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케보키언, 죽음의 천사인가 악마인가

12/09(수) 15:40

미국 국민들은 90년 6월4일 한 소식에 경악했다. 한 의사가 창안한 자살기계로 오리건주의 자넷 아드킨스라는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안락사를 했다는 뉴스였다.

그리고 98년 11월22일 충격에 휩싸였다. CBS방송을 통해 루 게릭병 말기환자가 한 의사의 극약 주입으로 죽어가는 장면을 생생히 보았기 때문이다.

이 경악과 충격을 연출한 사람은 다름 아닌 병리학자 잭 케보키언(70)박사. 죽음의 의사로 불리는 케보키언은 천사인가 악마인가.

케보키언은 이번 안락사 참여로 인해 자신이 바라는대로 1급 살인등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이번 안락사 장면 방영직전 CBS와 가진 회견에서 “안락사에 대한 법의 심판을 받기위해 오히려 기소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11월 27일 미시간주 오클랜드 카운티검찰로부터 계획적인 1급살인, 자살방조, 독극물 투여등 세가지 혐의로 기소된 뒤 그는 “기대가 이뤄져 기쁘다. 안락사가 법원에서 합법적인 행위로 인정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는 소감을 담담하게 피력했다.

최근 일고 있는 안락사 논쟁에 불을 당긴 것은 케보키언의 안락사에 대한 신념과 시술행위였다. 그는 의사로서 말기암 환자 등의 치료를 통해 환자들의 고통은 죽음보다 더 가혹한 것이라는 것을 체험하면서 차라리 존엄하고 편안하게 죽게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며 인간적이라는 생각을 하게됐다. 케보키언은 안락사는 법이나 도덕보다 우선하고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환자가 죽기를 원하면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의사의 의무라고 확신하고 있다.

케보키언은 날카롭고 기상천외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유명했다. 50년대 미시간 의대에서 공부하던 시절, 그는 죽어가는 사람에 대한 의학적 실험을 옹호해 대학에서 제적당했으며 죽은 사람의 피를 곧 바로 산 사람에게 수혈하려 시도했는가 하면 당국에 사형수의 장기를 적출할 수 있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취미인 그림 그리기에서도 그의 기상천외한 의학적 실험성을 엿볼 수 있다. 그의 화폭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사람들의 장기로 가득 차 있다.

80년대 후반 극약을 환자 몸에 주입시켜 고통없이 죽이는 자살기계를 발명했던 케보키언은 90년 6월부터 최근까지 120명의 말기환자들에 대한 안락사 시술에 참여했다.

케보키언은 세번째 안락사 시술에 참여해 미시간주로부터 의사면허를 박탈당했으며 최근까지 4차례에 걸쳐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됐으나 안락사를 규정한 법률 미비로 무죄로 풀려났다.

케보키언의 행위에 대한 의견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들은 대체로 그를 용기있는, 그리고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실천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반면 인권단체와 의학계 일부에서는 히포크라테스 정신을 저버린 단순한 살인마에 불과하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안락사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이뤄진 것은 케보키언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국제부 배국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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