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기 상한가 '여가수 전성시대'

09/10(목) 11:43

여성가수 르네상스가 열리고 있다.

그동안 오빠부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은 남자가수들의 위세에 밀려 절대적인 약세를 면치 못하던 여가수들이 올해 들어 남성위에 우뚝선 아마조네스의 모습으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댄스음악이 해일처럼 가요계를 삼키던 모습과 흡사하게 나오는 여가수마다 큰 성공을 거두며 바야흐로 여성가수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여가수하면 손을 절래절래 흔들던 음반제작자들은 요즘 여가수 찾기에 혈안이다. ‘여가수는 장사가 안된다’는 기존의 통념이 완전히 무너졌다. 각종 인기순위나 음반판매량 조사가 증명한다. 평소 인기순위 10위권에 여가수는 20%정도였지만 지금은 반이 여자다. 양적으로는 아직까지 백중세지만 질적인 향상이 눈에 띈다. 음반판매도 마찬가지. 여가수는 10만장만 나가도 ‘OK’였지만 지금은 30만~40만장은 거뜬하다.

상반기 여가수의 붐을 주도한 것은 S.E.S, 디바, 핑클 등 그룹들. 이소라, 양파, 리아 등이 불씨가 꺼진 여성가수시장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해왔다면 무더기로 나타난 이 여성그룹들은 여가수 전성시대의 신호탄이 된 셈이다.

토종인 바다, 괌출신의 유진, 재일교포인 슈 등 3인 3색의 깜찍한 외모를 지닌 S.E.S는 올초 를 연속 히트시켰다. 아직은 생소한 ‘누나부대’를 만들어냈다.

‘여가수도 잘만 만들면 된다’는 분위기는 S.E.S가 성공적으로 출발한데다 그룹 룰라 출신 채리나가 이끄는 디바가 <왜 불러>를 내놓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4명의 깜찍한 소녀들로 구성된 핑클이 <블루 레인>을 정상에 올리면서 가요계에 순식간에 펴져나갔다.

이들의 대성공을 계기로 김현정, 박정현, 페이지, 유리, 임성은, 소찬휘, 엄정화 등이 붐을 이어가고 있으며 급기야 중학생 친자매로 구성된 한스밴드까지 나타나 ‘여성시대’를 이뤄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김현정바람은 거칠 것이 없을 정도로 거세다. <그녀와의 이별>은 거의 모든 인기차트에서 1위를 석권했으며 음반은 이미 40만장을 넘어 팔렸다. 초스피드 인기행진에 그 자신조차 “뭐가 뭔지 헷갈린다”고 말한다. “노래가 뛰어나게 좋은 것도 아니고 가수 얼굴이 그리 미인도 아닌데 이처럼 바람이 부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한 가요관계자의 고백은 넓게 보면 요즘 일고 있는 여가수붐을 한마디로 설명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김한나(15), 김한별(14), 김한샘(12) 3자매로 구성된 한스밴드는 여성시대의 찬란한 불꽃처럼 보인다. 밴드의 음악적 재능과는 별도로 여중생 그룹의 탄생은 여성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는 증거다. 아니나 다를까 한스밴드는 데뷔 1주일도 안돼 선주문 10만장을 받아냈으며 방송출연섭외도 줄을 잇고 있다.

세일러복과 긴 목양말 등 소위 스쿨걸 룩으로 치장한 이들의 모습은 한눈에 일본풍으로 보여 일본식의 소녀밴드가 붐을 이루는게 아닌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화제는 곧 인기로 연결되는 것이 가요계의 흐름이다.

이들이 뜨는 원인은 뭘까. 한마디로 꼭 꼬집어 얘기할 수는 없다. 다만‘여자가수음반을 내서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의식이 가요계에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한 음반제작자의 말. “지금같이 생사가 왔다갔다하는 상황에 원인분석은 의미가 없어요. 한가지 확실한 점은 노래잘하는 여가수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고 그 여가수들이 음반시장을 주도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제작자로선 여가수를 찾게되죠.”

음악관계자들은 여가수 붐을 우선 이변으로 본다. 여성가요계는 상당히 오랜기간 침체에 빠졌었다. 그런 흐름이 바뀔 어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댄스음악붐의 뇌관을 건드린 서태지같은 인물이 나타난 것도 아니고 조직적으로 여가수를 살리자는 어떤 흐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여러 사소한 원인들이 두루 작용하지 않았냐는 것이 가요계 인사들의 막연한 분석이다. 여가수 침체현상이 길어지면서 머지않아 여가수시대가 재도래하겠구나라는 기대감이 커진데다 소위 가창력과 개성이 뛰어난 여가수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점도 붐을 부추겼다고 판단된다.

또 한가지는 거의 남성들로 짜여진 댄스음악계가 IMF 이후 엄청난 거품이 빠지면서 퇴조기미를 보인 것이 역으로 여가수의 득세를 유도하지 않았나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현상에 대부분의 가요계 인사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미국이나 일본 등 음악선진국의 경우를 볼때 여가수가 살아나야 음반시장이 활성화한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 IMF로 잔뜩 웅크러든 우리의 가요 현실에서 여가수 붐은 음반시장의 불황탈출과 연결된다는 기대들이 많다. 남성일변도로 치닫던 가요시장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여가수붐은 어느정도 조성되어야 한다는 주장들이다.

당분간 이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균형적인 가요발전이라는 거창한 모토가 아니더라도 여가수의 음반을 내면 돈이 된다는 의식이 어느샌가 가요관계자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기 때문이다.

한 음반제작자는“올 하반기 여성 솔로가수만 20여명이 나올 것으로 봅니다. 90년이래 이런 모양새는 처음이에요. 그러나 댄스음악이 그랬듯이 너도나도 여가수 음반만 제작한다면 그것 또한 문제가 되겠지요”라며 자칫 여가수 과잉상태까지 우려하고 있다.

정교민·일간스포츠 연예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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