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 "은행돈 사절합니다" 남양유업의 성공전략

11/20(금) 13:28

‘빚으로 장사하지 않는 기업’ ‘인사청탁이 없는 기업’ ‘창사이래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은 기업’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이후 고금리와 신용경색 등으로 사업하기가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요즘, 기업하는 사람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과연 그런 회사가 존재할 수 있을까” 라고 되묻게 될 만큼 반갑지만 생소하게 들리는 얘기들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모유대신 이유식을 먹이는 것이 정착되기 시작한 70년대이후 태어난 20대중반 이전의 한국인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먹어본 일이 있는 ‘남양분유’ 의 남양유업은 이 꿈같은 일을 해낸 기업이다.

그렇다면 올해 예상매출액 5,200억원으로 재벌들에 비해 턱없이 조그만 한 중견기업이 IMF시대 기적을 이룬 비결은 뭘까. ‘우리모두가 찾던 파랑새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는 말처럼 남양유업의 성공비결은 ‘돈을 벌면 주력업종에 투자한다’ 는 너무나 당연한 경영원칙을 철저히 지킨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한국에서 가장 탄탄한 기업인 남양유업의 성공전략을 요약한다.

무차입 경영 선언, 한우물만 팠다

지난달말 남양유업과 거래중이던 상업은행 종로지점 대출담당 직원은 하루마감을 끝낸뒤 깜짝 놀랐다. 남양유업 계좌로 당초 예정에 없던 40억원이 입금, 상업은행에서 빌려간 대출금 전액을 모두 갚았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이날 상업은행은 물론 조흥은행과 신한은행 등 그동안 거래하던 은행에서 빌린 180억원이 넘는 대출금을 한꺼번에 갚아버렸다.

은행거래 관행상 차입금을 아예 없애는 것보다는 소규모 차입금은 유지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남양유업이 무차입 경영을 선언하게 된 배경은 무엇보다도 “우리 돈도 넘쳐나는데 굳이 은행돈을 쓸 일이 있느냐” 는 홍원식(48) 사장의 자신감때문이었다.

실제로 남양유업의 재무제표에는 ‘우량기업’ 에게서만 나타나는 우량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우선 매출성장률. 대부분의 기업들이 연 30%가 넘는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퍽퍽 쓰러지던 올 상반기에도 남양유업은 97년에 비해 매출액을 16%이상 늘렸던 것이다. 또 기업채산성의 주요 지표인 매출액대비 경상이익률은 6.4%, 재무건전성의 지표인 사내유보율은 무려 2,000%를 넘어서고 있다.

남양유업이 다른 회사들은 구조조정으로 ‘허리가 휘는’ 상황에서 유독 무풍지대로 남아있을 수 있는 까닭은 태생적으로 거품을 제거한 상태였기때문이다. 홍 사장은 한국경제가 거품성장으로 흥청거리던 97년말 이전까지만해도 직원들로부터 “우리회사는 바보같다” 는 불평을 들을만큼 ‘한우물 경영’ 전략을 펴왔다. 현재 남양유업은 분유(아기사랑·시장점유율 60%), 이유식(스텝엄선·65%), 발효유(불가리스·27%) 등 출시중인 전제품에 걸쳐 업계 1위자리를 고수하고 있는데 모두가 ‘한우물 경영’ 으로 제품력을 강화시킨 최고경영자의 판단때문이라는 것이 회사안팎의 일치된 견해다. 이 회사 윤금옥 과장은 “IMF체제이후 P, H, S사 등 한때 공격적인 확장경영으로 유명했던 업체들이 줄줄이 부도가 나면서 우리회사가 얼마나 올바른 영업전략을 펼쳐왔는지 검증받게 되었다” 고 말했다.

성공하려면 인사관리부터 챙겨라

남양유업이 탄탄한 재무상태는 따지고 보면 최고경영진의 안목있고 체계적인 인사정책에서 비롯된 면이 크다. 남양유업은 경쟁업체보다 혹독하리만큼 직원들의 경력과 업무를 철저히 관리, 기업태생적으로 거품을 제거한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던 것이다.

86년 남양유업이 도투락을 인수했을때 판매현장에서 벌어졌던 일화는 남양유업이 얼마나 깐깐하게 인사관리를 해왔는지를 알려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당시 남양유업 영업사원들은 1인당 50개의 대리점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도투락의 경우는 영업사원 1명이 단지 3개를 관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남양유업은 또 대다수의 한국기업들이 체계적인 경력관리시스템(Career Development System)을 도입하기 전에 경력관리시스템을 도입, 운영했다. 유업계의 다른 경쟁회사들은 ‘순환보직’ 의 논리에 따라 전문가를 키우는데 게을리한 반면 남양유업은 전직원을 직군별로 구분, 모두가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는 전문가가 되는 경력관리 정책을 펼쳤는데 이에 따라 동종업계에서는 가장 낮은 종업원 이직률을 자랑하고 있다.

투자할때는 투자한다

재무, 인사측면의 강도높고 체계적인 관리와 더불어 남양유업을 ‘한국에서 가장 탄탄한 기업’ 으로 일으켜 세운 또다른 지렛대는 ‘투자할때는 투자한다’ 는 전략때문이다.

64년 3월 설립된 남양유업은 34년동안 벌어들인 돈을 모두 신기술과 신공정개발에 재투자했다. 요컨대 ‘품질제일주의’ 를 앞세워 이익이 나면 한눈팔지 않고 유제품 개발, 생산공정 및 물류시스템 개선 등에 자원을 집중시켰는데 공주공장에 과학적 관리시스템인 자동화공정을 위해 320억원을 투자한 것은 그 대표적인 투자사례이다. 이밖에도 “남양유업은 유가공분양의 석·박사들로 구성된 30여명의 고급 연구진과 최첨단 연구설비를 갖춘 중앙연구소를 운영중인데 이곳에서 94년 천연 DHA우유 아인슈타인을 개발,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조철환·경제부기자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