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 창업 컨설팅.헤드헌터 "그런대로 체면유지"

11/20(금) 13:35

11월 15일 낮 3시 서울 여의도 종합전시장.

창업디자인박람회가 한창이다. 바글거리는 인파 사이로 창업 열기가 후끈하게 느껴진다. 이날 행사는 CI(기업이미지통합) 디자인 전문회사인 로고뱅크가 주최한 것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이나 소자본 창업을 준비하려는 사람들이 특히 많이 몰려들었다.

IMF 1년후, 거의 모든 업종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서도 창업과 취업을 도와주는 창업 컨설팅 회사와 헤드 헌팅 업체들은 그런대로 체면을 유지하고 있다.

로고뱅크의 경우 IMF 이전에는 주로 기업이나 지방정부 차원의 CI 디자인을 주로 했으나 최근 들어 소자본 창업자들의 CI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상호 작명에서부터 간판, 명함, 심볼마크, 캐릭터 제작 등등.

이 회사 기획실 홍보팀장 홍성곤씨는 “기업 단위의 주문이 준 대신 컴퓨터 수리업, 장보기 대행업 등 무점포 소자본 사업자들에 대한 서비스를 늘려 매출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창업 컨설팅 업체인 한국사업정보개발원도 IMF 이전의 매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회사 이형석(41) 사장은 “가격파괴형 대형 소매점이 늘고 있기 때문에 소매점 창업은 별로 경쟁력이 없어 이 부문 컨설팅은 거의 없앴다”며 “대신 정보제공업(IP)같은 온 라인 사업쪽의 고객을 많이 발굴하고 있다”고 말한다. “IMF 전만 해도 상담 예약이 3개월씩 밀려 있었지만 지금은 예약이 별로 없어요. 이제는 자금도 2,000만∼3,000만원 수준에서 가능하고 전망도 밝은 온 라인 비즈니스쪽 상담이 많고 그쪽에 많이 치중하지요.”

체인정보 대표 박원휴(39)씨도 “창업 컨설팅쪽도 사정이 좋은 편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IMF 이전 발생한 명예퇴직자들은 자금 여유가 있었으나 최근에 대량으로 발생한 실업자들은 대부분 자금이 별로 없기 때문에 실제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컨설팅 수요가 그만큼 주는 것이지요.”

다만 노동부를 비롯해 각종 단체에서 주최하는 창업 관련 강의는 예전보다 훨씬 늘었다. 박 대표의 경우는 특히 창업 안내 서적 출판과 프랜차이즈 체인 본부쪽 컨설팅에 치중, 떨어지는 매출을 만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영리 목적의 업체는 아니지만 창업 교육 관련 교육기관들은 단연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국경제교육원의 경우 IMF 이후 수강생이 60∼100% 늘었다. 교육원의 김용국 총무는 “IMF 전에는 무역업과 오퍼상 관련 창업 교육을 세달에 한번 정도씩 했으나 IMF 이후에는 2주에 한번씩 열고 있다”며 “회당 10만원을 받는 참석자도 50명에서 80∼100명씩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바이어 개발 방법 등에 관한 강의가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고급인력을 기업에 소개해주는 헤드 헌팅 업체들도 전반적으로 매출이 좀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버텨나가고 있다.

휴먼서치의 경우 IMF 이후 새로 한국에 진출하는 외국인 회사의 설립을 지원하고 사무실까지 마련해주는 ‘인터링크 비즈니스 센터’ 사업으로 매출이 20∼30% 늘었다. 이 회사 한재욱(35) 실장은 “기업이 잘 돼야 우리 업계도 잘 되는데 기업이 어려운 만큼 잘 되기는 어려운 형편”이라며 “컴퓨터와 정보통신 분야를 제외하고는 구인 수요가 전 분야에 걸쳐 엄청나게 줄었다”고 밝혔다.

탑 경영컨설팅의 고강식(45) 사장은 “IMF 이후 헤드 헌터가 잘 된다 하니까 군소업체가 난립해 일부는 도산한 실정”이라며 “기업의 구인 요청이 연기되거나 보류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이 회사의 경우는 IMF 이전에 외국인 회사 고객이 80%까지 됐으나 최근에는 국내 기업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변화를 겪었다. “국내 기업들도 이제는 헤드 헌터를 통한 인력 아웃소싱의 장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많이 이용합니다. 외국인 회사만 상대하기에는 시장이 너무 좁아 앞으로는 국내 기업, 특히 금융권쪽으로 전력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보이든의 박상옥(34·여) 차장도 “업계 전체로 보아 30% 정도 매출이 준 것 같다”며 “구직자는 IMF 이전보다 3배 이상 는 반면 구인 기업은 크게 줄어 엄청난 수급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광일·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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