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3각편대'가 떴다

12/02(수) 11:28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진다.

11월27일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위해 방콕으로 떠난 허정무 감독은 출발에 앞서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쉽지 않겠지만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 오겠다” 고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다. 이같은 각오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2002년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하는 월드컵을 앞두고 이번 대표팀이 대장정의 출발이라는 뜻깊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대표팀은 신세대 스타 공격수들이 출정해 21세기 한국 축구의 미래를 미리 점칠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허정무 감독은 프로축구 전남 사령탑에 있을 때부터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3-5-2 스위퍼 시스템을 주로 구사, 공격라인에서는 투 스트라이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투톱은 누가 될까.

동갑내기 신세대스타 이동국·김은중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표로 지난달 소집돼 한달 가까이 훈련과 평가전을 가진 대표팀의 스트라이커는 최용수(25·상무), 이동국(19·포항), 김은중(19·대전) 등 3명. 이 가운데 최용수는 지난해 98프랑스월드컵 지역예선서 최다골(9골)을 기록하는 등 아시아 최고의 골잡이로 명성을 떨쳐 한 자리를 예약한 상태다.

따라서 최용수의 투톱 파트너로 동갑내기 신세대 스타이자 올시즌 프로축구 인기 중흥의 주역인 이동국과 김은중이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 됐다. 이들은 10월에 열린 제31회 아시아청소년(19세 이하)선수권서 막강 투톱을 자랑하며 일본과의 두차례 맞대결을 모두 이기는 등 대회 2연패를 달성시킨 차세대 스트라이커들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이동국이 5골, 김은중은 4골을 넣으며 발군의 득점력을 보이며 무한한 가능성을 보였다.

허 감독은 최용수의 파트너로 빠르게 팀에 적응하고 있는 이동국에 큰 기대를걸고 있다. 포철공고 3년때인 97년 고교생으로 믿기지 않는 위력적인 슈팅을 자랑하며 기대주로 꼽혔고 올해 곧바로 프로팀 포항에 입단, 월드컵 대표팀 최연소 멤버이자 최연소 출전이라는 각종 기록을 세우며 눈부신 성장을 거듭한 것. 더구나 아시아청소년선수권서의 대활약을 계기로 수준이 한단계 더 도약, 대표 1진서도 최용수의 투톱 파트너로 전혀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이미 그의 활약은 카리브해 올스타와의 친선경기에서 골을 터뜨리는 등 아시안게임서의 대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김은중도 이에 못지 않다. 이동국이 월드컵 무대를 밟으며 스타의 자리에 우뚝 선 반면 지명도나 인기도에서 떨어지는 것도 사실. 하지만 많은 팬과 축구인들은 이동국의 라이벌로 김은중을 서슴치 않고 꼽는다.

최용수, 아시안게임서 명예회복 노려

아시아청소년선수권은 둘이 선의의 라이벌전을 벌이며 우승을 차지해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혔다. 허정무 감독은 김은중이 184㎝의 큰 키임에도 유연성을 갖췄고 문전의 움직임, 헤딩력 등 잠재성과 발전 가능성에서 이동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이다. 그 역시 동북고 2년을 중퇴하고 프로팀 대전에 입단해 올시즌 2년차를 맞으면서 재목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이끄는 것은 최용수다.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부동의 스트라이커다. 그로서도 회한이 많다. 지난해 월드컵 예선서 최고의 스타로 떠오르며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지만 정작 본선서 멕시코전에 출장하지 못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더구나 최종 벨기에전에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몇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살리지 못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자책감이 남아있다. 또한 당시 동료들 대부분이 프로팀에 복귀해 축구 인기 중흥속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상무 소속이었던 그로서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낼 기회가 없었다.

이제 4개월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단 그로서는 더 이상의 시행착오는 없다는 각오다. 대표팀 간판 스트라이커의 명예를 찾는 것은 물론 올림픽과 월드컵에서도 한국의 부동의 스트라이커로 활약하겠다는 각오다. 때문에 이번 아시안게임은 명예회복의 무대다.

이미 지난 9월 추계실업연맹전에서 녹슬지 않은 득점포를 가동, 득점왕(5골)에 올랐던 최용수는 현재 몸 상태가 최상은 아니다. 연맹전 때 허벅지 부상을 당해 최근에야 볼을 다시 발에 대기 시작했다. 다시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

허정무 감독은 “공격진중 이동국 김은중은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역시 아시안게임에서 기대를 걸 선수는 최용수 뿐” 이라고 최용수가 빠른 시일 내 컨디션을 끌어올리기를 바라고 있다.

더구나 하루가 다르게 기량이 성장하고 있는 이동국과 김은중을 선배로서 이끌어줘야 한다. 허감독 역시 최용수를 축으로 이동국 김은중을 조합하는 공격라인을 구상, 스타팅멤버중 컨디션이 나쁜선수는 언제든지 김은중과 교체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동국이 최용수의 짝이 될때 득점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반면 김은중은 지구력이 뛰어나고 최용수에게 골찬스를 제공하는 보조자로서 좋은 호흡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경험 부족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하지만 분명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특히 중국과의 정기전서 이들이 보여준 과제는 경험 부족이었다. 미드필드 플레이가 살아나지 못한점도 있지만 최용수와 이동국이 나선 투톱은 상대 전방에서 마크맨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예상밖의 움직임과 잦은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무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허감독은 부상한 고종수 대신 윤정환(부천 SK)를 불러 절정의 기량을 보이고 있는 유상철(울산 현대)과 함께 미드필드에 포진, 투톱의 위력을 배가시키겠다는 작전이다. 유럽 선수들과의 몸싸움이나 체력전에서 밀릴 것이라며 차범근 전감독이 프랑스월드컵대표팀에서 막판 제외시켰던 윤정환은 경기 흐름을 읽는 눈이 뛰어나고 순간 스피드도 월등해 아시아권에서는 위력을 발휘할 카드.

또 유상철은 지난 월드컵을 통해 스위퍼, 윙백 등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며 기량이 향상됐고 정규리그에서 미드필더로 활약하다 골맛을 보면서 공격수로 변신하는 전천후 플레이어다. 이들로 포진한 대표팀은 출국 직전 가진 명지대와의 연습 경기서 유상철 윤정환 이동국이 릴레이포를 터뜨리며 3-0으로 승리, 위력을 발휘했다.

따라서 허 감독은 유상철과 윤정환을 중앙에 배치시켜 최전방 공격수인 최용수-이동국(김은중) 투톱으로의 볼배급을 전담케 하면서 언제든지 득점에 가담시키는 공격플레이를 펼칠 계획이다.

축구대표팀은 아시안게임 개막(6일)을 앞두고 투르크메니스탄(2일), 베트남(4일)과 1차예선을 치르고 7~11일 16강리그를 갖는다. 8강전은 14일, 준결승은 16일, 결승전은 19일이다.

장래준·체육부기자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