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병원의 인간복제실험 성공 발표가 국제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병원 불임클리닉 이보연(李普淵·40)교수팀은 14일 영국 로슬린연구소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인간복제 직전인 4세포기 배아(胚芽)단계까지 복제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복제양 ‘돌리’를 만든 로슬린연구소 해리 그리핀박사는 “영국에서 인간태아에 대한 연구는 인간 수정 및 태생학관리청(HFEA)에 의해 통제되며, 우리는 이 연구를 허가받은 적도 신청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도 “경희대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인간복제로는 세계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며 “하지만 핵심적인 배양단계(8세포기)에 도달하기 전에 폐기되는등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일부 의학자들도 지나치게 성급한 발표라는 부정적 반응이다. 서울대의대 유전자이식연구소 서정선소장은 “최근 복제실험을 시작해 겨우 한 개가 4세포기까지 간 초보적인 결과를 갖고 성공으로 발표한 것은 다소 성급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교수는 “11월 인터넷과 PC통신에서 로슬린연구소가 인간복제 계획을 추진중이라는 뉴스를 보고 우리 병원이 두번째 시도한 것으로 알았다”며 “국내외 많은 연구소들이 인간복제를 진행할만한 기술수준을 갖춘 만큼 어느 연구소가 먼저 했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4세포기에서 실험을 멈춘 것은 불임치료때 이 단계에서 자궁에 착상시키기 때문”이라며 “세포 분열양상으로 볼 때 복제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은 분명하며, 기술적으로 8세포기는 물론 포배기가지 진행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교수팀이 시도한 인간복제방법은 미국 하와이대에서 생쥐의 대량 복제에 성공한 체세포핵 난자주입술. 하와이대 야나기마치교수팀은 7월에 성숙한 생쥐의 세포에서 세포핵을 분리, 주사기를 이용해 다른 생쥐의 핵이 제거된 난자에 주입해 복제쥐 50마리를 생산했다. 이는 지난 해 2월 영국 로슬린연구소가 복제양 돌리를 만들어낸 방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로슬린연구소는 체세포에서 빼낸 핵과 난자가 합쳐지도록 전기충격을 가했지만, 이교수팀은 미세조작기를 이용해 난자속으로 체세포의 핵을 직접 찔러 넣었다.

이교수는 30대여성에게서 채취한 난자세포의 핵(n)을 제거하고 체세포핵(2n)을 삽입한 뒤 세포분열을 유도, 자궁내 이식 전단계인 4세포기 배아단계까지 분열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4세포기 배아단계는 시험관아기 시술과정에서 정자와 난자를 인공수정한 뒤 세포분열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하고 자궁내에 이식하기 전단계. 이교수는 “이 단계의 수정란을 자궁에 이식하면 정상적인 세포분열을 거쳐 태아로 발전한다”며 “8세포기가 아니어서 의미가 없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체세포 복제의 성공이 곧 복제인간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험관아기의 출산성공률은 20~30%. 4세포기 배아를 자궁에 착상했을 경우 정상 태아로 성장할 가능성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의료계는 선진국들이 복제기술을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점을 감안, 우리도 복제기술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빨리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제기술의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이번 연구는 우선 의학적 측면에서 간 신장등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 필요한 장기만 복제하는 선택적 장기복제술의 개발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각종 질병의 치료법 개발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영국 로슬린연구소는 이미 혈액응고인자를 생산하는 인간의 유전자가 주입된 복제양도 만들어냈다. 이는 ‘제약공장’으로 쓸 수 있는 복제동물의 탄생을 의미한다. 이교수는 “복제배아의 자궁이식은 불임치료 윤리규정에 어긋나 실시하지 않았지만, 법적 윤리적 필요성이 인정되고 공감대가 형성되면 불임치료 목적에도 이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업적으로는 우수한 가축의 대량복제가 가능해 인류의 식량난 해결에도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 국내서도 8월말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黃禹錫)교수팀이 한우 한 마리와 젖소 세 마리를 체세포 복제로 임신시키는데 성공했다. 황교수는 유전형질이 좋은 한우의 체세포에서 핵을 떼어내 미리 핵을 제거한 다른 소의 난자에 이식한 뒤 대리모의 자궁에 착상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보연교수 "의학위해서는 복제기술 필요하다"

복제실험을 주도한 이보연교수는 86년 연세대의대를 졸업하고 93~95년 미국 스탠퍼드대의대에서 불임치료법을 연구했다. 95년 5월부터 경희대병원 불임클리닉을 맡아 정자직접주입술을 주로 시술하고 있다.

-인간복제 사실을 믿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궁극적인 증거는 복제인간의 탄생이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스스로의 윤리적 기준 때문에 배양단계에서 폐기처분했다. 대한의사협회의 ‘인공수태에 관한 윤리규정’도 유전자조작 난자의 자궁내 이식을 금하고 있다. 국내 불임치료기술이 세계적 수준인 만큼 다른 병원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인간복제가 가능하리라고 본다. 사회적 허용기준이 마련되면 과학적인 형식을 갖춰 명확히 증명해 보이겠다.”

-윤리적 문제는 없다고 보나.

“국회에 인간복제 금지법안이 상정된 사실을 알았다면 실험 자체를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복제인간의 출현에 반대한다. 그러나 의학적인 차원에서 복제기술의 발전은 필요하다고 본다.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인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

-이번 실험의 목적은.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동물과 사람의 착상 및 임신단계는 다르지만, 동물 복제기술을 인간에게 적용할 경우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었다. 특히 하와이대 연구팀이 생쥐복제에 성공했다는 발표를 접한 뒤 인간복제에 대한 강한 충동을 느꼈다. 복제기술이 암과 같은 난치병으로 장기이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연구를 시작한 중요한 동기다.”

-본격적인 실험은 언제 시작했나.

“9월부터 준비했다. 11월중순 불임여성들에게서 채취한 난자 10여개를 이용해 복제실험을 시작했다. 계속 실패한 끝에 12월초 30대 여성의 난자에서 4세포기 배아단계까지 세포분열이 이뤄지는 것을 확인했다. 미세조작기로 체세포 핵을 난자에 집어넣는 과정이 다소 힘들었을 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고재학·문화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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