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이래 한국 경제의 성장 과정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고도 성장의 주역인 대기업 그룹 경영 체제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글로벌 경쟁 시대를 맞아 우리기업들은 저비용화와 조직 슬림화에 기초한 경쟁력 강화를 통해 수익성 위주의 경영 전략을 추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IMF 체제 이후 대기업 그룹의 부채 비율 축소, 사업체 매각 등을 통한 구조조정은 최근 들어 급류를 타고 있다.

대기업 그룹들은 IMF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대규모 인력 감축을 포함한 다

양한 방향에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대기업 그룹들이 그동안 실행한 구조조정실적을 보면, IMF이후 1년만에 5대 기업의 명예퇴직, 정리해고, 기업합병 등을 통한 인력감축은 6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재정경제부는 집계하고 있다. 또한 5대 대기업 그룹의 채무보증 잔액은 9월말 현재 8조7,000억원으로 4월 이래 약 2조원을 축소했으며, 평균 부채비율은 97년말의 438.0%에서 6월말 현재 414.3%로 23.7% 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전경련에서는 집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조정 이외에 글로벌 경쟁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분사화를 통한 몸집 줄이기도 적극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웃소싱 산업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들은 사업 구조 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고용 조정을 동시에 가능케 하는 분사화 방식의 아웃소싱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의 고용조정 과정에서 해고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분사 방식을 택함으로써 분사가 이제는 구조조정의 중요한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주로 대기업 그룹을 중심으로 행해지고 있는 분사 현황을 보면, 현재 약 103개사가 분사되었으며 앞으로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분사화 현상은 대기업 그룹의 체질 개선을 통한 경영 성과의 개선 효과는 물론이고, 앞으로 대기업 그룹의 형태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대기업 그룹의 변화상

일본의 대기업 그룹은 역사와 환경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 대기업과 유사한 모습을 갖고있다. 일본의 대기업은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경제발전 과정에서 기여한 것과 마찬가지로, 2차대전 이전까지 일본 경제 발전의 일익을 담당했으며, 이후에도 일본경제를 주도했다. 2차대전 이전에 미쓰이, 미쓰비시, 스미토모 3개사는 일본 기업 전체 불입자본의 약 23%를 점하였고, 야스다를 추가한 4대 기업의 경우에는 약25%를 점하였다.

현재도 이들 기업들이 일본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만, 기업의 형태나 경영 체제라는 측면에서는 과거와 크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즉, 일본의 대기업들은 2차대전 이후 해체와 재결합의 과정을 거쳐, 현재는 그룹 멤버가 상호 주식을 보유하는 느슨한 형태의 결합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대기업 그룹내 각 기업간의 주식 소유를 통해 타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그룹내 계열기업을 도와주는 연대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또한 이러한 결합을 통해 특정 사업에 대해 공동의 투자가 가능하며, 주요기업의 사장회 멤버 기업에 의해 분산된 형태의 주식 소유 구조를 갖고 있다.

현재 일본의 대기업 집단은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 이외에 후요, 다이이치간교, 산와를 포함한 6대 기업집단이 있다. 이들 6대 기업집단의 주식 소유는 사장회 멤버사가 상호 보유하고 있으며, 경영은 모두 전문 경영인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 그룹의 미래상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미 선진 외국 기업들과 세계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경쟁을 하는 단계에 와 있다. 국내 시장 또한 외국 기업의 직간접적 진출을 통해 무한 경쟁 체제로 둘러쌓여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대경쟁 시대를 맞아 대기업 그룹들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인력 및 조직 구조조정, 분사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등은 이것을 입증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 대기업 그룹의 모습은 현재와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

다. 세계 대기업과의 경쟁, 국내 시장의 개방 등으로 인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경영 체질을 갖추는 수 밖에 없다. 또한 현재의 경영 체질 개선을 위해 필요한 외자 유치에 있어서도 경영의 투명성이나 회계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 되고 있다.

향후 대기업 그룹의 미래상은 일본의 대기업 그룹과 비슷한 형태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전문 업종을 중심으로 그룹의 세분화를 통해 스피디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질 것이다. 이미 대기업 그룹들은 3-5개의 국제경쟁력을 갖춘 주력업종을 선정하고 있다. 한계 기업의 정리를 통해 계열 회사의 경영 체질을 강화시키고, 주력 업종에 집중 투자하기 위한 경영 전략의 일환이다.

둘째, 기업의 경영목표는 주주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향으로 변화하

고,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전문경영인이 증가할 것이다. IMF 체제 이후 증권거래법의 개정을 통한 소액주주의 권한 강화, 사외이사제도의 도입, 99년부터 시행되는 결합재무제표 제도 등은 외형 성장 위주의 경영에서 벗어나 수익성 위주로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다.

셋째,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분사화를 통한 구조조정은 대기업 그룹이 핵심 분야에 역량을 집중시키고 외부의 전문업체를 활용함으로써 경영 성과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기업 체제를 변화시킬 것이다. 외국의 선진 기업들은 아웃소싱 전략을 통해 비용을 절감시키고 업무의 전문성을 높이는 등 경영 체질 강화에 앞서고 있다. 경쟁이 글로벌화되고 치열해지는 여건하에서 기업은 아웃소싱을 통해 기업 규모의 축소와 핵심 역량의 강화를 도모해야 한다. 이는 최근 국내외 경쟁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흐름인 정보화 및 지식경영의 추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신광철·현대경제연구원 주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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