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 홈쇼핑에 "불황은 없다"

11/20(금) 14:51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IMF관리시대에는 직장인들에게 "요즘 재미좋으냐"와 기업인들에게 "장사 잘되느냐"고 묻는게 실례란다.

사실 어느 구석을 보아도잘되는 것이 없다. 그러나 "백마고지전투에서도 낮잠잘 수 있다"는 말처럼 사람사는 곳에 틈새시장이 없을리 없다. 우선 이동통신인 핸드폰이 엄청 늘었다. 버스안에서나 지하철에서 울려대는 소리때문에 신종공해로 규정될 정도다.

TV나 신문광고에서도 '01X'선전만이 요란하다. 10명중 3명이라니 중고교학생들도 들고 다닐 정도다. 장사가 잘 되는 증거다. 또한 홈쇼핑과 인터넷판매등 소위 전자상거래가 붐이다. 이는 대도시만이 아니라 판매액의 40%가 지방에서 이루어질 정도로 전국적이다. 이어 외국계 컨설팅업체, 국제변호사를 거느린 법률회사(로펌), 헤드헌터업체등은 오히려 새 수요가 늘었고 당연히 퇴직자들의 새 사업을 도와주는 창업전문 알선업체등도 호황이다.

유수한 기업으로는 남양유업이 이 불황에도 흑자를 냈고 중소기업인 YTC도 대표적인 'IMF를 날려버린 기업'으로 꼽힌다.

이 틈새시장의 면면들을 살펴본다.

지난 5월 문을 연 장난감전문 인터넷쇼핑몰 리젠코리아(사장 위민선. 32)의 '토이샵(www.toyshop.co.kr)' 이 회사의 최근 월 매출액은 처음 쇼핑몰을 개설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2,000%가 넘는 급성장을 했다. 20배이상이라는 뜻이다.

6개월여의 짧은 기간과 매출액 자체가 크지 않은 점에 비추어 사실 매출신장률이 크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터넷쇼핑이 가지는 잠재력을 감안하면 토이샵의 매출신장률이 가지는 의미를 되새겨 볼만하다.

토이샵이 사업을 구상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공교롭게도 IMF와 맞물린 시기에 사업을 구상하고 홈페이지 작업과 데이터베이스구축, 영실업, 리틀타익스등 국.내외 장난감제조업체 20여곳과의 제휴, 택배사와의 연결등 전자상거래를 위한 제반 준비에 착수해 6개월만에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사무실과 직원 인건비를 제외하고 총 1,500여만원이 든 인터넷 쇼핑몰사업은 500여개의 장난감 테이타베이스를 갖추고 시작됐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토이샵을 들락거렸지만 거래를 한 고객은 불과 월 10건도 되지 않았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IMF로 위축이 돼 있었고 '개인정보를 함부로 내보여도 될까''신용할 수 있을까'하는 등의 의심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토이샵은 하자있는 모든 제품에 대한 반품과 각종 이벤트, 회원 할인혜택등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심지어 구매자가 문제가 발생한 뒤 해결이 제대로 않될 경우 연락할 수 있는 각종 소비자단체와 관공서 전화번호까지 홈페이지에 만들어 두었다. 토이샵의 노력은 지난 9월부터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해 월평균 30여건의 주문이 들어왔다. 지방의 한 장난감 대여점은 500만원정도의 거액거래를 트기도 했다. 홈페이지를 그냥 넘보기만 하던 네티즌들이 회원으로 등록하는 사례도 부쩍 늘어갔다. 이회사의 사이트 클릭수는 그동안 2만여건에 달한다.

토이샵 고객의 40%는 지방의 인터넷 이용자들이다. 서울과 같은 대형 할인매장이나 완구점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지방에서 틈새시장으로 작용한 것이다. 토이샵의 유통마진은 불과 10%선. 가격경쟁력을 얻기 위해서는 20~40%에 달하는 백화점이나 통신판매보다도 적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시살 매출액은 늘었다 하더라도 고객의 구미에 맞게끔 홈페이지를 계속 바꾸는 비용과 인건비나 건물임대료를 감안하면 아직까지 '남는 장사'는 이나라는 것이 토이샵의 엄살섞인 설명이다.

위씨는 "이제야 고객들이 토이샵을 신뢰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자 상거래가 일반화돼 있지 않고 아직 인터넷시장규모가 크지않은데도 올해 토이샵과 같은 인터넷 쇼핑몰은 거의 폭증에 가까울 정도로 늘어났다.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정보통신 진흥협회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몰은 지난해 20여곳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무려 130여곳으로 폭증했다. 한국정보통신 진흥협회가 49개 인터넷 쇼핑몰을 연결시켜둔 인터넷 '사이버 쇼핑 엑스포98'은 9월 14일 개설됐는데 이 사이트를 통해 쇼핑몰업체로 들어가는 건수는 하루 1,000건에서 3,500여건에 이를 정도, 웬만한 백화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LG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인터넷 상거래규모는 지난해 63억여원에서 가까운 1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통산산업부의 인터넷 전자상거래 종합대책에 나타난 인터넷 쇼핑몰 상거래추이는 96년 14억원에서 올해 150억여원이고 2000년에는 600억원으로 추정돼 2년마다 10배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야후코리아가 인터넷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자상거래를 통산 상품구입은 18%였으며 전자상거래를 통한 구입의향은 무려 78%로 나타나 잠재수요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인터넷 이용자는 100만~200만여명. 대부분 10~30대연령층이다. 시간이 갈수록 인터넷 이용자가 주소비층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터넷 쇼핑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이유는 단순히 인터넷 이용자가 증가한 때문이 아니라 미래형 시장인 '홈쇼핑'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홈쇼핑은 우선 편리하다. 집안에 앉아서 전화나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며 정해진 날짜에 물건이 배달되고 대금은 온라인으로 자동적으로 빠진다. 때문에 유통비용이 적어 할인점 수준의 저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

통신판매회사인 대한통운 코렉스 텔마트 신민성 과장(38)은 '홈쇼핑을 이용해본 소비자는 대부분 더이상 시장에 나가 물건을 보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홈쇼핑의 매력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향후 수년안까지는 직접 눈으로 보고 물건을 골라야 직성이 풀리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대세를 이루겠지만 홈쇼핑의 확산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인터넷 쇼핑몰이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상품전시장을 없앰으로서 자본비용을 줄일 수 있고 유통과정을 현저히 축소시킴으로서 이것만큼 제품의 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데 있다. 특히 토이샵의 주고객층이 지방주민이라는 점을 보더라도 지역적 제한이 없다.

아직까지 인터넷 쇼핑몰인구가 큰 규모의 시장을 이루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만큼 틈새시장도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

홈쇼핑은 비단 인터넷만이 아니라 TV나 통신판매를 통해서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IMF시대에 불황이 아닌 호황을 타고 있다. 케이블TV 홈쇼핑인 'LG홈쇼핑'의 경우 올 상반기 매출액은 1,520억여원. 지난해 매출액이 734억원임을 감안하면 벌써 2배이상의 엄청난 신장세를 보였다. 올해 매출규모를 약 2,500억여원으로 잡고 있어 무려 3배이상의 매출신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150억원에 불과했던 2년전인 96년 매출액과 비교하면 15배이상의 매출신장률이다. 이 홈쇼핑의 최고인기상품은 15만원대의 전기밥솥. 한 종류만 무려 수십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고 한다. 똑같은 케이블TV홈쇼핑인 '39쇼핑'역시 불황이 닥쳐온 지난해에도 흑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흑자를 예상할 정도로 TV홈쇼핑은 활황이다.

LG홈쇼핑관계자는 "TV홈쇼핑은 이미 초창기를 넘어 성장기에 접어들었을 정도로 광범위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며 "싼 가격을 추구하는소비자의 심리를 부추긴 IMF가 TV홈쇼핑의 성장에 오히려 도움이 됐을 정도"라고 말했다.

언론이나 카탈로그광고를 통해 전화로 주문을 받는 통신판매는 홈쇼핑을 구현하는 유통망중 가장 덩치가 크다. 지난 70년대 일부 백화점을 통해 이루어져 왔던 통신판매는 활성화되지 않다 90년대 들어 대규모의 시장이 형성되면서 통신판매회사들도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 신고된 통신판매회사만 무려 1,600여개. 대,중,소형 통신판매업체가 난립, 성황을 이루고 있는 통신판매시장의 올 매출예상액은 거의 1조원(LG경제연구소 추정)에 가깝다. 지난해 7,300억원에 비해 무려 3,000억원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판매는 세계 최대 통신판매회사인 독일의 오토사가 두산과 손을 잡고 국내에 진출했으며 스피겔, 라후드뜨, 센슈이카등 세계적 통판회사 20여개가 국내에 진출했거나 진출할 예정으로 있어 이 시장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IMF의 파고를 슬기롭게 헤져가고 있는 홈쇼핑 시장이 마냥 낙관적인 장밋빛만은 아니다. '노마진세일''초저가''가격파괴'등 다양한 구호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는 할인점, 제조업체들의 직판점등과의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 더욱이 상당수 소비자들은 여전히 비대면 신용거래, 즉 전자상거래에 상당한 거부감과 의심을 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에 대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없는한 '홈쇼핑'의 장점을 살리기 어렵다.

한국정보통신 진흥협회 박석규부장은 "전자상거래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총체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개별기업의 시장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진황 주간한국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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