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살아나야 한다] 영산강에 물길.뱃길을 뚫자

11/26(목) 11:23

노령산맥의 끝자락 전남 담양군 용(龍)면 추월(秋月)산 용소(龍沼)에서 발원해 곡창지대인 나주평야와 함평천지를 굽이굽이 휘감고 돌아 목포항에 이르는 물길 300리 영산강.

유역면적 3,371㎢로 전남도 전체 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광주, 전남 인구의 절반 가까운 170여만명을 끌어 안고 수천년동안 그들과 삶을 함께 해오며 남도문화를 형성해 온 젖줄이다.

불과 20년 전만해도 영산강은 숭어 전어 농어 학꽁치 등 물고기가 바다와 강을 오가며 알을 낳고 통통배와 돛단배에 쌀이며 옹기 등 온갖 생활물자와 생선, 젓갈류까지 싣고 상류와 하류를 왕래할 수 있게 했지만 지금은 강이라 할 수 없는 상태다.

81년 목포시 옥암동과 영암군 삼호면을 잇는 4.2㎞ 길이의 영산호 하구둑이 완성돼 물길을 막히면서 영산강은 저수량 2억5,300만톤의 거대한 호수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갯벌에서 뛰어놀며 헤엄치는 아이들도, 망둥어도, 산란기 숭어알을 얇게 썰어 참기름 발라가며 말리던 어란(魚卵)도, 강을 오가는 통통배와 돛단배도 모두 사진속에서나 기억을 더듬어볼 수 밖에 없는, 아련한 추억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영산호 하구둑 건설로 물길 막히며 썩은 호수로

넓디 넓은 영산호에는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온 물새떼와 간혹 관광객을 태워 주는 모터보트가 물살을 가르는 것 외에는 고요하다.

영산강의 변화는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아니다.

물밑은 썩을대로 썩어 진흙에서는 악취가 풍기고 갈수기에는 녹조가 발생하는가 하면 기형 물고기까지 잡히고 있는 실정이다.

바다로 흘러야 할 물길이 막히면서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현상들이다.

수치상으로도 영산강은 본류와 5개 지천이 모두 환경기준치(1ppm)을 초과, 발원지를 빼놓고는 어디에서도 1급수를 찾기 어렵다.

본류의 경우 담양지역만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6ppm(이하 97년 기준)으로 2급수였고 나머지 지역은 3~4급수로 나타나 농업용수나 공업용수 밖에 쓸 수 없고 식수로는 사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4년4월 영산호물을 취수해 식수로 공급하던 목포시가 상수원에서 암모니아성 질소가 7.4ppm이나 검출돼 기준치(0.5ppm)를 15배나 초과, 한 달동안 수돗물 공급을 중단했던 사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지천도 황룡강, 지석천, 고막원천, 함평천 등이 2ppm 내외를 보였고 광주시내를 통과하는 광주천은 본류와 합류하는 극락교지점과 함께 BOD가 각각 22.9ppm과 14.7ppm을 보여 물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광주천은 94년부터 96년까지 3년동안 BOD가 무려 35~36ppm에 달했다.

영산강은 국내 4대강중 오염도가 가장 심해 지난해 영산강수계 나주의 BOD는 7.2ppm으로 한강 노량진(4.1ppm), 낙동강 물금(4.2ppm), 금강(3,4ppm) 등에 비해 두 배 가까운 수치를 보이고 있다.

폐수흘러들고 상류물길 막혀 오염 부채질

이처럼 영산강의 오염이 심각한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먼저 영산강은 길이가 낙동강(521㎞)의 4분의 1에 불과, 유로(流路)가 짧고 유역에 산림이 적은 반면 평야가 넓어 오염에 취약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또 강 유역의 생활하수, 분뇨와 오수, 축산폐수, 농약 등 각종 오염원을 처리하는 기초환경시설이 거의 갖춰지지 않은 실정이다.

게다가 상류에 장성호, 담양호, 광주호, 나주호 등 농업용 댐이 4개나 자리잡아 지천에서 본류로 물이 흘러들지 않는 것도 오염을 부채질하는 큰 요인이다.

정부는 91년 낙동강 페놀사건이 발생한 후 영산강의 수질개선을 위해 기초시설을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 등 지자체 차원의 하천개수와 하상정비, 수변공원 조성 등 정비 및 개발계획이 검토되고 있다. 전남도는 11월17일 사업비 600억원을 들여 수질개선을 위한 국내최초의 환경댐 2곳을 장성군과 담양군에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광주시와 나주시 등 2곳에 불과한 하수종말처리장을 화순, 무안, 함평, 영암 등 중·하류지역에 14개소를 신설, 생활하수 40만톤을 처리하고 강 유역의 6개 시군에 780톤을 처리할 수 있는 분뇨처리장을 만들어 오염원을 차단할 계획이다.

또 농공단지와 축산농가에서 발생되는 폐수를 공동처리할 수 있도록 지역별 처리장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함께 농업용 4개 댐의 수량관리를 합리적으로 실시해 갈수기에도 강물이 흐를 수 있도록 하고 주암호 물을 끌어와 영산강에 흘려보내 강물이 흐르는 강으로 되돌리는 방안도 강구되고 있다.

지역언론과 민간단체의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전남일보사와 목포MBC 등은 매년 민간인들로 구성된 영산강탐사단을 구성, 강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실태보고서와 대책을 마련하는 등 영산강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하구둑에 통선문 만들어야”

목포환경과건강연구소 서한태(71) 이사장은 정부가 수자원공사, 농림부, 건설교통부, 환경부 등으로 분산되어 있는 현행 물관리 체계를 환경부로 일원화하고 수자원의 근원인 산림도 산림청에서 환경부로 넘겨야만 물을 용도에 맞게 쓸 수 있고 영산강을 살릴 수 있다며 물관리일원화를 촉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깨끗한 물은 농업용수로 쓰고 오염된 물을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정수처리해 음용수로 사용하고 있는 불합리를 해소하고 정기적인 수자원 확보와 관리를 위해서는 물과 관계되는 일은 한 부처에서 맡아야 하고 그 주체는 수질문제를 고려해 환경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들어서는 영산강을 활용하는 방안이 학계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모색되고 있다.

목포대 김형근(해상운송시스템학부) 교수는 ‘영산강의 선박통항 가능성에 관한 연구’ 라는 주제의 논문을 통해 “영산호하구둑에 통선문(通船門)을 만들면 선박을 이용한 대규모 화물수송이 가능하다” 고 밝혔다.

나주시는 지난 9월 ‘영산강 뱃길 복원과 개발방향’ 이란 주제의 학술대회를 갖고 기술적인 측면과 재원 등에 관한 방안을 모색중이다.

환경단체들은 “선진국의 예처럼 강을 주민들이 가까이 할 수 있는 친수공간으로 조성, 주민과 함께하고 주민이 강을 아껴주어야만 강이 되살아 날 수 있다” 고 강조하고 있다.

영산강은 상류와 하구가 둑으로 막혀 있기는 하지만 지금도 농업용수와 공업용수라는 중요한 기능을 맡고 있고 2000년대초면 심각한 물부족이 예견되는 상황이어서 남도민에게는 여전히 생명수 역할을 짊어지고 있다.

영산강을 살리는 일은 더이상 미룰 수도, 미뤄서도 안되는 시급한 문제다.

목포=강성길·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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