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공습] '밑지는 장사' 미국에 대한 국제여론 악화

12/24(목) 17:59

미국은 이번 이라크 두들기기로 무엇을 얻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별로 얻은 게 없다. 오히려 사태를 더더욱 꼬이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12월17일 첫 공습이 시작됐을 때부터 세계 언론은 물론 워싱턴 정가에서조차 빌 클린턴 대통령이 코앞에 닥쳐온 하원의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지연시키려는 ‘술책’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백악관이나 바그다드 공습에 유일하게 동참한 영국의 토니 블레어총리는 이처럼 삐딱한 시선을 전면 부정했지만 적어도 그런 효과를 심각하게 고려했을 것이라는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라크 공습 목적에 대해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은

△단기적으로는 대량살상(화학·생물학·핵)무기 생산시설을 파괴하고

△중기적으로 유엔 무기사찰 활동을 보장하며

△장기적으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단기적인 목표는 일단 극히 부분적으로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1년 걸프전 당시 발사된 것보다 훨씬 많은 400여발의 미사일을 발사해 미사일연구개발센터 등 대량파괴무기 관련 시설 극히 일부와 이라크 정예군인 공화국수비대및 방공망 시설들을 파괴했다. 그러나 대량파괴무기 제조시설은 유엔무기사찰단(UNSCOM)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인데다 화학무기의 경우 폭파하면 그 가스가 사방으로 번져 폭격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특히 병원과 제약회사, 박물관 등 민간시설도 파괴돼 25명 이상의 민간인 사망자를 냄으로써 도덕적 비난도 일고 있다.

관측통들은 중기적 목표는 완전히 ‘물건너 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주장대로 이라크가 그동안 사찰단의 대량살상무기 생산시설 사찰에 협조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공습이라는 치욕을 당하고 사찰에 다시 응하겠느냐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도 걸프전 이후 7년간 계속된 유엔의 무기사찰이 사실상 끝나게 된 것이 이번 공습의 가장 큰 손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오히려 이라크는 유엔 사찰을 거부한 상태에서 곧바로 화생방무기 개발을 재개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이렇게 될 경우 미국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 앞으로 몇년간 수십억달러를 들여 걸프지역에 대규모 군사력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만 안게 된다.

세번째 목표도 ‘전혀 아니올시다’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이라크 국내나 해외의 반체제 세력이 후세인 체제를 뒤엎고 집권할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거의 전무하다. 오히려 후세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미국에 대한 성전을 촉구하고 나서는 등 반미감정을 업고 정치적 입지를 더욱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 확실하다.

시간이 갈수록 미국에 대한 국제여론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 보리스 옐친 대통령과 중국 장쩌민 국가주석은 공습후 바로 핫라인 통화를 갖고 “유엔 헌장과 국제법에 반하는 수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특히 러시아는 미국과 영국 주재 대사를 전격 소환하는 한편 미국과의 제2차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2) 비준 거부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관계 악화를 시사하고 나섰다.

문제의 시발은 미국의 공습결정 상황이었다.

미국은 유엔무기사찰단장 리처드 버틀러의 사찰결과 보고서를 근거로 공습에 나섰다. 그러나 보고서 자체가 미국쪽에 유리하게 작성된데다 유엔 사무총장(코피 아난)을 제치고 클린턴 대통령에게 먼저 전달됐다는 점에서 ‘미국과 버틀러가 짜고 치는게 아니냐’는 비난이 일었다. 러시아와 중국이 이번 공습의 정당성을 일축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이 보고서를 독단적으로 수용, 이라크 사태 중재의 국제적 당사자인 유엔 안보리를 무시하고 행동했다는 점이다.

물론 미국은 이런 주장을 수용하지 않는다. 이라크가 추가사찰을 방해할 경

우 ‘경고 없는 무력공격’을 이미 지난달 안보리 중재안에서 보장했다는 주장이다.

이집트와 아랍연맹 등 아랍권 국가들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114개 비동맹운동국들도 공습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집트 카이로의 회교도들은 “이라크 국민이 모니카 르윈스키 때문에 죽어야 하나?”라는 플래카드를 흔들며 미국에 대한 ‘지하드’(성전)를 촉구하기도 했다.

클린턴 대통령으로서도 정치적 입지 회복에 실패했다. 하원의 탄핵안 표결이 공습 직후 연기될 듯하다가 결국 19일 야당인 공화당 주도로 가결됐기 때문이다. 상원의 결정을 다시 초조하게 기다려야 하게 된 것이다. 수십억달러짜리 바그다드 밤하늘의 불꽃놀이…. 후세인은 잃은 것이 별로 없고 클린턴도 일단 얻은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20세기말의 첨단 전쟁 치고는 허탈하다. 그 하늘 아래 유전위에 세워진 나라이면서도 8년간의 금수조치로 고통받고 있는 이라크 국민들의 신음소리만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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