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대우전자 밑질것 없는 '주고 받기'

12/09(수) 19:45

5대그룹의 빅딜과 관련,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겨져온 삼성자동차 처리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동안 업계에서 이런저런 설로만 나돌던 삼성자동차의 빅딜이 현재진행형임을 12월2일 강봉균(康奉均) 청와대경제수석이 확인함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강 수석의 발언은 “삼성이 삼성자동차를 처리하기 위해 부채규모가 비슷한 다른 기업과 맞교환을 추진중이며, 교환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는 것. 강 수석은 맞교환 업체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대우그룹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대우그룹 계열사중 삼성자동차와 부채규모가 비슷한 대우전자와의 빅딜이 유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김우중(金宇中) 전경련회장(대우회장)은 그동안 삼성차 인수가능성을 시사해왔고 이건희(李健熙) 삼성회장도 삼성자동차의 가격만 제대로 쳐주면 자동차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왔다.

이와 관련, 금융계에서는 오는 15일 5대그룹이 주채권은행과 체결해야 하는 재무개선약정 대상에서 삼성자동차가 제외될 것이라며 삼성자동차의 빅딜설이 나돌았다.

자산평가만 이뤄지면 맞교환 어렵지 않을 듯

삼성자동차의 부채는 3조8,000억원안팎으로, 대우전자의 3조2,490억원(지난해말 기준)과 엇비슷한 규모다.

따라서 자산평가만 이뤄지면 양측의 맞교환은 그다지 큰 어려움이 없이 이뤄질 수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특히 삼성, 대우그룹 모두 빅딜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삼성그룹으로서는 삼성자동차의 명예퇴진이 절실한 형편이다. 모양새를 갖춰 자동차사업을 포기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해온 상황이다. 삼성자동차를 어떤 방식으로든 처리하지 않으면 삼성그룹의 구조조정이 부진하다는 시각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이 기아자동차 인수에 실패한 직후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올랐던 사실이 이같은 시각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삼성자동차의 경제성에 대해 다른 자동차업체들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

반면 대우 입장에서는 삼성자동차의 경제성만 놓고 볼때 인수할 필요성이 별로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우중 회장이 그동안 줄기차게 자동차 2사체제를 강조해온데서 알 수 있듯 자동차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삼성자동차의 인수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더욱이 최근 대우그룹의 자금악화설 등이 나돌면서 대우로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구조조정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실정이다.

현재까지 대우그룹 관계자들은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대우의 세계경영이 자동차·전자를 중심으로 호텔 등 패키지로 진출하는 전략을 추진해 왔는데 전자를 자동차와 맞교환하면 이같은 전략에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 대우내에서 세계화가 가장 잘 이루어진 분야는 자동차와 전자인 만큼 김 회장이 이같은 전자업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자동차의 경우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자동차라인업이 끝나 삼성차를 인수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삼성차 팔수록 손해” 대우관계자 부정적 시각도

대우 관계자는 “4조원정도를 투자해 현재 8만대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자동차의 재무상황을 분석한 결과, 1대를 팔면 약 820만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연간 총적자가 6,5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며 삼성자동차 인수의 실익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줄기차게 강조해온 ‘핵심역량 사업중심으로의 사업재편’ 이라는 점을 두 그룹 총수들이 받아들이면 빅딜이 의외로 쉽게 성사될 것이라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대우는 삼성차를 인수, 자동차에 역량을 집중하고, 삼성은 대우전자를 넘겨받아 반도체와 전자를 핵심사업으로 육성할 수 있다는 것.

대우그룹의 경우 최근 강 수석이 “대우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고 지적할 정도로 다른 기업보다 구조조정에 미흡하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최근 40개의 계열사를 15~20개로 대폭 줄이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자동차와의 빅딜을 성사시킴으로써 이같은 시선을 일시에 불식시키면서 정부의 측면지원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채권단의 출자전환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삼성자동차 인수와 함께 삼성그룹이 다른 계열사를 대우에 넘기는 방식으로 계산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않다.

이용택·서울경제신문 정경부기자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