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점도 없지 않았지만 제생애 최고의 해였습니다.”

‘골프여왕’ 박세리(21·아스트라)는 미국 LPGA투어 1년을 결산하는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박세리는 “유명세로 몸살을 앓기도 했지만 세계 최정상의 무대인 미국 LPGA에서 4승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려 스윙에 자신감과 확신을 갖게됐다” 고 밝혔다. 또 “골프밖에 모르는 바보는 되지 않을 것” 이라며 “남자친구는 물론 골프 관련 비지니스로 활동 영역을 넓혀보고 싶다” 고 덧붙였다.

박세리는 또 최근 국내선수들의 미국 LPGA 투어 진출에 대해 “자신과의 투쟁에서 이길수 있을 만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현재 상금랭킹와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 애니카 소렌스탐에 이어 2위에 머물고 있는 박세리는 1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벌어지는 올시즌 미 LPGA투어 최종전인 98투어챔피언십(총상금 100만달러)에 출전한다.

다음은 박세리와의 일문일답.

_프로 첫해 이 정도의 성공을 예상했나.

“상상도 못했다. 최소 2,3년은 적응 기간으로 생각하고 밑바닥부터 시작할 각오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예상밖의 호성적을 올렸다. 지금도 얼떨떨하다.”_투어 생활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처음에는 불안했다. 사람도 모르고 친구도 없고, 모든 것이 낯설었다. 함께 경기를 해도 쑥스러워 말도 못 붙였다. 그러다 친구와 선배들을 사귀게 되면서 자연히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았다. 지금은 낸시 로페스, 멕 말론 등 많은 친구가 생겨 매우 편안하다.”

_리드베터 코치가 시즌 막판 체력 저하를 우려했는데.

“올해는 낯선 미국 코스를 익히기 위해 다소 많은 33개 대회에 출전했다. 내년 시즌엔 25개 정도로 줄여 컨디션을 조절할 계획이다. 한국대회에도 스케줄이 맞는다면 출전할 생각이다.”

_주변의 엄청난 관심이 부담이 되지 않았나.

“정말 4승 이후에는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바빴다. 연습에 차질을 빚을 때는 짜증이 나고 화도 났다. 그러나 모든게 나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에서 몸살이 난 것은 피로가 쌓여있는데다 비가 내리는 추운날씨에 경기를 한 탓이다.”

_4승 이후 ‘부진하다’ 는 지적도 있는데.

“이런 질문을 받을때가 제일 난처하다. 솔직히 4승을 거둔 이후 내자신의 스윙에 더욱 자신과 확신을 갖게 됐다. 이후 8개 대회서 4번 10위안에 든 것은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매대회 우승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의 성적만으로도 만족한다. 올해는 내게는 최고의 해다.”

_1년간 투어 생활을 느낀 점은.

“선배들로부터 매번 ‘골프외에 즐길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는 조언을 많이 듣는다. 개인적으로 골프만 치는 바보는 되긴 싫다. 골프 관련 비즈니스 등 다방면에서 폭이 넓게 활동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_남자 친구는 있는가.

“스케줄이 꽉 짜여있어 현재로선 엄두도 낼수 없다. 그러나 25세쯤 되면 남자 친구도 사귈 생각이다. 골프뿐만이 아닌 평범한 생활도 즐기고 싶다.”

_원하는 남성상이 있다면.

“무엇보다 내 생활을 이해해 줄수 있어야 한다. 투어생활을 하다보면 서로 만날수 있는 날은 1년중 불과 1개월여에 불과할 것이다. 이를 사랑으로 감싸줄수 있는 사람이면 된다. 외모는 상관없다.”

_US오픈 연장전 18번홀서 불굴의 투지를 보여줬는데.

“지난해 떠날때와 달리 국내 사정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잘은 모르지만 지금 한국은 한단계 발전하기 위한 시련의 단계에 있다고 생각된다.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 힘들겠지만 최선을 다하면 빠른 시일에 좋은 때가 다시 올 것이라 믿는다. 18번홀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열심히해서 국민들에게 힘을 줄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_캐디 제프 케이블이나 리드베터 코치는 어떤가.

“캐디 제프 케이블은 큰 문제는 없으며 매우 편하다. 티칭 프로 리드베터는 내 스윙을 보다 간결하고 편하게 만들어줬다. 아쉬운게 있다면 리드베터코치가 바빠 자주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 삼성월드챔피언십서도 늦게 도착해 경기전에 스윙 교정을 받지 못했다.”

_김미현선수가 내년부터 미 LPGA에 나선다는데.

“정확히는 모르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 LPGA 투어는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1년중 11개월동안 강행군이 이어진다. 음식이나 날씨도 모두 다르고 한국과 달리 같은 미국내에서도 2~3시간의 시차가 있어 매우 피곤하다. 코스에 따라 잔디 특성도 다르다.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_외모가 예전에 비해 세련됐다고들 하는데.

“미국은 한국과는 다르다. 모든 분위기도 달라져야 한다. 처음 삼성에서 보낸 유니폼이 이곳의 분위기와 맞지 않아 여러차례 요구를 했다. 지금은 디자인이 한결 세련돼 다른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_새집을 마련했다는데.

“플로리다에 방 4개에 수영장이 있는 집을 장만했다. 연말에나 사려고 했는데 세금 문제가 걸려있어 예정보다 빨리 장만했다.”

_끝으로 내년시즌 계획은.

“자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 팬들의 성원에 다시한번 감사드린다.” 송영웅·체육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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