‘인간사 참 복잡한 동네’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우쳤다는 김씨는 만화뿐 아니라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등 일본 대중문화의 총체적 매니아. 우리가 어떤 식으로 일본문화를 접수할 것인가, 그의 독특한 코드를 통해 풀어본다.

-일본문화 개방시기나 방법이 적절했다고 생각합니까. 우리문화가 일본문화를 받아들일 준비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일본문화 개방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습니다. 두꺼운 대문의 빗장만 걸어 잠갔을 뿐, 담장은 무너져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죠. 어차피 개방된 것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는 의미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하로 흘러다니던 일본 대중음악이나 영화 복사품을 이젠 정품을 본다는 의미 정도로 해석하고 싶습니다.‘공식화해서 선별하게 됐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정상적 거래라는 산업적 측면에서의 개방이 이번 일본문화 개방의 의미라고 평가합니다.”

-일본 문화 개방의 파장은 어느 정도일까요. 우리문화시장을 크게 잠식하지는 않을지 우려되는데…

“향후 대중문화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가 문제인데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어느정도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70~80년대 표절·모방 ·도작(盜作)에 머물던 한국만화가, 90년 일본에서 드래곤 볼을 정식 수입한 이후 망했습니까? 아닙니다. 오히려 이 만화를 본 세대들이 성장해, 이젠 손색없는 만화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달라요. 로봇태권V가 나타난 76년부터 시작, 80년대초까지 한국 애니메이션은 황금기를 누려왔습니다. 당시 한국 애니메이션은 모두 도작으로, 구성 스토리 디자인까지 모두 일본 것을 갖고 왔죠. 심지어 일본하청을 받아 작업했던 만화를 몰래 재편집, 극장용으로 내놓는 사례까지 있을 정도죠. 90년대 들어 일본기술에 전적으로 의지해국내개봉했던 애니메이션 아마겟돈이나 헝그리베스트5, 블루시걸등 모두 실패했습니다. 도작에 치중하다보니 애니메이션을 제대로 만들 능력이 없었던 것이죠. 미리 만화처럼 자극받았다면 이런 식으로 참패하지는 않았겠죠. 수입에만 치중한다면 한국 것은 다 망하고 맙니다. 우리대중음악과 영화가 우리 만화처럼 잘 될 수도, 아니면 애니메이션처럼 잘못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일본문화를 받아들여야 할까요.

“영화의 경우, 일본 것은 무조건 멋있는 것이란 환상을 버려야해요. 소비자들이 실체는 못보고 환상만 가진 채 과대평가한다면 한국영화 기반이 무너질 수 있죠. 객관적 평가를 통해 우리가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야해요. 실지로 일본 만화출판사에선 최근 한국 만화가들에게 부쩍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국내 만화가 황미나, 원수연씨등은 이미 일본에서 만화를 출판했거나 연재중이고 이외에도 일본과 접촉중인 국내 만화가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살아남았던 한국 만화가들은 일본문화개방에서 살아남을 수 있죠. 실지로 일본출판사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 요즘 한국만화가를 영입하기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죠. 일본 음반기획사중에 엄청난 돈을 제의하며 한국음반 제작자를 스카웃하려는 움직임도 있고… 크리에이터 능력이 일본에 비해 뒤쳐지지 않으니까, 이런 것 아닐까요.”

-일본문화의 파워는 무엇일까요.

“다양성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일본문화는 횡적(소재, 장르) 종적(수준)으로 다양하지요. 소비자들이 취향에 맞는 것을 딱딱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일본애니메이션 중엔, 미국 빌보드 비디오 부문 1위에 올랐던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처럼 성인도 이해할 수 없는 심오한 스토리가 있는가 하면,‘생명’이란 철학적 내용을 다룬 것도 있고, 30대주부를 대상으로 한‘짱구는 못말려’도 있습니다. 회사원들을 타깃으로, 회사내부의 암투를 그린 만화에서 사자애상처럼 50대이상 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만화도 있어요. 계층마다 잘라서 만화를 만들죠.”

-우리 젊은이들은 왜 일본문화에 열광할까요. 김지룡씨는 왜 일본문화를 좋아합니까.

“신선함 때문아닐까요. 문화에도 일종의 패션같은 것이 있어요. 할리우드나 유럽영화에 대한 소재가 떨어지면서, 일본영화가 새로운 대중문화의 화두로 등장한 것입니다. 저는 상상을 벗어난 스토리때문에 일본만화가 재미있어요. 배신감을 갖게 될 정도죠. 일본만화에선 주인공이 중간에 죽을 때도 있습니다.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선과 악의 구분이 어려울 때가 많죠.”

-일본 문화상품이 왜 재미있다 평가받을 수 있는 것입니까?

“완성도가 높으니까요.‘드래곤 볼’‘슬램덩크’같은 만화는 권당 300만권 이상 나갔을 정도니까요. 기본설정이 황당하지않고 캐릭터의 세세한 면까지 신경을 써요. 또 일본영화는 테마를 갖고 있어요. 영화‘우나기’에선 40대 남자의 성문제,‘실락원’에선 불륜,‘하나비’에선 정리해고당한 40대 남성을 각각 다루었죠. 할리우드 영화와 달리 일본영화를 보고 나면 남는 게 있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생각에 공감대를 가질 수 있으니까요.‘소시민의 일상’이 쉽지않다는 메시지를 얻게 돼죠.”

-일본문화의 선정성·폭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은데…

“과연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들이 만화같은 것을 볼까요? 청소년 인격과 인권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입니다. 폭력만화 보면서, 격투게임 보면서, 스트레스를 발산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폭력만화가 폭력을 부른다는 뒤집어 씌우기식 비겁한 논리는 사라져야 해요. 쿵후영화 많이 본 세대가 흉포해졌다는 말 있습니까. 일본 영화를 단편적 시각에서 폄하하는 일도, 과장되게 높이 평가하는 일도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선정성 문제가 어디 작가의 책임이라 할수 있나요. 오리지널의 문제가 아닙니다. 유통을 맡은 사람들의 책임이죠.”

-일본문화의 특성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제작자 사이드에서‘오타쿠’가 많다는 점입니다. 오타쿠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이죠. 일본영화의 리더는 대형영화사 소속 감독이 아닙니다. 오타쿠 출신에서 성장한 독립영화출신 감독들이죠. 문화수용자로서, 주체로서, 즐기던 젊은이들이 정말로 뛰어난 이야기를 만들어낼수 있죠.

일본 것이라는 의식 자체를 갖지 말고 일본문화를 받아들였으면 해요. 좋을 것이란 기대도 말고 저질이란 편견도 버리고… 우리국민의 지적수준은 충분히 일본 문화를 받아들일 능력이 됩니다.”

-우리는 일본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수 있을까요. 무엇을 일본에 팔 수 있을까요.

“만화 대중음악 영화수준은 뒤떨어지지 않아요. 외국 나가서 될 것이란 생각하는 사람도 없구요. 우리 것은 안된다, 후지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누군가 선구자가 돼 깃발을 올려야해요. 메이저리그의 박찬호를 보세요. 상상이나 할 수 있었던 일입니까. 한국만화, 음악에서도 대박을 칠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요. 기획단계부터 일본을 염두에 두고 해야겠죠.”

송영주·주간한국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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