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만이 살길이다’

대학들이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몇년 전만해도 몰려드는 학생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2002년이 되면 대학을 가려는 학생보다 정원이 많아지게돼 이같은 양상은 더욱 심해지게 된다. ‘모집’ 보다는 ‘유치’ 라는 말을 실감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남과는 달라야 한다는 전략은 대학의 특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이색대학·학과가 크게 늘어나고 학생선발뿐 아니라 학사운영과 학교정보화등 대학의 전분야에 걸친 과감한 변화가 눈길을 끌고 있다.

교육부도 백화점식 학과설치를 지양하고 특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갖가지 재정지원 사업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특수목적 지원사업만도 ‘공과대학중점지원’ ‘대학원중점지원’ ‘국제전문인력양성지원’ ‘지방대학 특성화지원사업’ ‘이공계대학연구소 기자재첨단화지원’ ‘교육개혁우수대학’ 등으로 매년 1,5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대학 특성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분야는 이색학과 설치. 미래 유망직종과의 관련성, 취업가능성, 희소성 등을 염두에 둔 갖가지 이색·첨단학과가 급증하고 있다.

취업 염두에 둔 이색·첨단학과 급증

한 예가 최근에 설치된 영상만화학과. 문화산업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영상과 만화를 엮은 21세기형 첨단학과다. 세종대의 영상만화학과, 순천대 만화예술학과, 상명대 만화학과, 남서울대 애니메이션학과 등 학과 이름은 다르지만 비슷한 전공을 설치한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세종대가 42.3대1, 남서울대 16.6대1이라는 기록적인 경쟁률을 보였다.

선문대는 순결한 도덕성 회복운동 지도자를 양성한다는 목적으로 99학년도에 처음으로 순결학과를 설치했다. 여학생만 20명 선발하는 이 학과에서는 순결과 성, 부부관계및 가정생활, 가족사회학 등을 배운다.

생명과 안전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생겨난 경호관련 학과(용인대, 한서대,중부대), 현대인의 건강유지 관심에 부응한 운동기능학과(수원대)·해양스포츠학과(부경대, 한국해양대), 개발된 기술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산업재산권학과(인하대) 등도 대표적인 이색학과다.

중견직업인 양성을 담당하는 전문대의 경우는 산업사회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 학과신설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현재 2만여종에 이르는 직업의 종류중에서 약 10년후에는 25%가 사라지고, 50%가 새로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이같은 경향을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 신설된 학과만해도 신발공학, 코디메이크업, 귀금속디자인, 관광스포츠, 호텔조리, 뷰티디자인, 모델연예, 스포츠외교, 건강식품가공, 휴양산업, 관광골프 등 50여개에 이른다. 내년도에는 장의지도(서울보건대), 천연건강가족복지(삼육간호보건대), 자폐증 치료만을 맡는 유아특수치료교육(춘해대) 등이 신설될 예정이다.

학교 전체학과를 특화하는 경향 늘어

학과설치에 그치지 않고 대학 전체가 특성화한 경우도 많다. 동아방송전문대는 전학과가 방송관련 학과로만 설치돼 있으며, 환경전문대, 철도전문대, 간호전문대, 외국어전문대, 축산원예전문대 등 학교전체를 특화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부터 전문대 명칭이 자율화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해 경북실전은 대구미래대학으로, 극동전문대는 극동정보대학, 김산전문대는 김천과학대학, 대헌전문대는 재능대학, 웅진전문대는 공주영상정보대학, 제주전문대는 제주산업정보대학으로 명칭을 바꿨다.

학사운영에서 공급자위주의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 교육수요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시도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한동대는 96학년도부터 모든 신입생을 ‘무전공 무학과’ 로 선발한다. 대학 입학후 충분한 기본교양을 습득한후 자신의 특성과 소질에 맞춰 전공을 선택토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이 대학은 또 모든 시험에서 감독을 없앤 ‘무감독 양심시험’, 전학생에게 텃밭가꾸기, 가축기르기, 환경미화작업 등을 하게하는 ‘전교생 근로의무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아주대는 지난해부터 대학원생이 학부생의 과외지도를 맡는 ‘튜터제도’ 를 도입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튜터들이 장소와 시간을 미리 알려주면 필요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찾아가 과외지도를 받게 하는 형식의 이 제도는 1학기에 2,853명이 수강을 했으며, 2학기에는 기초·교양과목 12개, 전공과목 12개로 개설과목을 크게 늘렸다. 수업료는 무료이며, 튜터에게는 매달 24만원의 튜터장학금이 지급된다.

올해 교육개혁우수대학으로 선정된 공주대는 전국 최초로 교육정보대학원을 설립, 다양한 중·고교용 프로그램을 개발해 인터넷을 통해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이 활용하게 함으로써 막대한 사교육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배재대는 학생들의 취업을 제1의 교육목표로 삼고 모든 재학생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1인 1자격증 의무취득’ 을 적극 추진중이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자계산학과에서 학생마다 전산관련분야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의무화해 시행하고 있으며, 외국어교육을 강화해 일정수준의 토익점수를 취득해야 졸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 명예학생제도(경북대), 재학생인턴제(경희대), 사회봉사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한양대), 효와 가족사랑 큰마당 운영(고려대), 다학기제 도입(연암공전), 직무발명 포상(포항공대), 전교생에게 컴퓨터ID부여(부산여대), 전자학생증 발급(협성대) 등 기존의 관행을 탈피한 개혁사례들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충재·사회부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