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파는 프로 골프계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올시즌 국내 남자 골프계는 최근 10년여간 계속된 활황세가 한꺼번에 무너져, 주식시장의 폭락 장세와도 같았다. 90년대 들어 상금 총액과 개최 대회수에서 매년 15~20%의 고도 성장 가도를 달리던 남자 프로골프계는 올시즌 최악의 침체에 직면했다.

지난해까지도 경쟁적으로 대회를 유치했던 기업들이 잇달아 대회를 축소 또는 취소하면서 공식 대회수가 지난해 11개에서 7개로 대폭 줄었다. 따라서 지난해 정식대회서만 29억2,000만원(비공식 대회 포함 33억원)에 달했던 상금 총액이 올해는 절반 수준인 14억7,600만원(비공식 포함 15억원)으로 급격히 줄었다. 상금액이 주수입원인 프로 골퍼들의 주머니가 그만큼 허전했다는 이야기다.

지난해에는 국내 상금랭킹 1위 최경주(1억5,900만원)를 비롯해 박남신(1억4,900만원) 박노석(1억3,900만원) 등 1억원을 넘은 선수만도 5명이나 됐다. 그러나 올해 상금랭킹 선두에 오른 최광수가 벌어들인 상금액은 고작 8,323만원. 지난해 6위였던 최상호(7,800만원)에 불과한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한 대회 출전 경비가 100만~15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프로 골퍼는 1년에 최저 4,000만원 정도는 상금으로 벌어들여야 투어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올 한해 상금만으로 4,000만원 이상을 벌어들인 선수는 120여명의 프로 골퍼중 단 7명에 불과하다.

하위권으로 내려가면 상황은 더욱 비참해진다.

개인레슨으로 부족한 수입 메워

올 한해 7개 대회에 출전 비용은 한 골퍼당 대략 1,000만원. 그러나 올 한해 1,000만원 이상을 번 선수는 고작 26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00여명의 프로들은 수입은 고사하고 대회 출전 비용도 벌지 못한 꼴이 된다.

이처럼 최저 생계 마저 위협 받는 열악한 상황에서 국내 프로 골퍼들이 기량 향상을 도모한다는 것은 어쩌면 허황된 사치라고도 할수 있다.

생활고에 직면한 프로 골퍼들은 자연히 생계 보전을 위해 외도를 할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대다수가 자신의 스윙 교정은 제처두고 일정액의 수고비를 받는 개인 레슨을 통해 부족한 수입을 메워야 했다. 그러다 보니 기량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

국내 상황이 이토록 절박하다 보니 자연히 프로들의 눈이 밖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올해 국내 프로 골퍼들의 해외 진출은 그 어느해 보다 활발했다.

메이저대회인 전영오픈 본선 무대에 나간 최경주를 비롯해 정 준, 위창수 등 국내선수들이 미 PGA투어 프로테스트인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했다. 또 일본파인 김종덕과 오메가투어의 강욱순 등이 나름의 활약을 펼쳤다.

올해 국내 프로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상금 총액은 약 9억7,135만원. 지난해 113만달러(약 13억원)에 다소 못 미치는 액수다. 그러나 내용면에선 그리 나쁘지 않다.

올시즌 최고의 해를 보낸 선수는 시즌 막판 오메가투어에서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상금왕까지 차지한 강욱순(32)을 첫손 꼽는다.

활발한 해외무대 노크, 성과 올리기도

11월 홍콩오픈에서 미 PGA 프로들을 제치고 우승한 강욱순은 곧바로 다음주 벌어진 아시안PGA 오메가투어인 98투어챔피언십서 4라운드 내내 단한번도 선두를 뺏기지 않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치며 2주 연속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했다. 총상금도 15만달러로 2년만에 오메가투어 선두를 차지했다.

이와함께 지난해부터 일본투어에서 맹활약중인 김종덕(37)도 변함없는 성적을 올렸다. 비록 우승은 없었지만 6차례나 JPGA투어 ‘톱10’ 에 오르며 2억4,431만원의 상금을 획득, 2년 연속 국내 프로중 해외 수입 1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국내 상금랭킹 1위였던 최경주는 올시즌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전영오픈 예선을 통과해 본선까지 진출했었고 비록 미 PGA투어 퀄리파잉스쿨 최종 예선통과에는 실패했지만 활동 무대를 넓히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경주했다. 또 위창수는 미 PGA 정규투어 자격을 따는데는 실패했지만 국내선수중 유일하게 나이키투어 진출권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내년에도 국내 골프계에 이렇다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든든한 후원사들이었던 대기업들이 아직도 구조 조정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어 여전히 대회 개최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도 국내 골퍼들의 해외로 향하는 국내 골퍼들의 발걸음은 더욱 바빠질수 밖에 없을 듯하다. /송영웅·체육부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