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삽시다] "우울은 가라" TV가 쏘아올린 웃음들

11/11(수) 13:39

양택조 박원숙 전원주 임창명 안문현 이경규 김국진 구성애 신문선 송재익 강호동…. ‘일요일 일요일밤에’ ‘그대 그리고 나’ ‘미스터Q’ ‘순풍 산부인과’ ‘남자셋 여자셋’ ‘비디오 챔피언’ ‘기쁜 우리 토요일’ ‘황수관의 호기심천국’…. 시대가 우울한 탓인가. 올해 TV에는 유난히 웃긴 사람들, 웃긴 프로그램이 많았다. 올해 TV가 쏘아올린 웃음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아마추어들의 무공해 웃음 “신선, 그 자체”

평범한 주부 안문현씨가 스타로 탄생했다. 산골과 바닷가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세파에 찌들린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아마추어들의 무공해 웃음판이었다.

MBC ‘휴먼TV 즐거운 수요일’에 출연, 자신을 ‘갈치 주둥이처럼 웃는 여자’라고 소개한 안문현씨의 히트유머 몇 토막. “족발 먹다 털 나온 기분이다”(깜짝 놀랐을 때), “찌개에서 미나리 발견한 것 같다”(기분좋을 때), “아침엔 팔이 3개, 점심엔 다리가 4개, 저녁엔 머리가 2개인 것은?”(창작 수수께끼, 정답은 합체로봇). 뛰어난 말솜씨로 축구팬들의 속을 시원히 해준 축구해설가 신문선씨를 ‘방송계의 때수건’으로 불렀다 방송에선 삭제된 적도 있다. 그만큼 안씨의 무공해 웃음은 장안의 화제가 됐다.

‘노인 비하’라는 비판이 거세지만 3월7일 첫방송된 SBS ‘서세원의 좋은 세상 만들기’도 색다른 웃음을 선사했다. 산간벽지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꾸밈없는 웃음을 그대로 시청자에게 전했다. TV를 보고 있을 자식들에게 전하는 애절하고 코믹한 사연들은 감동과 함께 가벼운 웃음을 전달하고 있다.

월드컵 축구대회 열기와 맞물린 MBC 중계팀 신문선_송재익 콤비의 맹활약도 시청자들의 큰 웃음을 유발했다. 진지하고 기계적이었던 기존 중계멘트와는 달리 파격적인 어법으로 ‘각본없는 코미디’를 연출했다. 알맞게 차 올린 센터링을 “시아버지께 올린 며느리의 잘 차린 밥상”으로 비유한 송재익씨의 입담은 개그시리즈로도 변형됐다. ‘송재익이 길을 걷고 있었다. 그때 저쪽에서 큰 트럭이 다가왔다. 송재익이 하는 말, 아 위험합니다…’.

젊은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 “넘치는 활력”

경쟁사인 MBC‘일요일 일요일밤에’에 한참 뒤지던 KBS2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 바로 ‘캠퍼스 영상가요’라는 코너를 통해서다. 각 대학을 찾아 캠퍼스 명물을 발굴하는 이 코너는 젊은이들의 기발한 재능과 티없는 모습을 맘껏 보여주고 있다. 강호동의 재치있는 진행, 코너 시작전 애국가를 4절까지 제한된 시간안에 컴퓨터에 입력하는 부분도 흥미진진하다.

‘캠퍼스 영상가요’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SBS ‘기쁜 우리 토요일’의 ‘영파워 가슴을 열어라’는 중고생을 겨냥했다. 학교건물 옥상위에 올라 이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목청껏 외치도록 한 이 코너는 몇몇 CF에도 차용됐을 정도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세상에는 판씨 성도 있다”며 애써 춤을 추는 학생, 머리털이 돼지털같아 고민하는 학생, TV에 나왔다고 좋아하는 훈육주임 선생님 등 이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록 웃음의 폭은 더욱 깊어만 갔다.

잔잔한, 그래서 더욱 오래 간직되는 웃음

드라마 쇼 오락 코미디 등 TV의 모든 장르를 통틀어 올해 최대의 웃음제조기라면 단연 ‘그대 그리고 나’(MBC)와 ‘미스터Q’(SBS)였다. 지난해 10월말부터 시작돼 올해 4월26일 막을 내린 ‘그대 그리고 나’는 60%를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을 만큼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최불암의 터프가이 변신, 양택조의 합죽이 연기, 박원숙의 내숭 연기등 나이 든 출연진의 개성연기가 불을 뿜었고 최불암-박원숙의 ‘그레이 로맨스’는 방송이 끝난 뒤에도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됐다.

이에 비해 허영만 만화를 원작으로 한 ‘미스터Q’는 IMF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샐러리맨들에게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웃음의 3각편대’권해효 박광정 조혜련의 코믹한 조연연기는 시청자들은 물론 침체에 빠졌던 SBS 방송사 전체에 활력을 불러일으켰다. 주인공 이강토(김민종)와 한해원(김희선)의 아기자기하고 예쁜 사랑도 한몫했다.

감동까지 선사한 ‘보통사람들의 웃음’

웃음에 감동까지 준 프로그램도 있다. MBC‘일요일 일요일밤에’의‘이경규가 간다’가 바로 그것.‘에너지 절약’을 주제로 동부간선도로에서 규정속도 80㎞를 준수하는 차량을 찾는 이 코너는 진행자 이경규와 신문선을 순식간에 ‘양심전도사’로 만들었다. 더욱이 ‘숨은 양심’으로 선정된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의 보통 이웃들이어서 감동의 폭은 더욱 컸다.

4월20일 신설된 MBC‘김국진 김용만의 21세기 위원회’의 ‘칭찬합시다’코너도 웃음과 함께 선한 삶의 좌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넉넉한 점수를 받았다. 탤런트 전원주에서 시작, 칭찬받은 사람이 또다른 칭찬받을 만한 사람을 추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이 코너는 지금도 ‘칭찬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커튼에 가려진 채 경품으로 제공되는 쌀 갈비 자전거 세탁기를 출연자가 직접 뽑는 과정도 재밋거리.

8월부터 MBC‘10시 임성훈입니다’를 통해 첫선을 보인 성교육강사 구성애씨의‘아우성’(아름다운 우리들의 성(性)을 위하여)강좌도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이어지는 구씨의 구수한 입담과, 은밀하고 단순한 흥미거리로 전락했던 성문제를 공개적인 논의의 장으로 끌어올린 점이 돋보였다.

훔쳐보기는 ‘두배의 즐거움’

몰래카메라의 폐해가 유난히 극심했던 올해 TV였지만, ‘훔쳐보기’의 즐거움을 정도껏 선사한 프로그램도 있다. 바로 SBS ‘기쁜 우리 토요일’의 ‘스타 이런 모습 처음이야’다.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라고 출연진을 속인 다음 당혹스런 광경을 연출, 스타들의 반응을 엿보는 코너. 같은 엿보기 형식이지만 KBS2 ‘서세원의 공포체험, 돌아보지마’가 출연진을 가학(苛虐)수준으로까지 괴롭혔던 것에 비해 이 코너는 어느정도 분수를 지킨 덕에 감동까지 선사했다. 산삼찾기에 나선 탤런트 송윤아는 애써 찾은 시가 1억원짜리 산삼을 불쌍한 아주머니에게 쾌척했고, 신세대 댄스그룹 젝스키스는 전염병에 걸린 한 멤버를 정성껏 치료하는 우정을 과시했다. 방역작업에 나선 탤런트 김원희는 소독약에 독약이 들었다는 경찰의 주장에 “내가 책임지겠으니 먼저 아이들부터 치료하자”라는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김관명·문화과학부 기자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